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ㆍ사고 방지 대책 괜찮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라.” 국민이 이렇게 외칠 때마다 정부는 매번 ‘재발방지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재난대응 매뉴얼들을 내놨다. 그렇게 만들어놓은 재난대응 매뉴얼만 3400개가 넘는다. 2014년 정부는 이 매뉴얼들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점검결과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도 없다. 문제는 급하게 나온 매뉴얼이 백년을 내다볼 리 없다는 점이다.

사건ㆍ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한번도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대책들은 늘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거나 허점을 안고 있었다. 대개 사건ㆍ사고가 터진 후 한달을 채 넘기기도 전에 급히 대책을 내놓으니 당연한 결과다.

일례로 2011년 7월에 나온 구제역 방역 대책은 ‘구제역 발병 이후’ 대응이 가장 첫번째로 기술돼 있다. 하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구제역은 사육환경을 개선하면 발병률이 낮고 자연치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은 흔적이 없었다. 소나 돼지가 구제역에 잘 걸린다니까 ‘말 산업’을 육성하자는 내용도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 재발방지 대책도 마찬가지다. 대정전의 원인이 수요관리 실패에 있었음에도 정부는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정부 스스로 되지도 않는 점쟁이 노릇을 자처한 셈이다. 대정전 당시 최대 공급가능 전력은 최대 전력수요보다도 많았지만, 발전기 점검보다 발전 설비 증설로 가닥을 잡았다.

2016년 5월 내놓은 가습기살균제 재발방지 대책은 그나마 사건 진상규명이 오래 걸린 만큼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럼에도 대책은 기업이 신규 화학물질을 검사 없이 우회적으로 반입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 놨다.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도 최대한 손해배상액을 줄이려 피해자를 추리고 또 추렸다. 8월 11일 기준 정부에 공식 신고된 사망자 수만 1230명이지만 배상 대상자는 고작 18명이다.

세월호 수습대책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달을 넘긴 5월 19일에 나왔다. 골자는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신설하는 국민안전처에 흡수시켜 재난관리를 일원화한다는 거였다. 국민안전처가 없어서 우왕좌왕한 게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컨트롤타워를 포기했기 때문에 엉망이 된 거다. 그래놓고서는 책임 물을 기관을 만들겠다니 이만큼 엉성한 대책은 없었다.

매번 주먹구구식 대책만을 내놓을 게 아니라 명확한 원인분석, 원인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완전한 책임자 처벌 조치를 통한 신뢰 회복이 더 필요해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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