이필재의 人sight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글로벌 기업인 윤윤수(72) 휠라코리아 회장은 남이 거둔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에서 성공 전략을 도출해 보라고 권했다. 성공한 기업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도 한번 햇볕을 보고 나면 생명력을 잃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남을 위해 쓰는 25%를 남들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라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지금 부는 헤리티지(문화유산) 열풍은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입니다. 헤리티지에서 이른바 라이프스타일이 시작됩니다. 실적(퍼포먼스)을 중시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어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중가 브랜드였던 휠라가 오래된 헤리티지 덕에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이다(Old is new)’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휠라는 한때 고가 브랜드였지만 그 후 가격을 내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스포츠웨어를 찾는 젊은이들은 휠라가 그렇게 하락했을 때의 모습을 잘 몰라요. 그래서 오래된 이탈리아 브랜드 휠라의 유산을 보여줬더니 새롭다고 환호를 하는 겁니다. 반면 여전히 퍼포먼스를 부각하려는 브랜드들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2001년 경영컨설턴트 이해익과의 공저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산다」를 펴냈다.

✚ 어떻게 해야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나요?
“원부자재ㆍ부품 조달 및 관리의 핵심은 필요로 하는 샘플을 빨리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 질 높은 물건을 빨리 생산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죠. 자라ㆍ유니클로 같은 브랜드가 성공한 비결입니다. 바로 우리가 신발에 이어 의류의 소싱 센터를 중국에 차린 목적입니다. 우리 회사는 우리가 필요한 샘플을 소규모 신발 공장에서 직접 만듭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시간 싸움인데 그 덕에 신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사의 3분의 1로 단축했습니다.”

✚ 뉴노멀 시대입니다. 경쟁은 치열한데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다행히 내가 종사하는 신발과 의류산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듭니다. 아무리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도 신발과 옷은 사람들이 구하고 찾을 수밖에 없는 생필품이죠. 그래도 미래 변화엔 항상 대처해야 합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해운공사를 거쳐 JC 페니에 취직했다. 이때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수출 실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신발 수출도 맡았는데, 이 경험이 바탕이 돼 신발 전문가가 된다.

✚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비즈니스계도 어수선합니다. 기업인의 사회 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업으로 번 돈의 25%만 내 것입니다. 나는 40~50%는 세금으로 내고 25%는 남을 위해서 써요. 세금으로 내는 절반이 내 것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이고, 그래서 아예 잊어야 합니다. 자기 사업을 혼자서 일궜다고 생각하는 것도 큰 오산입니다. 현상 유지를 한다면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남의 몫을 인정해야 사업을 문제없이 해나갈 수 있어요. 세금 다 내고 사업을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세금을 제대로 안 내려 편법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 윤윤수 회장은 샐러리맨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페어플레이 정신’을 꼽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그는 남을 위해 쓰는 25%를 힘껏 벌어 남들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트러블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무마되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평화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윤 회장은 휠라코리아 지사장으로 있다 한국지사의 오너가 됐고, 2007년엔 휠라글로벌을 인수했다. 그 후 글로벌 넘버원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넘버원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 아쿠쉬네트를 12억여 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무대를 누비느라 그가 비행기로 이동한 거리는 700만 마일에 이른다. 샐러리맨 시절 그는 고액 연봉자였다. 20년 전 「내가 연봉 18억원을 받는 이유」라는 책도 냈다.

✚ 조직에서의 봉급쟁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실해야 합니다. 회사 일을, 최선을 다해 내 일처럼 해야 돼요. 직장 생활을 오너나 윗사람을 위해 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또 정직해야 합니다. 공정하게 페어플레이를 해야 돼요. 한마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겁니다.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언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휠라글로벌을 인수할 당시 그는 각국 지사장에게서 종신(life time) 로열티 총액의 50%를 현재가치로 환산, 미리 받아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휠라 브랜드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전환한 발상의 전환이 그에게 글로벌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행운을 안긴 것이다. “저 역시 오랜 세월 휠라 브랜드 사용권자였지만 상대적 약자로서 불이익을 경험했기에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죠.”

✚ 샘솟는 아이디어와 성공 전략의 원천이 뭔가요?
“경영대학원에 가면 남이 거둔 성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창의적ㆍ혁신적인 전략도 한번 햇빛을 보면 생명력을 잃어 버려요. 결국 성공 전략은 자기 경험에서 나옵니다. 상사가 어떤 지시를 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깡다구도 부리고 본때를 보여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리스크를 안아야 하고, 그랬다가 실패도 합니다. 그 덕에 겸손해지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 깡다구가 바로 기업가정신의 바탕이에요. 돈 많은 사람이 돈 버는 게 자본주의의 약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고.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있으면 돈 없이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를 교정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는 자신이 자본력도 없이 4억 달러에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휠라 글로벌을 인수한 것도 결국 창조적인 전략 덕이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2년 2월 서울대 졸업식에 초대 받았다. 오연천 당시 총장에게서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울대는 ‘농부의 아들’인 그가 세번 도전했지만 실패한 학교다. 두번째 도전했을 땐 2지망으로 치의예과에 합격했지만 한 학기 다니고 그만뒀다. 고2 때 폐암으로 세상을 등진 아버지는 투병 중 그의 손을 붙잡고서 살려달라고 매달리셨다고 한다. 치과의사는 생전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길이 아니었다. 이날 단상에 오른 그는 축사를 이렇게 맺었다. “진실성, 성실성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이야말로 여러분이 어느 분야로 나가든 무엇보다 우선하는 삶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가량 됐을 때 ‘와이프를 정말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누라 자랑하는 ‘쪼다’라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배우자를 ‘내조의 여왕’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자로서의 책임감, 가정을 위한 희생의 자세를 보여 줘야죠. 난 아이들이 자랄 때 너무 바빠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 유학 간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여기 와서 일하는데 처음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습니다. 남자는 가정을 중시해야 합니다. 가정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면 배우자도 잘하게 돼 있습니다.”

✚ 성공으로 이끈 습관 같은 것이 있나요?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호랑이ㆍ사자 같은 포식자는 먹잇감을 물면 살점이 떨어지기 전까지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나도 그런 근성이 상당히 있는 편이에요. 근성을 잃지 않고, 우리 나이로 일흔셋이지만 지금도 20~30대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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