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유류세 인하조치 함정 1편
저소득층 난방연료 ‘등유’
文 정부에 이어 尹 정부서도
유류세 인하 대상선 제외
최대 할인 적용됐기 때문
저소득층 지원 차원에서
에너지바우처 확대했지만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만큼
효과 크지 않다는 게 문제
등유 소비층 위한 대책 필요

등유가격 인상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등유가격 인상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2021년 11월 이후 일곱 차례 연장이다. 유류세 인하조치는 휘발유와 경유, LPG의 유류세를 낮춰주는 거다. 목적은 ‘서민 경제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 그런데 유류세 인하조치엔 등유가 빠져 있다. 2년 전부터 그랬다. 등유가 저소득층 가구의 난방연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이상하다. 등유가 쏙 빠진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視리즈 유류세 인하조치의 함정 1편이다. 

기획재정부가 12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조치를 2021년 11월에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차 연장이다. ▲불안한 중동정세, ▲국제 수급 상황에 따른 유류가격 불확실성 증대, ▲물가 불안요인 상존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언제 요동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류세율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국민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좀 더 연장하겠다는 거다. 사실 2년 전 정부가 유류세를 낮추기로 한 이유도, 정치권이 정부에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압박한 배경도 바로 ‘고유가에 따른 서민경제 위축’이었다. 

그런데 일부에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서민이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말일까. 그건 바로 등유를 두고 나오는 얘기인데, 이를 이해하려면 등유의 경제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등유는 원유를 증류했을 때 휘발유 다음에 추출되는 석유제품이다. 등유 다음엔 경유가 추출된다. 끓는 점이 경유보단 낮고, 휘발유보단 높아서다. 휘발유와 경유는 주로 수송용이나 발전용으로 쓰인다.

반면 휘발유보다 독성이 적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기름으로 취급받는 등유는 주로 난방용으로 쓰인다. 가정용 기름보일러를 비롯해 상업용 보일러, 농업용 난방기나 건조기 등에 쓰이는 게 바로 등유(보일러 등유)다. 팬히터나 난로에 사용하는 것도 등유(실내등유)다.[※참고: 실내등유는 유황 함유량이 적어 실내에서 사용하기 용이하다.]

실제로 등유의 소비는 농번기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표➊ 참조). 한국석유공사(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내 등유 소비량은 5억2262만 리터(L)였다. 그런데 4월엔 1만L 이하로, 7월엔 6000만L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 8월부터 다시 소비가 조금씩 늘기 시작해 12월에 다시 4억8719만L를 기록했다. 

■ 저소득층과 등유의 상관관계 = 물론 등유 소비자가 많지는 않다(표➋ 참조). 석유제품 가운데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건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46.4%ㆍ한국석유공사 2022년 자료 기준)다. 다음으로 경유(17.4%), LPG(13.7%), 휘발유(9.8%) 순이다. 등유는 1.3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등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 비중은 낮지만, 사용자 대부분이 ‘저소득층 가구’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올해 3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에너지경제연구’에 실린 ‘난방용 연료의 소비 특성 및 탄소세 도입 시 가구 파급효과(일반 등유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보면 저소득층 가구와 등유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이 논문엔 등유 소비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기술돼 있는데, 그 특성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택 가치가 높을수록, 아파트일수록 등유의 사용 확률은 낮아진다. 21세부터 연령이 높을수록, 고령자일수록 사용 확률이 높아진다. 가구주가 남자일수록, 기혼이 아닐수록 사용 확률이 높다. 가구주가 상용직일 경우 사용 확률이 낮아진다.”

여기서 논문은 “등유의 사용 여부는 소득 그 자체보다는 주거양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석을 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값싼 일반주택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독거노인(특히 남성)일수록 등유 사용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이런 가구가 저소득층일 공산이 크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 등유가 유류세 인하서 제외된 이유 = 자, 이쯤에서 다시 유류세 얘기로 넘어가 보자. 지난 2년간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여기에 등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등유에 붙는 유류세는 개별소비세(63원)와 교육세(9.45원ㆍ개소세의 15%)가 있는데, 2014년 7월 조정한 후 바뀐 적 없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유류세를 낮췄는데, 등유는 10년간 그 대상조차 아니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시에도 이미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L당 90원에서 63원으로 30%까지 낮춰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추가 인하는 어려웠던 것”이라면서 “지금도 상황은 같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년 전 유류세를 낮출 때도 취약계층을 위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등유를 제외한 유류세 인하조치를 실시했다. 물론 등유 소비자인 저소득층을 위한 추가 대책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저소득층의 난방비 지원을 확대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유류세 인하조치의 함정 2편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짚어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