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➌
2017년 장미 대선 테마주
선거 1년 전부터 출렁거려
출마 가능성만 나와도 급등락
당선인 테마주도 결국 하락

# 정치 테마주의 꽃은 단연 대선 테마주다. 국정 운영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인 만큼 대선 레이스 내내 테마주가 판을 친다. 하지만 테마주가 만들어지는 요인은 역시나 단순하다. 시장은 유력한 대권주자와 맞닿아 있는 기업을 찾아내 연관성을 부여한다.

# 그 과정에서 사소한 관계라도 있는 기업이면 테마주로 엮인다. 그럼 대선 테마주의 끝은 어땠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 세번째 이야기에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정치 테마주의 흐름을 분석했다. 

대선 테마주도 급등 후 급락이란 패턴을 벗어나지 못 했다.[사진=뉴시스] 
대선 테마주도 급등 후 급락이란 패턴을 벗어나지 못 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視리즈 ‘정치 테마주 역사적 분석’ 파트2에서 2020년 총선에서 춤을 췄던 테마주의 흐름을 분석했다. 결론을 다시 말하면 ‘총선 테마주의 말로’는 형편없었다. 그럼 총선보다 더 중요한 대선 때의 정치 테마주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국정 운영자를 뽑는 선거인 만큼 결괏값이 달랐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46년 만에 ‘장미 대선(5월 선거)’을 치렀던 2017년 19대 대선 테마주의 흐름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초반 돌풍을 일으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두번째 대선에 도전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가장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테마주다.

대선 출마를 포기한 반기문 테마주의 분석 시점은 2016년 5~6월로 한정했다. 나머지 두 사람의 테마주 분석 시점은 테마주가 끓기 시작한 2017년 3월 1일부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온 5월 10일로 잡았다. 20대 총선의 테마주를 다룬 커버 파트2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직책을 그대로 썼다. 

■ 2017 대선 테마주➊ 반기문株 = 2016년 5월, 한국을 방문(5월 25일~30일)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면서 ‘반기문 테마주’가 들썩였다. 방한 직후 제주에서 열린 관훈 포럼에서 한 발언이 테마주에 불을 댕겼다. 당시 반 총장은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국민의)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고 말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말했던 1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자 ‘반기문 테마주’로 불린 보성파워텍·씨씨에스·차바이오텍·일야·성문전자·광림·큐캐피탈·지엔코 등 10여개 기업의 주가가 들썩였다. 이중 ‘반기문 테마주’의 대표적인 기업은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보성파워텍이었다. 이 회사는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재직해 테마주의 대장으로 꼽혔다.[※참고: 2016년 9월 반기호 부회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부회장직에서 사임했다.] 


의류·잡화 제조업체 지엔코는 반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라는 점이 떠오르면서 테마주에 포함됐다. 반 총장과 지역 연고가 같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된 기업도 있다. 종합유선방송 업체인 씨씨에스가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본사가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다.

그럼 ‘반기문 테마주’는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2016년 증시를 흔든 ‘반기문 테마주’의 흥망성쇠를 복기해보자. 반 총장의 테마주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건 방한 계획이 알려진 2016년 5월 11일 이후다. 대장주 보성파워텍의 주가는 그해 5월 12일 9150원에서 16일 1만4750원으로 수직 상승(61.2%)했지만 뒷심을 발휘하는 덴 실패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반 총장의 방한 첫날인 5월 25일에는 9960원을 기록하며 1만원대를 내줬다. 이후 반짝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6월 2일 8670원으로 떨어지며 힘을 잃어버렸다. 22일 만에 테마주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거다. 이 회사의 주가는 그해 9월 1만3000원대로 반짝 상승했지만 2017년 2월 반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2900원대로 하락했다. 정치 테마주의 씁쓸한 말로였다. 

■ 2017 대선 테마주➋ 안철수株 = 이번엔 2016년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당선 이후 최고의 주가를 달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를 살펴보자. 안랩을 빼놓고 ‘안철수 테마주’를 논하긴 힘들다. 안랩은 안 대표가 1995년 창업한 정보보안업체다. 안 대표는 이 회사의 지분 186만주(18.6%)를 가진 대주주이기도 하다.

2017년 5만원 후반에서 6만원 초반대를 횡보하던 안랩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대선을 두달여 앞둔 3월께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다가오자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돌입했기 때문이었다. 2017년 3월 2일 6만50 00원이었던 안랩의 주가는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3월 23일 10만원대(10만6600원)를 넘어서더니 31일에는 14만7300원으로 치솟았다. 한달 사이에 주가가 두배(126.6%) 이상 급등한 셈이다. 

하지만 4월에 들어서자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 14일 9만2600원을 기록하며 10만원대가 무너진 후 내림세에 속도가 붙었다. 4월 24일 7만9600원, 5월 2일 6만200원, 19대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엔 5만7800원으로 하락했다. 4월 초 주가가 14만5200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한달 만에 주가가 60.1% 떨어진 거다. 

또다른 안철수 테마주인 써니전자(전자부품 제조기업)의 주가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3월 초 4725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4월 10일 819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5월 10일 3030원으로 떨어졌다. 한달 새 주가 변동폭은 -63.0%에 달했다. 

■ 2017 대선 테마주➌ 문재인株 = 마지막으로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를 살펴보자. ‘문재인 테마주’의 대장은 우리들제약(현 팜젠사이언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지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여기에 문 대표가 설립했던 법무법인이 법률자문을 맡았다는 인연도 있었다. 

이 회사가 상승세를 탄 건 2017년 3월께다. 3월 초 1만5800원이었던 주가는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3월 31일 2만7300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문 대표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 회사의 주가는 어땠을까. 이내 고꾸라졌던 여느 테마주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흥미롭게도 그렇지 않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우리들제약의 주가는 3월 31일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4월 10일 1만7900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 대표의 대통령 당선 소식이 알려진 5월 10일엔 주가가 20.7%(종가 1만2200원) 폭락했다.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테마주의 끝은 하락세였다는 거다. 테마주를 ‘속빈 강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테마주로 언급된 종목 중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특히 정치 테마주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운 좋게 급등세에 올라타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는 투자로 올린 성과라고 보기 힘들다”며 “요행을 노린 테마주 투자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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