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한국경제 폭탄해체➋
전기요금 쳇바퀴 두번째 이야기
비정상 요금체계 바꾸는 게 정상화
정치 배제하고 변동성 관리해야

#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올 때면 국민 반응은 차갑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신년사에 “공기업이길 포기했느냐”는 비난 댓글이 쇄도한 건 그래서다.

# 하지만 이런 반응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기요금 인상’의 혼동에서 비롯된 오해다. 과연 ‘전기요금 정상화’는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전기요금 인상 폭탄의 쳇바퀴 두번째 편이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전기요금 인상과는 다르다.[사진=뉴시스]
전기요금 정상화는 전기요금 인상과는 다르다.[사진=뉴시스]

제법 많은 국민이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기요금 인상’을 혼동한다. 그럴 만하다. 역대 정부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든 입으론 ‘전기요금 정상화’를 말하면서도 정작 ‘전기요금 인상’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전의 경영 악화’는 단골 소재였다. ‘한전의 손실을 메우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식이었다. 한전이 지난 2년여간 수십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지금, 전기요금 인상론이 식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참고: 물론 한전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손실을 메우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세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결국 국민 돈으로 메워야 한다면 세금보단 전기를 쓴 사람들이 충당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전기요금 정상화는 전기요금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가 비정상적이니까 그걸 정상적인 체계로 돌려놔야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비정상의 정상화란 거다. 그럼 뭐가 그렇게 비정상적일까. 크게 두가지를 살펴보자. 

■ 포인트
전기요금 책정의 오류 = 우선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방식부터 이상하다. 어떤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요금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현행 전기요금에는 그런 변수를 적용하지 않는다.

값싸게 생산한 전기나 비싸게 생산한 전기나 최종 소비자요금은 똑같다. 심지어 송전 거리에 따른 차등조차 없다. 당연히 전기요금에 원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정확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 게 정치 논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전기 생산비용도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일례로 원자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전기생산비용을 따질 때, 정부는 늘 원전이 월등히 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2021년 6월 한국자원경제학회가 내놓은 ‘균등화 발전비용(LCOE) 메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LCOE는 원전이 ㎾h당 67.84원(중간값 기준), 태양광발전(3㎾급)이 ㎾h당 100.33원이었다.[※참고: LCOE란 각 발전설비의 수명과 각종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산한 실질적인 발전비용이다.]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원전에 환경비용이나 사고위험대응비용 등을 포함한 원전의 LCOE는 ㎾h당 97.55원이고, 2030년 후엔 원전의 LCOE가 태양광발전보다 비싸질 전망이다. 태양광발전은 에너지비용이 제로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전망이다. 이 내용은 ‘발 없는 원전이 애먼 태양광까지 왜곡했나(더스쿠프 통권 571호)’에서도 밝힌 바 있다.

■ 포인트
워낙 낮은 전기요금 = 산유국보다 낮은 전기요금도 이상하다. 한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전기요금 평균치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54, 산업용 전기요금은 66 정도다.

값싼 전기요금 순으로 하면 주택용은 38개국 중 4위, 산업용은 36개국(2개국 데이터 누락) 중 4위다. OECD 평균보다 전기요금 가격이 더 싼 것은 물론, 특히 주택용 전기요금은 더 저렴하다. 

하지만 1인당 전기사용량은 엄청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총 전기사용량÷인구수)은 1만134㎾h로 OECD 회원국 중 캐나다(1만4098㎾h)와 미국(1만1665㎾h)에 이은 3위였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전기사용량이 1만652㎾h니까 지금도 상위권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전기요금은 반드시 지금보다 더 오르는 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올리느냐다. 단순히 ‘㎾h당 얼마’는 곤란하다. 예컨대 용도별 전기 사용 비중도 고려해야 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용도별 전기 사용 비중을 보면 주택용이 14.3%, 제조업이 48.7%, 서비스업이 28.3%, 공공용이 4.8%, 나머지 농ㆍ어ㆍ광업이 3.9%를 차지한다. 적어도 생산된 전기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최신 자료를 사용했을 뿐 시기를 2019년으로 맞춘다고 해서 비중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인당 전기사용량이 세계 3위지만, ‘가정용(=주택용) 전기사용량’을 계산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1304㎾h로 OECD 38개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7년 전인 2012년 자료(당시 34개국 중 26위)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다른 나라들에선 우리와 전기 사용 비중이 달랐던 셈(가정용 비중>산업용 비중)이다. 전기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참고: 윤석열 정부는 전반적으로 ㎾h당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지난해 12월엔 산업용(을) 전기요금만 더 올렸다. 이런 맥락에서 합리적인 요금 정책을 편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한전의 누적적자와 물가 등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고려해야 하는 변수들을 의식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누군가는 “그러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건 기우다. OECD 국가별 산업 부문 전기소비량 대비 부가가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준 만큼 기업들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느냐를 본 건데, 한국은 ㎾h당 2.09달러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3.77달러다. 멕시코(2.21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산업용 전기를 값싸게 제공해봤자 실제 산업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기요금엔 왜곡이 심하다. 이외에도 연료비 연동제의 오작동 문제, 전기 다소비 산업의 체질 개선 문제 등 고질병은 숱하다. 이런 것들을 바로잡는 게 전기요금 정상화다. 그래야 전기요금이 어느 순간 급등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전기요금 정상화가 ‘전기요금 인상 폭탄’을 제거하는 일인 셈이다.

분산에너지법 통과 이후, 조금씩 전기요금 정상화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얼마나 더 정상화에 다가갈지는 알 수 없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정권을 떠나 진행해야 마땅한데, 아직도 ‘정치의 힘’이 지배하고 있어서다. 윤 정부는 과연 전기요금 정상화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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