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그럼 그렇지…” 이 말만은 안 듣겠다
“노조가 그럼 그렇지…” 이 말만은 안 듣겠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61
  • 승인 2017.10.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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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첫 종업원 지주사 한국종합기술 김영수 조합장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 탄생이 현실화됐다. 지난 9월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자회사였던 한국종합기술을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이들이 “투명경영이 가능할 것”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할 것” 등 기대와 우려를 품는다. 조금만 삐걱거려도 ‘경영은 노조가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하다. 김영수 우리사주조합장(노조위원장 겸직)은 “이제부터가 진짜 가시밭길”이라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영수 조합장의 속내를 들어봤다.

▲ 김영수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장은 “인수 완료 후 새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진짜 숙제”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오상민 작가]

혹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혹평했다. “될 일을 하라”면서 뜯어말리는 이들도 숱했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자회사였던 한국종합기술이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를 준비할 때 평가와 전망은 혹독했다. 하지만 예상은 깨졌고, 편견은 무너졌다. 지난 9월 29일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자회사였던 한국종합기술을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혹평이 찬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기자는 그날 김영수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장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김 조합장은 들뜬 기분을 억누르며 이렇게 화답했다. “전 한국종합기술 대표도 아니고, 노조위원장이자 우리사주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임직원들의 대변인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축하받을 일이죠.”

사실 8월 16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인수자금을 만드는 것도, 임직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칫 계약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돌았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김 조합장을 지난 10월 24일 상일동 사옥에서 만나 그간 걸었던 가시밭길과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로서의 미래를 물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단지 회사 인수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한 사람으로서 알고 있는 사실과 회사의 발전을 바라는 한명의 직원으로서 밝히는 개인적인 의견들일 뿐”이라는 점을 먼저 밝혔다.

✚ 애초 한진중공업홀딩스가 가진 지분(67.05%) 전체를 매입할 계획이 아니었나. 지분율이 좀 줄어든 것 같다. 
“맞다. 전체를 매입하려 했고, 600억원 중후반대의 금액이 필요했다. 인수 참여 확약서를 낸 사람은 전체 직원(반기보고서 기준 1176명) 중 921명이었다. 1인당 5000만원씩 내기로 했으니 약 46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거다. 160억~200억원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는데, 부족한 금액을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인수금융으로 마련하려 했다.”

✚ 잘 안 됐나. 
“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더 늘어날 줄 알았던 임직원 참여가 되레 줄었다. 사실상 첫번째 진통이었다. 그래서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항목을 넣어 확약서를 다시 받았다. 결국 807명이 2차 확약서를 제출했다. 매입 지분율이 계획보다 줄어든 이유다.”

✚ 참여가 줄어든 건 의외다. 
“종업원 지주제를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고, 제3자 매각만은 안 된다는 심정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다. 진짜 조합이 인수하게 될지 몰랐다는 이들도 있고, 자의로 확약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더라.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총부채한도가 묶여 대출 규제가 있을 거라는 얘기에 참여를 꺼리기도 했다. 각각의 사정을 어떻게 다 알겠는가.”

✚ 심적인 부담이 컸겠다.
“자칫하다가는 계약도 못하고 끝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 계약금을 먼저 부담해야 하는 이들로선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계약금은 물론 회사도 재매각 될 수 있으니 위험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임직원 120명이 5000만원씩 먼저 내놓고 계약금을 치르면서 우려가 일단락됐다.”

✚ 대출은 어떻게 진행되나.
“신용대출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울보증보험과 회사, 은행이 3자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보증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면 신용대출과 별개로 대출이 된다. 이자율은 보증보험료를 포함하면 약 3% 중반대다.”

✚ 조합에서 이탈하거나 투자확약서를 쓰지 않은 종업원의 경우엔 ‘무임승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런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것도 일종의 투자다. 투자자들은 회사 주가가 오르면 투자한 만큼의 결실을 가져간다. 따라서 투자를 안 한다고 그들을 다그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나. 개인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최대한 동참하자고 설득하는 게 최선이다.”

✚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한차례 선정을 연기했는데 이유가 뭐였나. 
“확약서만으로는 잔금 납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좀 더 강력한 증빙을 요구했다. 대출심사를 다 끝내놓고 은행에서 클릭만 하면 대출이 진행되는 약정서(LOCㆍLetter Of Commitment)를 요구했다.”

✚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랬다. 개개인이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작성한 확약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약서를 다시 받았을 때 100여명 이상 줄어들지 않았나. 결과를 놓고 보면 매각주관사의 입장을 이해할 만하다.”

✚ 계약날짜도 두번이나 연기된 걸로 안다. 어떻게 된 건가.
“한번은 조합 측이 연기했다. 앞서 말한 대로 다시 한번 확약서를 받아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 또 한번은 뭔가. 
“한진중공업홀딩스 측에서 연기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유추를 해보면, 홀딩스는 자회사인 발전3사(대륜 E&Sㆍ대륜발전ㆍ별내에너지)를 한국종합기술보다 먼저 매각하려 했다. 그런데 매각에 실패하자 한국종합기술 매각에 나섰고, (매각에) 성공했다. 그러면 굳이 발전3사를 팔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홀딩스의 발전3사는 LNG복합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성장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판단했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채권단과 조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인수 비용 외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든다는 걸 처음 알았다.”

▲ 한국종합기술 임직원들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사진=뉴시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서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인수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전문적인 부분이 너무 많고, 할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다행히 이쪽 분야를 잘 알고 있는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우리로선 행운이었다. 현재 기업가치도 재평가해야 하고, 이전에 없던 경영시스템도 새로 갖춰야 해서 컨설팅까지 받고 있는데 그 비용도 만만찮다. 향후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기업 인수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현실적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새로운 경영시스템의 뼈대는 나왔나. 
“아직은 기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계약이 완료되면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는 사표를 내야 한다. 이후 어떤 경영시스템이 만들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상장사 최초’의 부담감 커

✚ ‘상장사 최초의 종업원 지주사’라는 걸 감안하면 행보가 주목받을 것 같다. 
“그렇다. ‘노조가 주인이 됐으니 제 밥그릇만 챙기다 곧 망하겠구나’ 하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더구나 종업원 지주제로 운영하는 비상장사들이 이미 꽤 있다. 그 기업들보다 못한 선례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건 임직원들 모두 마찬가지다.”

✚ 주주들이 조합 측의 바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주주들도 신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길 당부드린다. 투자자가 탄탄하게 버텨줘야 우리도 새 한국종합기술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 개인적으로 바라는 미래상이 있는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대부분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다. 그 과정에서 경영은 불투명해졌다. 그러다보니 사측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해도 직원들은 믿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투명한 기업이 되는 게 첫번째 과제가 아닌가 싶다.”

✚ 투명한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건 아니다. 
“난 조금 다르게 본다. 경영이 투명성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영속성이 담보될 거라 생각한다. 좀 더 길게 보면 온갖 비리가 만연한 건설업계까지 투명하게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과정을 혹독하게 거치다보면 주주, 종업원, 지역주민들에게도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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