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➊
OTT 구독 공유하는 중개 플랫폼
비싸진 OTT 등에 업고 성장일로
파격적인 가격 장점이지만
OTT 약관 위반이란 논란 있어
맘 놓고 써도 괜찮은 서비스일까

OTT 구독권 공유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OTT 구독권 공유를 중개하는 플랫폼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 요즘 OTT 구독권을 쪼개서 판매하는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 OTT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더 저렴한 이용법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고, 그 덕분에 이들 중개 플랫폼도 급성장했죠.

#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니 인기가 많을 법도 합니다. 플랫폼이 알아서 공유할 사람을 찾아주니 제3자와 소통할 필요가 없고, 자체 결제 시스템이 있어 결제 속도도 빨랐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구독료의 40~75% 저렴한 가격으로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 하지만 이 플랫폼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이슈’가 많습니다. 매칭 속도가 느리고 알고리즘 추천 등 OTT 서비스를 완전히 누릴 수 없다는 점 등 서비스의 불완전함이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 OTT 약관을 위반하고 있다’는 논란은 따져볼 점이 많습니다. 더스쿠프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개 플랫폼들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습니다. 視리즈 구독 공유 플랫폼의 명암 제1편입니다.

최근 OTT 업체들이 잇달아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사진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사진=뉴시스]
최근 OTT 업체들이 잇달아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사진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사진=뉴시스]

요즘 OTT 구독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월 1만원을 밑도는 가격에 즐길 수 있었지만, 요즘엔 그 정도 가격의 서비스를 찾기 힘듭니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5년 후인 2021년에 처음으로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풀 HD(1080p)로 볼 수 있는 스탠다드를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UHD(4K) 시청이 가능한 프리미엄을 1만4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SD (480p) 화질이어서 모바일로 보기 적합한 베이직(9500원) 가격만 그대로 뒀죠.

2022년 11월엔 가격이 저렴한 ‘광고형 스탠다드(5500원)’를 추가하긴 했습니다만, 시청 중간중간에 광고를 봐야 한다는 건 커다란 단점입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이용자 중 상당수는 스탠다드와 프리미엄으로 넷플릭스를 쓰고 있죠.

문제는 글로벌 톱 OTT가 가격을 올리자 다른 구독 서비스들도 하나둘씩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참여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디즈니플러스입니다.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 요금제를 ‘스탠다드(9900원)’와 ‘프리미엄(1만3900원)’으로 나눴습니다. 고화질 서비스, 기기 4대 동시 스트리밍 등을 프리미엄에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요금 인상이나 다름없습니다.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도 같은해 12월 기본요금(베이직)의 가격을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인상하고, 상위 옵션인 스탠다드(1만900→1만3500원)와 프리미엄(1만39 00→1만7000원)도 각각 올렸습니다. 이젠 ‘국민앱’ 자리에 등극한 유튜브도 지난해 12월 8일 광고를 없애주는 요금제 ‘유튜브 프리미엄’을 기존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0%가량 가까이 인상했죠.

여기에 한술 더 떠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12일 9500원짜리 베이직 요금제를 목록에서 빼는 방식으로 구독료를 인상했습니다. 이제 기존 베이직 요금자와 신규 가입자는 광고 없이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선 스탠다드(1만3500원)와 프리미엄(1만7000원)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구독 서비스 업체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겐 적잖은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소비자 중 상당수가 OTT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업계 종합]
[자료 | 업계 종합]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고 | 2023년 기준]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고 | 2023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성인남녀 5041명 중 86.5%가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료로 OTT를 쓴다’는 답변도 55.2%에 달했습니다.

이들 응답자는 평균 1.8개의 유료 OTT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료 OTT에 쓴 금액은 월평균 1만2005원입니다. 설문조사를 2023년 7월 7일부터 8주간 실시했고, OTT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그해 연말에 쏠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평균 사용액은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응답자들이 생각한 유료 OTT의 적정 구독료는 7006원. 업계 1위인 넷플릭스(기본 1만3500원)나 유튜브(1만4900원)가 책정한 가격과는 꽤 거리가 멉니다.

이 때문인지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저렴하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방법을 찾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계정 공유’입니다. 말 그대로 한 계정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건데, 주로 가족 구성원의 계정을 돌려쓰거나 지인 혹은 제3자를 모집해 가격을 나눠 내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OTT 이용자 사이에서 계정을 공유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9.6%가 ‘OTT 계정을 공유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이상 개인이 OTT 계정을 공유할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계정 공유가 주목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카페를 활용하면 한결 낫긴 합니다만,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구독료를 나눠 내기 위해 계좌를 공유해야 하고, 상대방의 입금이 늦어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도 해야 합니다. 구성원 중 누군가가 ‘그만 보겠다’며 탈퇴하면 추가 인원을 모집해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애로사항을 ‘틈새시장’으로 삼아 성장한 것이 바로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하 중개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는 계정을 공유할 대상을 찾아주는 것부터 결제까지 모든 계정 공유 과정을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어떨까요. 기자가 직접 사용해 본 중개 플랫폼 ‘피클플러스’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앱에 접속하면 어떤 OTT를 공유할지 목록을 보여줍니다. 넷플릭스·웨이브·왓챠·라프텔·티빙·디즈니플러스 등 6개 중에서 기자는 넷플릭스를 골랐습니다.

그런 다음엔 ‘이용 역할’을 골라야 합니다. 계정을 공유하는 ‘파티장’을 할지, 파티장으로부터 계정을 받는 ‘파티원’을 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파티원은 파티장으로부터 계정을 받아 쓰는데, 이때 파티장의 계정이 아닌 별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있는 ‘추가 회원 계정’을 받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프리미엄(1만7000원) 요금제 이용자에 한해 최대 2명의 회원을 추가할 수 있는 정책을 지원하는 덕분입니다.

그러면 계정 1개당 3명까지 쓸 수 있는데, 1명 추가할 때마다 5000원을 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구독료는 기존 요금 1만7000원에 추가 요금 1만원이 더해져 2만7000원이 됩니다. 1인당 9000원을 내는 셈입니다.

이번엔 파티장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파티장은 파티원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게 가능합니다. 피클플러스에 지급하는 수수료(990원)도 50%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가격 2만7000원을 매월 결제해야 하지만, 그중 파티원 2명이 내는 1만8000원(각각 9000원)을 피클플러스가 파티장의 계좌로 송금해주니 손해 보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파티원은 피클플러스 수수료를 포함해 월 9990원, 파티장은 9490원을 냅니다. 파티원 기준으로 기존 요금(1만7000원)보다 41.2% 싼 가격에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셈입니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 다른 OTT는 무료로 최대 4인까지 계정을 공유할 수 있어 할인폭이 더 큽니다. 이점을 활용하면 최대 75% 저렴한 가격에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죠.

하지만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약관 위반 논란’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사 이용 약관에서 계정을 비상업적 용도로만 써야 하며,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 다른 OTT의 약관도 넷플릭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유료로 추가 회원을 등록할 수 있는 것도 한집에 살지 않는 가족 구성원을 위해 도입한 기능”이라면서 “이를 제3자 간의 공유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개 플랫폼이 안고 있는 한계점은 이밖에도 많습니다. OTT 정책의 ‘빈틈’을 노려 생긴 서비스인 만큼 불완전한 기능들이 플랫폼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이 이야기는 구독 플랫폼의 명암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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