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➊
통신시장에 분 변화의 바람
이통3사 5G 중간요금제 론칭
가성비 좋은 알뜰폰도 인기
이통3사 LTE는 여전히 비싸

상용화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통사의 LTE 요금제 가격은 변함이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상용화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통사의 LTE 요금제 가격은 변함이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LTE가 국내 시장에서 상용화한 지 13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5G가 론칭하고,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참, 올해엔 네번째 이동통신사도 생겼군요.

#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이통3사의 LTE 요금제입니다. 이통3사가 6년 전 출시한 LTE 요금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알뜰폰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더스쿠프가 이통3사가 말하지 않는 LTE 요금제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 1편입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알뜰폰’이란 단어를 접한 A씨. ‘통신사 요금보다 절반이나 싸다’는 말을 들은 A씨는 인터넷에 밝은 아들에게 부탁해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꿨습니다. 5년 가까이 5만원대 LTE 요금제를 써 왔으니, ‘이젠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습니다.

A씨는 알뜰폰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LTE 요금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가격(2만원)에 넉넉한 데이터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했던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전송속도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A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뜰폰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대기업 이동통신사 LTE는 왜 이렇게 비쌀까?”

2011년 7월 1일 LTE가 한국에서 상용화한 지 13년이 흘렀습니다. 2019년 4월 한단계 진일보한 기술인 5G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긴 합니다만, LTE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통신기술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LTE 이용자 수는 4894만8694명으로, 5G 이용자 수(3280만8121명)보다 49.1% 많았습니다.

그럼 상용화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LTE의 인기가 식지 않는 건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차세대 요금제인 5G의 속도가 생각보다 ‘혁신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5G가 상용화할 당시 이통3사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내걸었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이 수치는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과기부가 공개한 ‘국내 유무선통신 품질 평가’에 따르면, 현재 5G의 다운로드 속도는 939.14Mbps로 LTE(178.93Mbps)보다 5배 빠른 수준에 그쳤습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속도 차이가 이 정도밖에 나지 않는 건 현재 이통3사가 3.5㎓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5G를 서비스하고 있어서입니다.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려면 3.5㎓가 아닌 28㎓ 주파수를 써야 합니다만, 이통3사는 그러지 않았죠.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28㎓ 주파수는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가 꺾이는 정도)이 약해서 장애물을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LTE 기지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지국 수가 필요하고, 그만큼 설치 비용도 많이 듭니다.

이 때문인지 이통3사는 정부와 약속했던 28㎓ 기지국 수를 채우지 않았고, 지난해 28㎓ 이용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올해 1월 31일 ‘스테이지엑스’라는 업체가 제4이동통신사로 출범해 28㎓ 주파수를 경매로 낙찰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지엑스 역시 28㎓ 기지국 수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소비자가 ‘진짜 5G’를 만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역설적이지만 5G의 수준이 기대치를 밑돈 게 LTE 인구수가 유지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LTE는 5G와 다르게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통3사의 LTE는 ‘가격’ 부분에서 살펴볼 게 적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통신 시장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봐야 합니다.

■ 변화➊ 중간요금제 = 요즘 소비자는 이통3사의 5G 요금제에 무척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새로 나온 요금제 정보를 공유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통3사의 5G 요금제는 거센 가격 저항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5G 요금제에만 혜택이 과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죠.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통3사가 내놓은 게 바로 ‘중간요금제’입니다. 데이터 제공량과 가격을 조정한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게 이 요금제의 골자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통3사가 가격을 내린 요금제를 조금씩 출시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엔 KT가 업계 최초로 4GB를 제공하는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인 ‘기존 요금의 가격 인하’가 아니었기에 “이통3사가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어쨌거나 ‘가격적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 변화➋ 알뜰폰 = 둘째는 앞서 언급했던 ‘알뜰폰’의 인기입니다. ‘통신사 간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는 2010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에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를 위한 조항(제38조)을 신설했습니다.

기지국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이통3사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통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이 조항의 주요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 덕분에 기지국이 없어 통신망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대거 등장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알뜰폰 요금제가 지속해서 나오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알뜰폰을 택했다.[사진=뉴시스]
저렴한 가격의 알뜰폰 요금제가 지속해서 나오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알뜰폰을 택했다.[사진=뉴시스]

이런 알뜰폰의 강점은 이통3사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7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 ‘이지모바일’의 LTE 요금제 가격은 2만3100원(이하 2월 29일 기준)입니다.

SK텔레콤 LTE 요금제(5GB·3만5000원)보다 저렴하고 데이터 제공량도 많은 데다, 지금은 7개월간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할인 행사도 진행 중입니다. 이 가격으로 따지면 사실상 알뜰폰 요금제가 SK텔레콤 요금제보다 3분의 1가량 싼 셈입니다.

‘대용량 요금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지모바일은 월 10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4만62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KT의 110GB 요금제(6만9000원)보다 2만2800원 더 저렴합니다.

알뜰폰의 또다른 장점은 통화 품질이든 데이터 전송속도든 서비스 품질이 이통사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알뜰폰이 이통3사의 통신망 인프라를 빌려 쓰는 구조이기에 가능하죠.

이런 장점이 입소문을 타고 확산한 덕분인지 알뜰폰 이용자 수는 201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LTE 가입자만 해도 그해 381만7267명에서 2023년 1475만6320명으로 4년 새 3.8배나 늘었죠. 이제 알뜰폰은 어엿한 국내 통신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LTE 가격에 질문을 던져볼까요? 5G가 가격 저항에 부딪히고, 가성비를 내세운 알뜰폰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등 통신 시장은 가격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통3사의 LTE 요금제 가격은 어찌 된 영문인지 요지부동입니다. 왜일까요?

이통3사 간 LTE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과거에는 요금제를 인하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만, 지난 몇 년간은 가격 인하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보다는 ‘데이터 제공량’에 변화를 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100GB 혹은 무제한 요금제 등 더 많은 데이터를 주는 요금제를 선보이거나, 저렴하지만 데이터 제공량도 그만큼 줄어드는 요금제를 새로 출시하는 식이었죠.

일례로, SK텔레콤이 2018년 7월 출시한 LTE 요금제 ‘T플랜’의 가격은 6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가격 변동이 없습니다. 완전 무제한인 ‘T플랜 맥스(10만원)’를 비롯해 ▲T플랜 스몰 3만3000원(1.2→2GB), ▲T플랜 미디엄 5만원(4→6GB), ▲T플랜 라지 6만9000원 등 일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약간 늘어나긴 했지만 가격은 출시 때와 그대로입니다.

KT는 어떨까요.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2018년에 출시한 ‘데이터온 요금제’ 중 3종은 4만9000~8만9000원으로 데이터 제공량이 약간 늘었을 뿐 동일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2018년 출시한 ‘추가 요금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4만9000~6만9000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 | 이동통신사 3사, 참고 | 2월 28일 기준]
[자료 | 이동통신사 3사, 참고 | 2월 28일 기준]

“왜 LTE 요금제의 가격체계는 바꾸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LTE 요금제는 수년에 걸쳐 촘촘하게 잘 설계해 왔기 때문에 굳이 변경할 필요성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LTE가 나오면서 3G가 사양산업이 됐듯, 5G의 등장으로 LTE 시장도 조금씩 저물고 있다. 그래서 가격 인하 등의 공을 들여 LTE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단 5G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

정말 그럴까요.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이통3사 LTE 이용자 수는 여전히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3419만2374명으로 알뜰폰 이용자 수(1475만6320명)보다 2.3배 더 많습니다. 알뜰폰 요금제가 이통3사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4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손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통3사 LTE 요금제엔 비싼 가격 대비 다소 부족한 혜택, 가격 양극화 등 또다른 문제점들이 존재합니다. 이대로 놔두기엔 손볼 곳이 많다는 얘깁니다. 이 문제점들은 視리즈 ‘요지부동 LTE 요금제의 비밀’ 2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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