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스테인리스로 만든 튼튼한 차체
첫 교통사고로 성능 입증했지만
테슬라 운전자만을 위한 디자인
이타적 요소 없는 이기적인 차

# 지난해 12월 말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첫 교통사고를 당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세단이 넘어와 사이버트럭과 부딪혔다. 세단은 반파했지만 사이버트럭은 흠집만 났다. 누군가는 ‘사이버트럭이 안전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 지나치게 단단한 사이버트럭은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에 탱크처럼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사이버트럭이 이타적이어야 할 자동차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서 무겁고 단단하다.[사진=뉴시스]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서 무겁고 단단하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업계에서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동안 보여준 혁신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면서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로 성공한 최초 기업이다. 전기차 시대를 열어젖힌 선두기업이기도 하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2012년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기술을 적용해 업계 최초로 원격 리콜을 가능하게 했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오토파일럿과 같은 자율주행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똑똑한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인공위성을 활용한 기술도 선보였다. 

테슬라의 신기술 적용은 소프트웨어에 한정하지 않는다.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한 건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였다. 이는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십개의 패널을 용접해 차체를 만들던 것과 달리, 차체를 주물로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 방식을 2020년 도입했다. 덕분에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가 사용하는 전압도 기존(12V)보다 높여(48V) 와이어링 하니스(자동차의 전기ㆍ전자 부품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 사용량을 줄였다. 테슬라가 끊임없이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영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테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상당하다. 세계 각 국가의 자동차 관련 법률을 어기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잦아서 생긴 불편한 이미지다. 수익 대비 사회적 기여도가 턱없이 적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선 정보 투명성이 부족하고, 재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기업치곤 사내 복지 수준도 매우 낮은 곳으로 꼽힌다. 이처럼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면이 많은 곳은 테슬라가 유일할지 모른다. 

지난해 12월 테슬라가 출시한 사이버트럭은 이런 테슬라의 양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번 따져 보자. 테슬라는 2019년 사이버트럭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당시 사이버트럭은 혁신적 디자인, 가속력이나 제동력 등 좋은 성능,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사전 예약 물량만 200만대에 달했다는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교통사고 후 멀쩡한 테슬라 사이버트럭(왼쪽·오른쪽 위)과 반파된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사진=유튜브 캡쳐]
교통사고 후 멀쩡한 테슬라 사이버트럭(왼쪽·오른쪽 위)과 반파된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사진=유튜브 캡쳐]

양산된 사이버트럭 역시 이런 기대치를 잘 채워준 것으로 보인다. 내부를 보면 그렇다. 대규모 모니터에 모든 기능을 쏟아부었기에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컴퓨터로 움직이는 미래형 모빌리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이버트럭은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사이버트럭 차체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테인리스는 어지간해선 모양이나 부피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지만 그만큼 가공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이버트럭의 차체가 평평하고, 직선 위주인 건 그래서다. 무게도 3t(톤)이 넘는다. 

문제는 이런 특성이 사이버트럭의 위험성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이버트럭 교통사고를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 방향에서 오던 사이버트럭을 들이받은 사고다.

이로 인해 코롤라는 앞부분이 전부 부서지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사이버트럭은 옆부분에 약간의 흠집만 생겼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사이버트럭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리 단순하게 말할 일이 아니다. 잘 구부러지지도 않는 차체를 가진 사이버트럭이 보행자를 칠 경우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어서다. 

사실 자동차는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행자와 상대차, 인프라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강한 것보다는 상호 역할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관리법이 자동차의 외부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충돌 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탄력적인 소재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동차는 충돌 시 강하게 버티기보단 룸을 제외한 차체가 아코디언처럼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으로만 만든 차라면 그건 흉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사이버트럭은 차체 재질의 특성상 도어의 끝부분이 날카로워서 손이라도 끼이면 탑승자까지 크게 다칠 수 있다. 

사이버트럭의 문제는 또 있다. 양산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이버트럭은 2019년에 선보였고, 이미 예약을 받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서야 첫차를 인도했다. 과거 테슬라가 모델3를 론칭하면서 예약을 받은 지 3년이나 흐른 후에야 인도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모델3의 인도가 늦어진 건 양산 문제 때문이었다.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델3는 지금도 전원이 꺼지면 도어가 열리지 않는 문제 등을 갖고 있다. 

종합하면 사이버트럭은 이기심 많은 테슬라의 기업 철학을 그대로 담은 이기적인 차인 셈이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이 이기적이어선 곤란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이타주의적 특성이 필수적이다. 자동차관리법이 서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친환경차가 대세인 것도 그래서다. 과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이런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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