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천태만상
MZ 향한 극명히 엇갈린 시선
기업·정치권, MZ에 적극적 어필
미래 소비자이자 유권자이기 때문
한쪽에선 “요즘 것들”이라며 조롱
미디어에선 황당한 성격으로 연출
편견 심화하면 오해로 번질 수도
갈등 부추기는 세대론의 폐해

# 우리 사회가 ‘MZ 세대론’을 소비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업들은 “지갑 좀 열어 달라”, 정치권은 “표 좀 달라”면서 MZ세대를 금이야 옥이야 받드는데, 회사에만 입사하면 ‘요즘 것들’이란 비아냥이 쏟아집니다.

# 이런 세대론, 뭐가 문제일까요? 정말 MZ세대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더스쿠프 MZ 기자가 극단으로 엇갈린 MZ 세대론 소비법을 나름의 화법으로 풀어봤습니다.

MZ는 현재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는 현재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새 새로 들어온 신입이 그렇게 ‘엠지(MZ)’스럽다면서?”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MZ를 키워드로 삼은 대화를 종종 마주합니다.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을 묶고, 그럴듯한 특성을 갖다 붙이는 ‘세대론’을 MZ세대에 적용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죠.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MZ세대는 막 20대가 된 대학생부터 이미 출생한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까지 두루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간의 격차도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언급하는 MZ의 범위는 사전적인 정의보단 더 좁을 겁니다. 가령 ‘요즘 애들’로 불리는 2030세대를 편하게 MZ로 치환해서 쓰고 있는 거죠. 사실은 Z세대를 다른 말로 부르는 ‘젠지(Generation Z)’에 더 가까울 겁니다. 

기자는 2030으로 규정한 MZ세대에 속해 있습니다.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MZ세대론을 볼 때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기성세대가 세대론을 소비하는 방식이 다소 엉뚱하기 때문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 세대를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여깁니다. 가령, 기업은 MZ세대의 지갑을 활짝 열기 위해 세대론을 분석합니다. 정치권은 MZ세대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기업은 신입직원의 욕구를 알기 위해 세대론을 탐구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기성세대는 MZ세대를 금이야 옥이야 떠받드는 듯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어떨 땐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MZ세대에게 끈기가 없다거나 혹은 이기적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식이죠. 두 시선 모두 MZ세대를 타깃으로 두고 있는 점에선 같지만 태도가 분명하게 다릅니다. 그럼 이 엇갈리는 시선엔 어떤 함의가 깔려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함의➊ 마케팅 타깃 = 최근 2~3년새 유튜브ㆍ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삼은 ‘디지털 마케팅’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광고’ ‘협찬’이란 해시태그를 단 SNS 게시글은 하루에도 수천ㆍ수만건씩 쏟아집니다. 기업이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를 노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디지털마케팅’의 강세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광고시장의 규모는 13조원이었는데, 이중 디지털광고는 7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디지털광고시장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더니, 어느덧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겁니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에게 팝업스토어가 인기다.[사진=연합뉴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에게 팝업스토어가 인기다.[사진=연합뉴스]

길거리에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팝업스토어도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팝업스토어는 예전부터 여러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으로 쓰였지만, 요즘은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한정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색다름’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 팝업 매장에선 점포를 여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습니다. 1년치 계획이 빼곡하게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만이 아닙니다. 표票에 울고 웃는 정치권도 MZ세대의 인기를 끌 만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쥐어짭니다. 올 4월 22대 총선에서 투표할 2030 청년 유권자가 아무리 줄었다고 해도 비율이 31.1%나 되니,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 함의➋ 조롱 타깃 = 하지만 MZ세대를 바라보는 눈이 오로지 따뜻한 것만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MZ세대를 향해 ‘빈정대는 시선’을 쏴대는 이들도 숱합니다. 예능에서 풍자하는 MZ세대의 모습은 대개 이렇습니다.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의 편의만 고집하는 반항아.” 

OTT 쿠팡플레이의 인기예능프로그램인 SNL코리아의 코너 ‘MZ 오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집게를 외면하고 고기를 굽지 않는 신입사원 캐릭터가 대표적입니다. 잘못을 지적해도 ‘이게 뭐?’란 식의 표정을 짓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도 MZ세대 전체에 ‘밉상’이란 주홍글씨를 새겼습니다. 

이런 시선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특히 직장 내 MZ를 향한 기성세대의 불만이 높습니다. 이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마뜩잖다는 건데, 줄줄이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툭하면 칼퇴근을 일삼는다.” “회식은 불참하면서 친구들끼린 잘 논다.” “공적 업무보단 사생활에 더 치중한다.” “조언하는 상사는 무조건 꼰대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 MZ세대 입장에선 좀 억울합니다. “나름 할 말이 있다”고 해도 “요즘 MZ는 다 그래”라고 말문을 막아버리니 갈등을 해소할 수도 없습니다.

가령 정시 퇴근을 예로 들어볼까요? 정시 퇴근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보장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6시에 퇴근하는 게 마치 규칙을 어기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모든 MZ세대가 분명히 해야 할 업무가 한참 남았는데 시침과 분침이 퇴근시간을 알렸단 이유로 곧장 짐을 싸지도 않을 겁니다.

틀에 박힌 ‘세대론’은 누구에게든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지금의 기성세대인 1970년대 생도 20대 시절엔 ‘개인성향이 강해서 종잡을 수 없다’는 이유로 X세대로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MZ세대를 향한 평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리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세대론은 그냥 지나가는 말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세대의 정체성은 개인의 정체성을 설명할 순 없습니다. 어떤 특징이 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일반화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MZ세대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보든 조롱의 대상으로 삼든 자유지만, ‘세대론’은 결국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이쯤 되면 많은 기성세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겁니다. “후배 받아보면 생각 달라질 거야” “저런 말하는 애가 꼭 금방 그만두더라” “일 못하는 애들이 6시에 퇴근하고 휴대전화 꺼놓는다”…. 정말 그럴까요? 이 질문의 답은 2025년 설 특집 때 ‘지면’을 통해 해 볼 생각입니다. MZ기자 드림.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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