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도 렌털 나름

2015년 의류렌털 붐이 일었다. “옷을 소비가 아니라 경험하는 시대”라며 의류렌털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창업한지 1~2년도 안 돼 문 닫는 업체가 속출했다. 렌털시장은 급성장하는데 의류렌털은 재미를 보지 못한 셈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이유를 분석했다.

▲ 일상복을 빌려 입는 의류렌털 붐이 일었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옷, 이제 사지 말고 빌려 입으세요.”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2015년 패션업계에도 렌털 붐이 일었다. 실제로 의류를 포함한 개인ㆍ가정용품 렌털시장은 5조5000억원(2016년 기준)대로 성장했다.


의류렌털 시장을 개척한 건 2015년 창업한 원투웨어, 더클로젯, 코렌탈, 윙클로젯 등 스타트업이다. 주요 타깃은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는데 매번 새옷을 사기에는 비용이 부담되고, 쌓여가는 옷을 둘 곳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20~30대 여성이었다. 스타트업들은 평균 4만~10만원의 정액제 상품에 가입하면 한달에 4~5벌의 옷을 대여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했다.

원투웨어의 예를 들어보자. 이 스타트업은 신진 디자이너나 백화점 브랜드 옷을 주로 취급했다. 소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품을 선택하면 서울 강남구ㆍ서초구ㆍ관악구 등에 한해 무료 배송을 제공했다. 전문 세탁업체와 제휴해 반납된 제품을 세탁하고 개별 포장 관리했다.

시장이 형성되자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11번가의 SK플래닛은 2016년 프로젝트앤을 론칭했다. 프로젝트앤은 자체 물류센터를 갖추고 업계 최초로 전국 배송을 시작했다. 매시즌 해외 명품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 최신 유행 제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의류렌털의 인기는 금세 식었다. 시장을 열어제친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다르지 않았다. 윙클로젯, 원투웨어, 코렌탈 등은 창업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수 15만명을 돌파했다”고 홍보했던 프로젝트앤도 정작 수익을 내지 못해 오는 5월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회사의 주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다”면서 “물류ㆍ유통ㆍ제품소싱 등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업체가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건 아니다. 특별한 날 입는 고가의 드레스나 명품 가방 렌털업체는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렸다. 롯데백화점이 2016년 문 연 살롱 드 샬롯이 대표적이다. 살롱 드 샬롯의 2월 매출액은 273%(전월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명품 브랜드 렌털시장이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성공사례가 아니다.

이승신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일상복 렌털시장이 자리 잡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20대를 주요 타깃으로 했지만 정작 이들은 저렴하고 트렌디한 SPA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구매력을 갖춘 30~40대에겐 굳이 빌리지 않아도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다양하다.” 의류렌털은 새로운 유통채널로 패션업계에 충격파를 줬지만, 봄날은 짧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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