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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민영화 추진
정부 기능의 민간 이동 광의 민영화
尹 전력‧의료 구조조정과 같은 맥락
영국 등 주요국에선 재국유화 논쟁
아르헨 민영화 성공할 수 있을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재정 적자 축소를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재정 적자 축소를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민영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민영화했던 수도회사의 재국유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서도 민영화한 기업의 ‘재국유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영화를 두고 날카로운 전선이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흐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영화 찬반론을 살펴봤다. 

극우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도 비교적 온건한 주장을 이어갔다. 밀레이 대통령은 중앙은행 폐지, 법정화폐로 달러화 도입과 같은 극단적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지만,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에 온건파를 낙점했다.

그가 당선 이후에도 목소리를 높인 경제정책은 민영화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부처 18개를 9개로 줄이고, 주요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재나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찬성하는 진영의 논리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민영화는 재정 지출을 줄이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 둘째, 무임승차와 강제승차를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공공부문에 경쟁을 도입하면 경영의 효율화가 이뤄진다.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이를 통해서 세금은 줄고, 서비스 가격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무임승차는 생산비용을 분담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강제승차는 사용하지 않는 공공 서비스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도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민영화로 공공서비스의 가격이 오히려 올라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 둘째, 민간기업들이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셋째, 보편적이어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범위가 좁아진다. 민영화 반대론자들은 이를 통해서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오히려 전체 비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럼 1990년대 세계적인 민영화 신드롬의 결과는 어떨까. 최근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민영화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90년대엔 세계적으로 민영화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과 영국이 이를 이끌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1991년 ‘민영화는 공익에 도움이 될까’란 기사에서 “1980년대 말 세계 공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1850억 달러였고, 1990년에만 각국 정부가 공기업을 팔아서 250억 달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당시 12개 지역 전력회사를 100억 달러에 팔았고, 뉴질랜드는 통신사 등 국영기업 7개를 30억 달러에 팔았다. 

그런데 30여년이 흐른 지금 영국에서 에너지 회사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상하수도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재국유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민간회사들은 이윤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 2021년 에너지 위기로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영국에서만 30개 이상의 에너지 회사가 무너졌다.

일본에서도 2016년 전력 소매시장을 민영화한 이후 신전력사업자란 750개 민간회사가 등장했지만, 2021년 에너지 위기 이후 7곳 중 1곳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둘째, 공공재적 성격을 띤 상품이나 서비스가 민영화 이후에도 독과점적인 성격을 유지하면 가격 하락 요인이 없어진다. 영국은 1990년 지역 전력회사 12개를 민간에 매각했지만, 1980년대 이후 빅6 기업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경쟁이 더 약화했다.

네덜란드 싱크탱크인 TNI는 “영국의 빅6 에너지회사들은 2020년 영업이익을 10억 파운드 이상 늘렸지만, 2021년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가격 인상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의 ‘연료 빈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2월 현재 300만명 이상이 연료 빈곤 상태다. 영국 정부가 민영화해 만들어진 최대 상하수도 회사 ‘템스워터’의 경우 지속적인 수도요금 인상에도 부채가 140억 파운드(약 23조원)를 넘어서면서 재국유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공대위가 지난 11월 8일 지하철역에서 민영화 반대 시위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공대위가 지난 11월 8일 지하철역에서 민영화 반대 시위를 가졌다. [사진=뉴시스]

이런 측면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민영화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주요 정부가 ‘재국유화’를 논하는 상황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반대로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민간이 아닌 국가부문에서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그가 생각하는 민영화는 ‘공기업을 매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YPF와 같은 자원 공기업의 지분이나 소유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물론, 정부의 특정 기능을 민간 부문으로 이동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흥미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전력‧의료 부문의 구조조정 방안과 맥이 비슷하다. 밀레이 대통령의 민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건 우리의 상황과 맞닿아 있어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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