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은퇴 앞둔 부부의 재무상담
쉽지 않은 생활비 다이어트
생활비 지출 줄이고 싶다면…
배달음식 주문 횟수 살펴야
치솟은 외식물가에 부담 커져
배달음식만 줄여도 지출 감소

많은 가계가 과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이럴 땐 한달에 몇번이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식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당신도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을지 모른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장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무심코 이용하는 배달음식은 생활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심코 이용하는 배달음식은 생활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를 앞둔 가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은퇴 후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직장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KB금융연구소가 지난 11월 발표한 ‘노후 준비 진단과 거주지 선택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전 가구(3000명)가 희망하는 은퇴 나이는 평균 65세였지만 실제 은퇴 나이는 55세로 10년이나 빨랐다.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예상보다 짧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노후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답한 가구의 비중은 52.5%로 절반이 넘었다. 노후준비가 어려운 이유로는 ‘소득 부족’이 57.1%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경제 불확실성·물가상승(48.2%)’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가능성(41.3%)’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37.5%)’ 등이 있었다. 은퇴 후 필요한 적정 생활비는 월 369만원으로 조사됐다. 2018년 조사 결과인 263만원보다 133만원(56.3%) 늘어난 수치다.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장성호(가명·54)씨 고민도 은퇴와 노후준비다. 장씨는 내년이면 실제 은퇴 나이인 55세로 접어든다. 하지만 은퇴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대학교 2학년인 아들과 고등학생인 딸을 두고 있어 교육비 부담은 여전하다. 교육비라는 고비를 넘어도 ‘아이들 결혼’이란 큰 산이 남아있다. 

올해 2월 한 결혼 정보회사가 실시한 ‘결혼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은 3억3050만원이었다. 신혼집 마련에 가장 큰 2억7977만원이 들고, 혼수(1573만원), 예식장(1057만원), 예물(739만원)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했다. 결혼비용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은 지원해 줘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장씨의 걱정을 이해할 만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장씨 부부가 열심히 아끼고 살았다는 거다. 빠듯한 생활에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았고,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도 모두 상환했다. 그럼에도 노후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불안함을 느낀 부부가 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1차 상담을 통해 살펴본 부부의 재정 상태를 다시 한번 짚어보자. 부부의 소득은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 460만원(상여금 1000만원 제외)이 전부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395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65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 총 550만원을 사용했다. 한달에 9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었다. 지금까지는 1000만원 가량인 남편의 상여금으로 적자를 메웠지만 앞으로 가 걱정이었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2016년 6월부터 30개월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식물가 상승률이 2016년 6월부터 30개월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 중점을 둔 탓이었다. 큰아이 적금으로 850만원, 작은아이 적금으로 960만원을 모은 게 전부다. 월 10만원씩 쌓고 있는 비상금 통장에는 90만원밖에 들어있지 않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자녀 교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 두가지다. 

사실 장씨 부부의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 외벌이를 하는 탓에 소득이 적은 데다 자산도 많지 않다. 시세가 3억7000만원인 아파트를 더해도 장씨 부부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3억8900만원이다. 지난 7일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이 발표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 5억2727만원과 비교해 1억4000만원 이상 적은 규모다.

그래서 필자와 부부는 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했다. 아내 김수연(가명·45)씨의 나이가 젊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슬하의 자녀들도 다 커서 예전처럼 부모의 손길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경력 단절 기간이 긴 김씨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20대 초반에 직장 생활을 한 이후 대부분을 주부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게 맞다. 

다행히 아내 김씨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1차 상담 이후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곳에 이력서를 냈고, 운 좋게도 대형 마트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다.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산원으로 근무하면서 월 2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월 8회 휴무를 쓸 수 있고, 정규직이어서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경력 단절 기간이 긴 김씨에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지출은 줄여야 한다. 부부는 1차 상담에서 알뜰폰으로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꾸는 방법으로 월 36만원이었던 통신비를 19만원으로 17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출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월 120만원을 쓰는 생활비다. 부부는 생활비의 대부분을 식비에 사용하고 있었다. 아들이 군대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3명이 쓴 금액인데, 과도한 부분이 없지 않다. 

과한 식비의 원인은 역시나 외식과 배달음식이었다. 부부는 주말에는 대부분 외식과 배달음식을 끼니를 해결했다. 주중에도 야식을 자주 시켜 먹었다. 일주일에 한두번 먹는 배달음식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외식물가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배달비를 더하면 한마리에 3만원대를 육박하는 치킨을 한달에 서너번만 시켜 먹어도 10만원은 쉽게 쓴다. 가격대가 높은 다른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할 경우 수십만원을 쓰는 건 일도 아니다. 이에 따라 부부는 외식과 배달음식을 멀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생활비를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1차 상담에서 줄인 통신비 17만원을 더하면 47만원을 아낀 셈이다. 월 90만원이었던 적자는 절반 수준인 43만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2차 상담에서 장씨는 아내 김씨가 일을 하면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필자는 지출 다이어트를 고집했다. 소득이 증가하면 지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씨 부부는 재무조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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