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tuary 레파트 알라리르
팔레스타인 시인 폭격에 사망
세상 떠난 시인 한달 전 시 남겨
If I Must Die : 내가 죽으면
전쟁 비극으로 유언 됐지만
그럼에도 희망 품은 문학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의 시인 레파트 알라리르가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알라리르가 사망 한달 전 남긴 시 ‘If I Must Die(내가 죽어야 한다면)’는 그의 유언이 됐다. 평생 ‘시가 희망이 되길’ 꿈꿨던 그의 소망처럼 가자 지구에선 포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

폭격으로 연기 치솟는 가자지구.[사진=뉴시스]
폭격으로 연기 치솟는 가자지구.[사진=뉴시스]

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문예창작 교수였던 레파트 알라리르(Refaat Alareer)가 지난 12월 6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공습으로 그의 형제, 여동생, 여동생의 네 자녀도 생명을 잃었다.

1979년 9월 23일 가자 시티에서 태어난 알라리르는 팔레스타인 문화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가자 지구 출신의 젊은 작가들의 삶을 담은 단편 소설 모음집 「Gaza Writes Back」의 편집을 맡았다.

영국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와 SOAS 런던대에서 수학한 알라리르는 가자 이슬람대에서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후세대를 위한 지식과 문화의 전달자로 활동했다. 아울러 그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We Are Not Numbers’라는 비영리 단체를 공동 창립할 정도로 시민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공교롭게도 그가 사망 한달 전 발표한 시 ‘If I Must Die(내가 죽으면)’는 유언이 돼버렸다. 시의 전문을 보자. 

If I must die
you must live
to tell my story
to sell my things
to buy a piece of cloth
and some strings,
(make it white with a long tail)
so that a child, somewhere in Gaza
while looking heaven in the eye
awaiting his dad who left in a blaze –
and bid no one farewell
not even to his flesh
not even to himself –
sees the kite, my kite you made, flying up
above
and thinks for a moment an angel is there
bringing back love
If I must die
let it bring hope
let it be a tale.


내가 죽으면
너는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줘
내 물건을 팔아
천과 끈을 사서
(긴 끈이 달린 하얀 것으로 만들어줘)
눈에 하늘을 담은
가자 지구 어딘가에 있을 아이가
누구에게도
그의 육신에게도
그 자기 자신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못 하고
포화 속에서 사라져 버린 아빠를 기다릴 때
네가 만든 내 연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잠시 동안 천사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아빠를 다시 데려올 천사를
내가 죽어도
희망이 되게 해줘
이야기가 되게 해줘

[번역 뉴스페이퍼]


시에서 알라리르는 자신이 혹여 죽더라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꿈꾼다. 포화 속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아 연을 날려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위로를 주길 바란다.

알라리르의 소망처럼 이 시는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상징’이 됐다. 일종의 유언遺言이 된 그의 시가 가자 지구의 슬픔과 참혹함을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개최한 반전시위에서도 참가자들은 이 시를 낭독했다. 알라리르의 꿈이 포화가 멈추는 계기가 될 순 없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기자 
lm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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