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➋
문제 많은 계정 공유 플랫폼
다소 느린 매칭 속도에
OTT 추천 기능도 못써
OTT 약관 위반 논란도
OTT가 약관 문제 삼으면
서비스 사라질 수도 있어

# 우리는 視리즈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 1편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OTT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 무엇인지를 알아봤습니다. 최근 OTT 업체들이 잇달아 구독료를 올린 탓에 이용자의 부담이 가중했고,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OTT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의 인기가 급상승했죠.

# 하지만 OTT 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중개 플랫폼의 한계는 아직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OTT의 약관을 거스르고 있다는 ‘약관 위반 논란’은 중개 플랫폼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 약관 위반 논란에 OTT 업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안심할 순 없습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OTT 업체의 입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중개 플랫폼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 2편입니다.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은 ‘OTT 약관 위반’이란 리스크를 안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은 ‘OTT 약관 위반’이란 리스크를 안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매달 나가는 구독료 부담스럽다면? 안전한 계정 공유로 더 저렴하게!’ OTT 구독 중개 플랫폼(이하 중개 플랫폼)인 ‘피클플러스’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중개 플랫폼은 OTT 계정 1개를 3~4명이 함께 쓰고 가격을 분담하는 것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령, 피클플러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넷플릭스의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제(1만7000원)를 41.2% 저렴한 9900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웨이브·티빙·디즈니 플러스 등 다른 OTT의 요금제도 최대 75% 저렴하게 이용하는 게 가능하죠.[※참고: 중개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 간의 구독 공유를 진행하는지는 구독 공유 플랫폼 명암 1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렇듯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개 플랫폼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그해 OTT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OTT를 저렴하게 이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죠.

업계 1위로 불리는 피클플러스는 지난해 10월 “2023년 3분기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가 전년 동기 3배 증가한 3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중개 플랫폼 ‘링키드’도 인기가 급상승했습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링키드의 MAU는 3월 1만6000명에서 12월 6만8000명으로 4.2배 증가했죠.

■단점➊ 불편한 매칭 = 하지만 이들 중개 플랫폼이 장점으로만 가득한 건 아닙니다. 이 서비스가 3~4인까지만 계정 공유가 가능한 OTT 서비스의 빈틈을 공략해 생겨난 만큼, 그에 따른 한계점도 존재합니다. 첫번째는 다소 느린 ‘매칭 속도’입니다. 파티원으로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면 자신에게 계정을 공유해 줄 파티장을 찾을 때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기자의 경우, 피클플러스로 넷플릭스 파티장을 찾는 데 대략 1시간이 걸렸습니다. 파티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파티장이 되지 않는 한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당장 보고 싶은 소비자로선 꽤 답답한 상황일 겁니다.

OTT 업체 관계자들은 “중개 플랫폼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뉴시스]
OTT 업체 관계자들은 “중개 플랫폼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자료 | 업계 종합]

문제는 또 있습니다. 파티장이 마음이 바뀌어 구독을 중단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파티원들은 구독이 만료된 한달 뒤에 또 새로운 파티장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꽤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 보고 곧바로 해지하는 이른바 ‘메뚜기족’이 숱하기 때문입니다.

‘OTT 이용자의 41.0%가 최초 가입 후 서비스를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오픈서베이·2022년 5월 기준).

■ 단점➋ 불완전한 서비스 = 중개플랫폼의 단점은 또 있습니다. OTT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완전히 즐기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OTT엔 알고리즘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 기능이 있습니다. 이용자의 시청 기록을 분석해 인공지능(AI)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게 이 기능의 골자로, OTT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로도 꼽힙니다.

하지만 중개 플랫폼을 쓰면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파티원의 경우, 이미 생성된 추가 계정을 받아 쓰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티장이 구독을 중단하면 새로운 파티장을 찾아 추가 계정을 받아야 하니, 자신의 시청 기록이 쌓일 리 없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콘텐츠 추천을 받는 것도 힘듭니다.

■ 단점➌ 약관 위반 논란 = 가장 심각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다름 아닌 ‘약관 위반’ 논란입니다. 중개 플랫폼을 쓰다가 이용자가 뜻하지 않게 OTT 정책을 위반할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해외 중개 플랫폼인 ‘겜스고’는 유료 유튜브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3.84달러(약 5126원)를 내면 쓸 수 있죠.

그런데 이는 엄연히 유튜브 정책 위반입니다. 유튜브는 가족 구성원에게만 계정 공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최대 5인). 쉽게 말해 유튜브 계정을 제3자에게 공유해선 안 된다는 거죠. 이를 위반하면 자신의 유튜브 계정이 정지되거나 최악의 경우엔 계정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계정 공유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개 플랫폼이 서비스 제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취하는 것도 약관 위반입니다. 유튜브가 자사 계정을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부분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도 다르지 않습니다. OTT 업체 관계자는 “중개 플랫폼에 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가족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행위, 상업적 용도로 쓰는 행위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라며 못을 박았습니다.

물론 공유 플랫폼 업체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중개 플랫폼 ‘링키드’를 운영 중인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현재 중개 사업이 어느 정도 한계점이 있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OTT 업체와 중개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링키드는 파티장의 갑작스러운 구독 중단을 막는 약정 및 위약금 제도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향후엔 시청 기록이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파티원에게 고유 계정을 부여하는 방법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유료 구독이 OTT 업체의 주요 수입원인 만큼, 회원들이 구독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중개 플랫폼이 나서겠다는 겁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사진=디즈니플러스]

문제는 중개 플랫폼의 이같은 정책을 정작 OTT가 수용하느냐입니다. OTT 업체가 약관 위반을 문제 삼기 시작한다면 중개 플랫폼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2년 전, 구독권을 1일 단위로 쪼개 재판매했던 사이트 ‘페이센스’의 중단 사례는 대표적입니다. 페이센스는 넷플릭스 1일권을 600원에, 국내 OTT 1일권을 500원에 파는 등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페이센스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3사가 약관 위반을 이유로 그해 7월 서울중앙지법에 페이센스의 서비스 이용 중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도 8월 말 1일권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죠. 결국 페이센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1일권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중개 플랫폼들도 페이센스와 같은 결말을 맞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익명을 원한 OTT 업체의 한 관계자는 “페이센스의 경우 가격 면에서 OTT 산업을 지나치게 침해했기 때문에 업체들이 강하게 대응했다”면서 “중개 플랫폼은 그보다 덜하기에 아직은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움직임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개 플랫폼은 가파르게 상승한 OTT 요금을 기회로 삼아 몰라보게 성장했지만 다소 느린 속도, 불완전한 서비스, 약관 위반 논란 등 수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습니다. 과연 중개 플랫폼은 논란을 털어내고 ‘정상적인 서비스’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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