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안창남의 생각⓴
과세기준 주택 수의 모순
담세력 무시한 묘한 세금 구조
지방 대놓고 차별하는 세법
주택 수 기준 종부세의 모순
시가 적은 3주택 소유자 종부세
시가 큰 2주택자보다 많을 수도
담세력에 따른 공평 과세 불가능

세금은 사실상 나라가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구조다. 그래서 세법은 납부 능력(담세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나라가 세법을 부동산 투기 방지 등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땐 더 그래야 한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는 담세력이 아닌 ‘주택 수’를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사진=뉴시스]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사진=뉴시스]

세금은 납세자의 재산을 국가권력이 주는 것 없이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그 구조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이는 담세력擔稅力(ability to pay), 이를테면 세금은 납부 능력에 따라 부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율 구조로 짜여 있다. 부가가치세는 누가 얼마만큼 소비하는지와 무관하게 같은 세율을 적용하지만 서민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은 면세하는 제도를 보완적으로 두고 있다. 물론 부가세 역시 총액으로 보면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많이 내는 구조다.

그런데 세법이 세입예산을 충당하는 도구를 넘어 부동산 투기방지 등 행정규제의 수단으로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는 담세력과 상관없이 ‘주택 수’를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한다

아파트의 경우를 들어보자. 양도소득세는 1세대 1주택의 경우 12억원까지 비과세한다. 고가의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은 12억원 모두 비과세 대상이지만,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방은 그 집값만큼만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세법이 서울과 지방을 대놓고 차별한다. 이게 합리적일까. 차라리 서울이든 지방이든 12억원 모두를 공제받도록 해야 담세력에 부합한 제도라고 본다. 이 경우 공제받지 못한 지방아파트 소유자는 다른 부동산을 양도할 때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 된다. 

만일 세법상 주택으로 간주하는 오피스텔 1채가 있는 경우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12억원 상당의 아파트(취득가액 5억원)를 가지고 있는 자가 추가로 30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 1채가 있다고 하자. 이러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때 아파트를 양도한다면 양도차익 7억원에 해당하는 세율 42%을 적용하면 대략 2억5800만원의 세금이 나온다. 3000만원 짜리 오피스텔 때문에 2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게 논리적일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꼴이다. 결국 세법이 오피스텔을 사지 말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세법에 이런 권한이 있기는 하는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도 유사하다. 부동산 투기방지를 위해 담세력 측정을 주택 가격이 아닌 주택 수로 하도록 짜여져 있다. 예를 들면, 2주택 이하의 최고세율은 1000분의 27(2.7%)인 반면 3주택 이상은 1000분의 50(5%)이나 된다. 

자칫하다간 2주택의 시가가 50억원이고 3주택의 시가가 40억원이라고 할 경우, 자칫 시가가 적은 3주택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가 시가가 큰 2주택자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담세력이 많은 자에게 오히려 세금을 줄여주는 역진과세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법이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지금처럼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똘똘한 1주택’, 특히 서울 강남권의 수요를 더욱 부추겨서 주택 가격 안정화를 방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든 종합부동산세제가 오히려 역진적인 세제란 비난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부부가 각각 1주택을 소유하는 경우보다 해당 주택을 부부 공동 명의로 한 경우 세금 부담이 훨씬 많도록 설계돼 있다. 주택 수가 기준이라서 부부가 각각 2채를 소유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부공동명의가 바림직함에도 세법은 여기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2022년 세법개정으로 2주택까지는 소유 형태와 무관하게 세금액이 동일하지만, 시골의 허름한 주택이라도 취득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담세력에 따른 공평 과세가 가능할까.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보다는 주택 가격을 중심으로 과세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제에서 사용하고 있는 세부담 상한제를 고쳐야 한다.

예를 들면 오피스텔 3000만원 때문에 1세대 2주택이 되는 경우, 해당 양도소득세는 원인을 제공한 오피스텔 가격에 일정한 ‘율率’을 적용한 금액을 양도소득세의 상한선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부 공동명의 소유나 각자 소유는 그 본질이 동일하므로 세액도 같아야 한다.

‘똘똘한 주택 1채’ 선호 현상이 유행하는 건 불합리한 과세 제도 탓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똘똘한 주택 1채’ 선호 현상이 유행하는 건 불합리한 과세 제도 탓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모름지기 세법구조는 비례의 원칙, 이른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준수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세제는 수단의 적절성과 침해의 최소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부동산세 부담의 증가는 전월세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주택 보유자의 부담 증대로 이어진다. 특히 주택 수요가 비탄력적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 부담의 전가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지점에 젊은층의 혼인 기피와 출생률 저하가 있음을 정책당국은 아직도 알지 못하는 걸까.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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