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023년 문학계 이슈
문학계 명암과 논란들
활력 찾은 문학 행사들
세계에서 빛난 K-작가
도서정가제 합헌 논란
서울국제도서관 파문
곱씹어야 할 이슈 많아

2023년은 팬데믹으로 숨죽였던 문학계가 활기를 다시 찾은 한해였다. 전국 단위의 문학행사들이 활발하게 열리고 K-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이 범람하고, 도서정가제 합헌, 알라딘 해킹, 블랙리스트 기억의 소환 등 곱씹어볼 만한 이슈도 숱했다. 더스쿠프와 Lab. 러터러시가 2023년 한해 문학계 이슈를 모아봤다.

2023년 문학계엔 빛과 그림자, 논란이 공존했다.[사진=Lab. 리터러시]
2023년 문학계엔 빛과 그림자, 논란이 공존했다.[사진=Lab. 리터러시]

■빛 : 대형 문학 행사 =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 목포문학포럼, 한국문학번역원 디아스포라 교류행사 ‘경계를 너머, 한글문학’ 등 문학계 내 대형 행사가 모두 성황리에 끝났다. 각 지역서점, 문학관별 행사들도 관객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지역서점, 독립서점, 독립출판페스티벌 등의 상황이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빛 : K-문학의 시대 = 한강 작가가 지난 11월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았다. 한강은 제주 4ㆍ3의 비극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에서 수상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역시 뉴욕타임스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뽑혔다. 백희나의 「알사탕」은 지난 5월 이탈리아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시상식에서 1년에 단 한 권만 선정하는 ‘올해의 책’의 영예를 안았다. 

■빛 : 출판인ㆍ작가 노조 = 출판인 노동조합과 작가 노조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출판계를 대표하는 조직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였다. 출판사 대표가 모인 사용자 단체인 두 조직은 출판노동자와 작가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작가의 저작권을 빼앗은 ‘출판계 표준계약서’를 공개하고, 인세 누락 등 불공정한 관행을 옹호해 작가와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 

작가만이 아니다. 출판노동자 역시 문화운동이란 미명 아래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출판노동조합과 작가노조의 발족은 출판노동자의 권리를 되찾는 새로운 바람으로 풀이할 만하다. 

■그림자 : 도서사업 축소 =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ㆍ문학’ 지원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자신들이 운영하던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을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51억원 규모의 문학도서를 사들여 보급하는 거였다.

문체부는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을 폐지한 게 아니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비문학 서적 보급 사업 ‘세종도서사업’에 편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 ‘세종도서사업’에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을 합쳤더라도 총예산은 10억여원 줄었다. ‘세종도서’는 출판사 관계자가, ‘문학나눔도서’는 작가들이 심사했다는 점에서 통합 절차가 적당했는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작가단체는 통합반대 성명을 냈다. 

■그림자 : 해킹 사태 = 한 고등학생이 알라딘이 보유한 전자책 72만권을 해킹했다. 이중 일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퍼졌다. 알라딘은 출판사에 위로금을 주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자파일이 한번 유통되면 끊임없이 재배포된다’는 전자책 유통의 취약점을 잘 보여준 사태였다. 보상 논의 과정에서 작가단체가 빠지고 알라딘과 출판사만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국내 작가의 취약한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림자 : 사과 없는 복귀 = 문제를 일으켰던 문인들의 사과 없는 복귀도 2023년에 있었다.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신경숙 작가는 지난 5월 신간 소설을 냈다. 신경숙 표절 사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신 작가를 옹호하면서 문단권력 논쟁으로 이어졌다. 신경숙 작가뿐만 아니라 성추문 논란을 일으킨 고은 시인 역시 새 시집을 냈다. 두 문인 모두 본인의 논란을 두곤 어떤 사과의 뜻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논란 : AI의 등장 =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AI)이 창작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해외 출판사들은 AI 소설의 투고량이 가파르게 늘자 ‘투고 시스템’을 폐지했다. 공병훈 협성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책 판매 플랫폼 ‘알라딘’에서 유통하는 전자책의 80%가 AI 소설이었고, 이마저도 출판사 1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AI의 충격이 출판문학계에도 일기 시작했다. 

■논란 : 서울국제도서전 논란 = 지난 6월 열린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웃지 못할 사태로 얼룩졌다. MB정부 시절 ‘작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오정희 작가가 홍보대사로 선정된 게 불씨였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도서전에 방문한 작가들은 경호원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끌려나왔다. 블랙리스트 논란과 무관하게 ‘김건희 여사가 도서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촌극이었다. 문학기자들은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를 통제당했다.

■논란 : 도서정가제 합헌 = 헌법재판소가 도서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할인 범위를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가격 할인 제한은 10%, 마일리지 등 경제적 혜택도 5%를 넘길 수 없다. 위반시 판매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1회씩 무료로 전환하는 웹소설과 웹툰의 ‘기다리면 무료’ 마케팅은 더 이상 펼칠 수 없다. ‘기다리면 무료’로 성장해온 웹소설과 웹툰으로선 치명타를 입는 셈이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
lmw@
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