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➋
가격 여전히 비싼 이통사 LTE
이통사, 소비자 3400만명인데
LTE에 별다른 신경 쓰지 않아
LTE에도 혜택 주고 있다지만
효과 미미하고 혜택 범위 줄어
이통사 LTE 이대로 괜찮을까

이통3사 LTE의 요금제는 살펴볼 게 많다. [사진=뉴시스]
이통3사 LTE의 요금제는 살펴볼 게 많다. [사진=뉴시스]

# 우리는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 1편에서 최근 통신 시장의 변화와 이통3사의 LTE 요금제의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5G 요금제에 가격이 저렴한 중간요금제를 추가하고,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가격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이통3사의 LTE는 변함이 없습니다. 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가성비는 좋지 않습니다. 이통3사는 5G에 자리를 비켜주는 ‘사양산업’이란 이유로 손을 놓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가입자가 수천만명에 달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들에 LTE 소비자는 ‘봉’인 걸까요? 視리즈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 2편입니다.

먼저 LTE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LTE 요금제’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비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5G 속도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가격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보죠.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LTE 요금제 ‘T플랜 맥스’의 가격은 10만원입니다. 5G 무제한 요금제 ‘5GX 프라임플러스(9만9000원)’과 1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저가 요금제의 경우, 4GB짜리 LTE 요금제의 가격은 5만원으로 8GB의 5G 요금제(4만9000원)’보다 용량이 적으면서도 오히려 더 비쌉니다. SK텔레콤뿐만이 아닙니다. KT와 LG유플러스의 LTE·5G 요금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통사의 LTE는 알뜰폰 LTE와 비교됩니다. 알뜰폰 업체들은 1만~2만원에 적게는 수십GB, 많게는 100GB까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알뜰폰 LTE 가입자 수는 2019년 381만7267명에서 지난해 1475만6320명으로 4년 새 3.8배나 늘어났습니다. 알뜰폰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생각하면 이통3사는 LTE 요금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통사 LTE의 요금은 왜 내릴 생각을 안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이통3사는 묵묵부답입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요금제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존 요금제 가격을 인하하는 방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또다른 이통사의 관계자는 알뜰폰과의 비교 자체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알뜰폰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사 마진을 줄여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는 한해에만 수백억원을 통신 인프라 유지·보수에 쏟는 이통3사가 따라 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또 이통3사는 자사 알뜰폰 업체들을 통해 저렴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이점을 논하지 않고 이통3사와 알뜰폰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 주장이 틀린 건 아닙니다. 이통3사는 모두 자사 알뜰폰 업체를 운영하며 모회사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알뜰폰 인구수가 급증한 것도 이통3사 자회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덕분입니다.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48.0%에 달한다는 과기부의 통계자료(2023년 7월 기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알뜰폰 시장에 국한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주목해야 할 건 알뜰폰 자회사가 아닌 이들 이통3사의 LTE 요금제입니다. 이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 문제인 겁니다.

지난 1편에서도 언급했듯, 지난해 12월 이통3사 LTE 이용자 수는 총 3419만2374명으로 알뜰폰 이용자 수(1475만6320명)보다 2.3배 더 많습니다. 알뜰폰과 비교하면 이들 34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계속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혹자는 “가족 결합 할인, 멤버십 할인도 이통3사만의 혜택이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런 혜택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SK텔레콤 결합 할인 서비스 ‘온가족플랜’은 매월 휴대전화 요금제를 최고 2만53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가족 중 5명이 SK텔레콤을 써야 하고 요금제 가격도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합니다. 2인 기준으론 할인 금액이 5500원에 그칩니다. 멤버십 혜택도 말이 많습니다. 최근 몇년간 이통3사가 멤버십 혜택 범위를 꾸준히 축소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통3사 LTE 요금제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최근 “이통3사의 요금제가 중간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이통3사와 알뜰폰의 LTE 요금제 1200개를 분석한 결과, 이통3사가 LTE 요금제를 30GB 이하와 100GB 이상으로만 구성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가 요금제와 저가 요금제의 1GB당 가격도 최대 159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그만큼 저가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가 불리하다는 얘깁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보도자료에서 “LTE 요금제의 데이터 혜택은 고가요금제 위주로 설계돼 있고, 데이터 제공량은 여전히 양극화돼 있다”면서 “고가 요금제 소비자에게만 이점을 주고 있으므로 공정한 요금체계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이통3사 LTE 요금제의 현주소입니다. LTE가 시장에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통3사는 LTE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5G를 둘러싼 고가요금 이슈에 이통3사와 소비자의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이통3사 LTE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3400만명에 이르고, 그 수는 2023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LTE 소비자를 위한 가격 정책을 손봐야 할 때가 됐다는 걸 시사합니다. 이통3사 스스로 한번쯤 냉정히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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