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펴지 못한 폴더블폰 자화상
폴더블폰 점유율 수년째 정체
혁신 후 확장에 어려움 겪어
대중화 성공한 애플 에어팟
폴더블폰과 무엇이 달랐나

폴더블폰과 에어팟. 두 제품은 모두 기존 제품의 고정관념을 뒤집을 정도의 혁신성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폴더블폰은 출시한 지 4년이 흘렀음에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고,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 시장을 상징하는 ‘대표 제품’이 됐습니다. 두 제품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은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두 제품의 역사를 추적해 봤습니다.

에어팟은 강력한 편의성으로 이어폰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사진=뉴시스]
에어팟은 강력한 편의성으로 이어폰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사진=뉴시스]

2019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스마트폰 업계는 폴더블폰 얘기로 물들었습니다. 화면을 접어서 쓸 수 있다는 폴더블폰의 혁신성은 소비자의 마음에 ‘폴더블폰이 스마트폰의 미래’란 관념을 심어놓기에 충분했죠. 소비자들이 십수년간 벽돌 모양의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을 경험해 왔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건 당연히 삼성전자입니다. 지금까지 출시한 폴더블폰 모델만 10개에 달합니다. 시장 점유율도 26.7%(2023년 2분기 기준)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폴더블폰의 입지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210만대로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2억6800만대)의 0.7%에 불과합니다. 물론 전년 동기(190만대)보다 10.5% 늘어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분기 국내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290만대)의 3.7%인 11만대에 불과합니다(시장조사업체 IDC). 출시 초기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 폴더블폰의 성적표는 꽤 초라해 보입니다.

폴더블폰 시장의 발목을 잡는 건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비싼 가격대입니다. 지난 8월 11일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5는 139만9200원(이하 256GB 기준)으로 올해 초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115만5000원)보다 24만4200원 더 비쌉니다. 초창기 모델인 갤럭시Z 폴드1(약 230만원) 때보단 저렴해졌지만, 고사양 모델보다 가격이 비싸니 소비자들로선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폴더블폰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폴더블폰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물론 제조사들은 새로운 폴더블폰을 출시할 때마다 갖가지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5는 겉면을 가득 채우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폰을 열지 않고도 간단한 메신저나 사진 감상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편리한 기능을 늘려 폴더블폰의 쓰임새를 넓히겠다는 전략입니다만, 이 정도로 더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끌지는 의문입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폴더블폰의 핵심은 접는 폰이 아니라 펴는 폰”이라면서 “스마트폰을 펼칠 때 생기는 차별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폴더블폰은 이런 점에서 하이엔드 유저를 끌어올 만한 매력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시장을 관통하는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현재 무선 이어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애플의 사례와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곗바늘을 7년 전으로 되돌려 보죠. 2016년 9월, 애플은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자사 최초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선 이어폰 시장은 폴더블폰과 마찬가지로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세계 시장 규모는 100만여대에 불과할 정도로 협소했습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존 무선 이어폰의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목에 걸어서 쓰는 ‘넥밴드 타입’이 대부분인 데다 버튼을 눌러 쓰는 방식이어서 사용하는 게 꽤 불편했죠.

이런 상황에서 버튼은 물론 이어폰 단자와 줄까지 없앤 에어팟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비판 여론도 만만찮았죠. 에어팟은 기다란 외형 탓에 각종 매체로부터 ‘콩나물 이어폰’이란 조롱을 받았습니다.

당시 유선 이어폰들이 10만원을 넘지 않았던 상황에서 2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대도 약점으로 꼽혔습니다. 크기가 작아 분실 위험이 높고, 하루 5시간밖에 쓸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에어팟은 폴더블폰과 다르게 출시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당시 에어팟은 출시 2주 만에 전체 무선 이어폰 시장점유율의 26.0%를 차지했습니다. 무선 이어폰 시장도 2018년 3360만대(출하량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그중 에어팟 출하량은 2600만대로 전체의 77.3%를 차지했죠.

7년이 흐른 현재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는 건 당연히 무선 이어폰입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182억720만 달러(약 23조5965억원·시장조사업체 블루위브컨설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해 팔린 무선 이어폰만 어림잡아 3억대에 달합니다. 애플이 에어팟으로 이어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셈입니다.

에어팟과 폴더블폰의 공통점은 둘 다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혁신성’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두 제품의 희비가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폴더블폰과 20만원대 무선 이어폰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습니
다만, 폴더블폰이 에어팟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있습니다.

에어팟은 소비자의 편의성에 모든 기능을 집중시켰습니다. 전용 케이스에서 꺼내 귀에 꽂는 순간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고 페어링(기기 연동)이 바로 진행됩니다. 귀에서 빼면 재생을 멈추고, 다시 꽂으면 멈췄던 부분부터 음악을 이어서 들려줍니다. 엉킨 선을 풀고, 스마트폰에 꽂고, 재생버튼을 눌러야 하는 기존 유선 이어폰보다 훨씬 간편합니다.

애플의 이같은 전략은 젊은 소비자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에어팟은 ‘케이스에서 꺼낸다 → 귀에 꽂는다’로 이어폰 작동 방식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 편의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폴더블폰도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바꿀 정도의 강력한 매력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화면을 접거나 펼치는 기능만 제시하는 것에서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

자! 여기까지가 에어팟의 사례를 비춰 살펴본 폴더블폰의 현주소입니다. 폴더블폰은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써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는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전자를 비롯한 폴더블폰 제조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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