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수익성과 안전성 밸런스 필요
원금 손실 최대한 막아야
자녀 등록금은 미리 준비
투자상품 대신 적금통장 활용

이번 상담 부부는 과거 재테크를 하면서 큰돈을 잃었다. 주식·펀드에 이어 부동산에서도 번번이 쓴맛을 봤다. 이 때문에 그간 재테크와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다시 마주해야 할 때가 왔다. 목돈이나 긴급자금을 만들려면 재테크가 필수여서다. 부부는 트라우마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재테크 재도전을 도왔다.

자녀 등록금 같은 단기 목표는 안전한 적금 통장을 활용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등록금 같은 단기 목표는 안전한 적금 통장을 활용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테크에 번번이 실패해 목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김양훈(가명·47)씨와 아내 이은희(가명·43)씨. 남편 김씨는 주식·펀드·부동산 등 여러 곳에 손을 댔지만 그때마다 적자를 봤고, 어쩔 수 없이 손절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부부는 은퇴 이후를 대비할 만한 자금을 준비하지 못했다.

문제는 부부의 걱정거리가 노후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연년생인 두 자녀(18·17) 중 첫째는 내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2년 뒤엔 둘째도 고3이 되는 만큼 부부는 연달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부터 급격히 오를 자녀의 사교육비도 감당해야 하는데, 부부로선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 불안해진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자문을 구했다.

먼저 필자는 부부와 함께 가계부를 재구성했다. 처음 가계부 상태는 이랬다. 부부의 소득은 640만원으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90만원(인센티브 월평균 50만원 포함)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50만원을 보태고 있다. 지출은 정기지출 609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50만원, 금융성 상품 17만원 등 676만원이다. 월평균 36만원 적자를 보는 셈이다.

부부는 1·2차 상담에 걸쳐 가계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정기지출 144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해 총 108만원(144만원-적자 36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보험료(72만→40만원)를 대폭 절감한 건 큰 수확이었다.

이를 통해 받은 해지환급금(1050만원)을 활용해 대출금(월 상환 55만→27만원) 일부를 갚고 신용카드 할부금(70만원·2개월분)을 전부 상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부부는 재무 목표 중 하나인 ‘대출금 상환’의 달성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이에 따라 부부는 나머지 목표인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에만 신경 쓰면 된다.

비정기지출은 예산을 세우지 않으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정기지출은 예산을 세우지 않으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 솔루션에 앞서 필자는 매월 50만원가량 지출하는 비정기지출의 구체적인 예산을 세워보기로 했다. 비정기지출은 말 그대로 ‘언제 쓸지 모르는’ 지출을 뜻한다. 결혼식·장례식 때 내는 경조사비가 대표적이고, 여행비·휴가비와 미용비·의류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부는 각 항목의 예산을 따로 정하지 않고 50만원을 주먹구구식으로 쓰고 있었다.

다른 상담자에 비하면 부부의 비정기지출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각 항목에 따른 평균 지출 예산은 짜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키는 대로 지출하게 되고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부부는 경조사비 120만원, 여행비·휴가비 120만원, 미용비·의류비 24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 120만원 등 총 600만원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월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50만원으로 맞아떨어진다. 두 자녀가 수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여행비를 다른 상담자들보다 적게 책정했다.

자! 그럼 이제 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보자. 먼저 노후 준비를 위해 부부는 주식에 월 8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자 김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주식에 직접 투자했던 김씨는 다시 재테크를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필자도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여유자금 108만원으로 자녀 등록금과 노후를 동시에 대비하는 건 쉽지 않다. 어느 정도는 수익성을 담보하는 투자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꺼리는 김씨를 위해 일단 대기업 같은 우량주에 소액 투자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꾀하기로 했다. 수익이 나면 액수를 조금씩 늘려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해를 보면 김씨는 주식 투자를 과감히 접기로 했다.

펀드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단 부부의 노후 준비를 위한 용도에 한정할 계획이다. 부부가 40대 중반까지 노후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공격적으로 노후를 꾸려 나가야 한다고 판단해 연금저축펀드에 월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의 상품이므로, 수익만 잘 나온다면 납입금 대비 많은 액수의 연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으니, 이제 두 자녀의 학자금을 마련해보자. 요즘 적금 금리가 무척 좋아졌다. 조건만 맞는다면 연 10~14%(세전 기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까지 등장했다. 당장 내년에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부에게 적금은 훌륭한 저축 수단이다.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데다 원금을 손실할 우려도 없어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이유로 부부는 적금 통장 2개를 신설해 각각 40만원·30만원씩 총 7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40만원짜리 적금은 첫째의 대학 등록금으로, 나머지 하나는 첫째의 논술학원 비용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첫째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두 적금은 자연스럽게 둘째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월 108만원으로 자녀 교육비 마련(적금 총 70만원),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30만원), 주식 투자(8만원)에 골고루 분배했다. 과거 재테크를 하면서 쓴맛을 봐서인지 김씨는 이번 상담 내내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이번엔 자녀의 대학 입학과 부부의 노후가 달려있어서 더 절실할 것이다. 아무쪼록 내년에 부부가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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