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자가 또다시 검찰에 출두했다. 이번엔 더 아픈 역사다. 임기를 채우지 한 ‘파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또 들썩인다. “당장 구속수사하라”는 쪽과 “죄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가”라는 쪽이 충돌하고 있다. 기득권들도 두동강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어떤가. 친탁親託과 반탁反託으로 나라가 분열됐던 1945년 이후 해방공간이 떠오르지 않는가.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화합의 가치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두했다. 그렇게 미뤄왔던 검찰 출두. ‘대통령’이라는 완장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에 불과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긴 21시간(조서 열람 포함) 동안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 때문일까. 이번에도 국민은 극단으로 나뉘었다.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는 “억울하다”는 사람들과 “구속시켜라”는 이들이 갈라서 진을 펼쳤다. 문제는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권남용ㆍ뇌물죄 등을 저지른 대통령의 파면은 정당하다”는 탄핵찬성 측과 “명백한 법률위반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용서해야 한다”는 탄핵반대 측은 마주 보고 달려오는 폭주기관차처럼 충돌하고 있다. 더군다나 탄핵찬성 측은 진보를, 반대 측은 보수를 기치로 들고 있어 갈등이 쉽게 진화될 것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게 있다. 70년 아픈 역사의 한 토막이다. 1945년 해방 후 연합국은 모스크바 3상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은 협상을 체결했다. “… 한국을 독립국가로 재건하기 위해 먼저 남한임시정부를 수립한다. 임시정부와 협의한 후 5년간 미ㆍ영‧중‧소 4개국의 신탁통치를 한다….”

그러자 우리나라는 둘로 나뉘었다. 김구 중심의 임시정부 세력과 이승만 등 기득권 세력이었다. 기득권 세력은 ‘즉각 독립쟁취’라는 구호를 내걸면서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반탁反託은 애국, 친탁親託은 매국’이라는 여론을 만들어나간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북한의 김일성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반탁은 매국, 친탁은 애국’이라는 여론을 조성했다.

한반도가 친탁‧반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자 미국은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북한의 김일성도 단독정부를 수립했다.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국가가 두동강 나는 아픔을 겪은 셈이다. 더 나아가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것도 포괄적으로 보면 그 때문이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법이 없다. 하지만 1945년 이후 한반도의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익보다 민족의 장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졌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 지도자들이 친탁이든 반탁이든 국민 여론을 통일하고 수렴했더라면 지금처럼 남북한 2개 국가로 갈가리 찢어졌을까.

2017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다. 그런 가운데 남북한은 각각의 내재적인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한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으로, 북한은 세습화된 독재권력의 공포통치로 분열되고 있다. 이 모습이 뼈아팠던 ‘1945년 이후 데자뷔’이지 뭐겠는가. 반성과 회한이 든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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