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재건축 둘러싼 현대건설 vs GS건설 자존심 싸움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이 불붙고 있다. 시공권을 두고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어서다. GS건설은 서초 재건축 시장의 ‘터줏대감’을, 현대건설은 이 지역의 ‘신흥강호’를 내세운다. GS건설은 수성守城, 현대건설은 공성攻城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포 싸움’의 승기는 누가 잡을까.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놓고 ‘한판승부’를 펼친다. 현장설명회에서는 9개사가 참여했지만 공사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자금력(혹은 동원력)에서 밀리는 건설사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건설사가 재건축 조합 측에 당장 내야 하는 입찰보증금만 해도 1500억원에 달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입찰 경쟁을 두 건설사의 자존심을 건 싸움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내부 분위기도 벌써부터 묘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지만 겉으로는 덤덤한 척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기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GS건설은 수성守城, 현대건설은 공성攻城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GS건설은 서초 지역 재건축의 강자로 통한다. 그동안 서초 지역에서 1000세대(기존 세대 기준) 이상의 재건축 공사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을 중심으로 대림산업이 간간이 치고 들어가는 형국이었다. 반면 2000세대 이상의 재건축 공사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의 독식이었다. 서초 지역 아파트 단지가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두 브랜드로 각인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현대건설(정수현 사장·사진 왼쪽))과 GS건설(임병용 사장)이 반포주공1단지를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시공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건설사의 브랜드 위상도 달라질 수 있어 자존심이 걸린 경쟁이다.[사진=뉴시스]

더구나 최대의 경쟁자인 삼성물산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래미안 철수설’이 한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데 이어 최근엔 오너(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공석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서초 지역 재건축 시장에서 1000세대 이상 단지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2015년 삼호가든3차 재건축 공사(424세대)와 2008년 반포미주 재건축 공사(280세대)를 수주한 게 전부다. 2016년 신반포1차 대규모 단지를 재건축했던 대림산업보다도 입지가 낮은 셈이다.

눈여겨볼 것은 현대건설의 입지가 낮은 게 경쟁에서 패한 탓이 아니라 참여율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2001년 미수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도를 맞고 워크아웃을 맞았다.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간 ‘현대건설 차지하기’ 경쟁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후에야 안정을 되찾았다. ‘건설 명가名家’의 간판을 달고도 큰 사업에 뛰어들 여건이 못 됐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경영상황과 자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엔 재건축 시장에 새 깃발을 꽂겠다는 심산이다.

반포주공1단지 잡으면 위상 달라져

그럼 왜 굳이 반포주공1단지일까. 1973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당시 한강 이남에 들어선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였다.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었고, 심지어 단지 내에 노선버스까지 다녔다. 아파트 내부는 가정부방이 딸린 구조로 중상류층을 겨냥했다. 태생부터 프리미엄 아파트였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에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은 전통적인 강남 부촌 재건의 최정점에 있는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총 공사비는 2조6411억원에 달한다. 대형건설사의 한해 주택건설 수주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지상 6층에 2120세대(전용면적 84~196㎡)인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이후 지상 최고 35층에 5388가구(전용 59~212㎡)로 변신한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차원의 수주전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결과는 향후 두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강남 부촌에 랜드마크를 지었다는 경험치, 한강변을 따라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브랜드 광고 효과, 향후 재건축 수주 경쟁에서의 우위 선점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맞물려 있다.” 수주만 하면 돈도 벌고 프리미엄 브랜드 홍보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건설사는 각각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강점들을 총망라해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일단 GS건설은 서초 지역에서 가꿔 온 ‘자이’ 브랜드의 강점, 반포자이와 경희궁자이를 비롯한 대규모 단지를 지어 봤던 경험, 철저한 준비과정 등을 최대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은 이미 3년 전부터 이 사업에 공을 들였다. KB국민은행과 8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 협약도 맺었다.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정비사업비(1조7000억원), 조합원 이주비(3조8000억원), 일반분양 중도금(3조2000억원) 등을 조달받는 내용이다. 시공사 선정 전에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을 진행할 은행을 미리 정해둔 건 이번이 업계 최초다. 입찰보증금과 입찰서도 가장 먼저 냈다.

GS건설이 내세우는 단지명은 ‘자이 프레지던스’로 ‘리더의 품격에 어울리는 최상의 단지’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런 만큼 국내 아파트 중 최고급 사양의 ‘중앙공급 공기정화시스템’과 인공지능형 IoT 스마트홈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SMDP)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단지 외관 디자인을 의뢰하고, 세계적인 조경 전문업체(EDSA)에 조경을 맡겨 단지를 특화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현대건설은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기업브랜드, ‘건설명가’가 보증하는 안전한 설계, 특화된 고급화전략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대건설은 한국신용평가 기준 등급이 ‘AA-’다. GS건설(A-)보다 높다. 반면 부채비율은 130.5%로 대형건설사 중 가장 낮다. 금융비용 조달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거다.

건설사 역량 총동원 된 경쟁

현대건설이 내세우는 단지명은 ‘디에이치 클래스트’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디에이치’ 아파트 중에서도 유일한 최고급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가장 먼저 내세운 건 ‘안전’이다. 진도8까지 견디는 내진설계와 전시 비상 대피시설(정부 비상 대피시설에 준하는 구조)을 적용한다.

인공지능형 홈로봇, 미세먼지 차단ㆍ제거 시스템, 제로에너지 커뮤니티 등 최고급 IT기술은 기본이다. 눈에 띄는 건 컨시어지 서비스다. 컨시어지 서비스 세계 1위 업체인 퀸터센셜리가 입주자들의 생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운영은 국내 고급아파트를 관리하는 타워피엠씨가 맡는다.

두 건설사가 내세우는 재건축 스펙만 본다면 조합 측도 머리가 아플 듯하다. 지금껏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건설업계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여서다. 결과는 27일 재건축 조합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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