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노란봉투법 갑론을박 분석
尹 거부권 행사로 논쟁 격화
野 노란봉투법 재추진 선언
노란봉투법의 왜곡과 오해
불법파업 조장이란 꼬리표
하지만 사용자 정의 현실화해
개별 손해배상 책임도 명확화
법적 제도적 개선점 담겨 있어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이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관련 기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다룬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댓글이 빠지지 않습니다. 더스쿠프가 지난 2월 노란봉투법을 다루는 기사를 썼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연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일까요? ‘반론에 반론: 댓글에 답하다’ 노란봉투법 편을 살펴보시죠.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는 노란봉투법을 무턱대고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는 노란봉투법을 무턱대고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벌인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는데도 손해배상청구를 못하게 하는 법이다.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고, 공정하지 못한 법이다. 절대 통과돼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게재한 더스쿠프 기사 ‘노란봉투법의 진실 1ㆍ2편(통권 534호)’에 달렸던 댓글의 일부입니다. 노란봉투법이란 ‘노조의 불법적인 파업으로 손해를 입은 사용자(기업)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 이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을 말합니다. 

올해 초 게재한 기사의 댓글을 꺼내든 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노란봉투법은 정치권의 큰 쟁점이었습니다. 개정안 국회 통과(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12월 1일), 국회의 재투표와 부결(12월 8일), 더불어민주당의 노란봉투법 재추진 선언 등이 숨 가쁘게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다룬 기사에는 어김없이 앞에 언급한 내용의 댓글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노란봉투법을 두고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각자의 관점에서 비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정말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법이고,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며, 공정하지 못한 법이라는 몇몇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겁니다. 더스쿠프가 과거 기사의 댓글을 곱씹어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이번에 국회를 통과했던 노조법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볼까요. 개정 내용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 노조법 제2조 제2항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사용자의 개념을 종전보다 확대한 겁니다. 

둘째, 노조법 제2조 제5항에 있는 노동쟁의의 정의에서 ‘노조와 사용자 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바꿨습니다. 결정이라는 단어를 뺀 거죠. 

끝으로 노조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두개의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 노조법 제2조 = 여기서 확실히 짚고 가야 할 게 있는데요. 첫째 개정 사항인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뭔가 새로운 걸 도모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법원은 다양한 판례를 통해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와 명시적ㆍ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 한정하지 않고,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10년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입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문제 삼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대법원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올해 초엔 서울행정법원(1심)이 CJ대한통운을 택배노동자들의 사용자로 보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 판결의 근거가 바로 2010년의 대법원 판결이었습니다. 

요약하면 법원 판결을 통해 사용자의 범위는 확대한 지 오래란 겁니다. 그러니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노조법 제2조 제2항의 개정 사항은 판례에 맞춰 법을 정비하는 것에 불과하단 겁니다. 

둘째 개정 사항인 제2조 제5항 노동쟁의의 정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복잡할 수 있는 이 문제는 좀 더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실질적인 사용자성을 가진 사용자(원청)’가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도, 혹은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라면’ 하청 근로자들이 그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쟁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부당노동행위를 가한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노동자는 노동쟁의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노란봉투법에는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에는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일례로 지난해 12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로 인정했지만 단체협약이나 노동쟁의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성은 부정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근로조건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죠. 

이에 따라 이번 개정은 사용자성이 법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함의가 큽니다. 단순히 노동쟁의의 요건을 완화해 ‘파업’을 양산하는 개정안이 아니란 겁니다. 

■ 노조법 제3조 = 그렇다면 노조법 제3조는 어떨까요? 우선 사용자가 노조의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면서 제3자인 신원보증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당연히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개인의 판단까지 신원보증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요.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연좌제의 부활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결국 남는 쟁점은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개별적인 귀책사유와 기여에 따라 범위를 정하라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서 노조의 누가, 어떤 손해를, 얼마나, 어떻게 끼쳤는지 정확히 산정해서 그에 따라 책임을 물으라는 겁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그걸 어떻게 특정하고,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면서 “그러니 결국 손해를 묻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현행 민법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건이 분명히 정해져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가 있을 것,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있을 것, ▲가해행위가 위법할 것, ▲가해자의 행위에 의해 손해가 발생할 것 등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가해자의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특정되고, 피해자가 어떤 손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민법에도 있는 걸 노조법에도 적용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요? 

물론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를 마구잡이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하청노동자 5명에게 470억원이라는 현실적으로 받아낼 수도 없는 금액을 청구했습니다. 이런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것 외에 어떤 목적도 달성하기 힘듭니다. 또다른 부당노동행위일 뿐이라는 거죠. 

자! 이제 결론을 말해볼까요?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노란봉투법 그 어디에도 불법파업을 용인하는 내용은 없고, 현행 노조법에서도 불법파업은 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현실화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현실화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일부에선 국내법이 서구 국가들의 법에 비해 노조의 파업에 너무 관대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과의 비교만으로 국내법의 부당함을 주장할 일은 아닙니다. 노동법이나 노조법 등에선 명확하게 글로벌 스탠더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국제노동기구(ILO)와의 협약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ILO의 기준보다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끝으로 한가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누군가는 노조의 파업 자체를 비난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노조의 파업은 사용자와의 협상이 결렬됐을 때 회사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최종 보루로, 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행위입니다.

바꿔 말하면 노조의 파업엔 근로자의 무기는 파업뿐이니 그거라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에 ‘파업의 왜곡된 의미’가 끼어들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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