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에서 3%대로 올라서
과일가격 무려 41.2% 치솟아
근로자 실질임금은 되레 감소
멀어진 정부 물가안정 목표치
물가상승 차단 못하면 민생 위협
정부 앞장서 물가잡기 나서야
선심성 정책 쏟아내는 정치권

물가상승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면 민생이 위협받는다. 정부가 앞장서 ‘물가 잡기’에 전념해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물가상승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면 민생이 위협받는다. 정부가 앞장서 ‘물가 잡기’에 전념해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것이 올 1월 2.8%로 안정되나 싶더니 한달 만에 3%대로 회귀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대)에서 그만큼 멀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가 20.9% 올랐다. 괜히 ‘금사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사과(71.0%)·배(61.1%)는 물론 대체재이자 대표적 겨울 과일인 귤(78.1%)값도 뛰었다. 신선 과일값은 평균 41.2% 치솟았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파·배추 등 신선 채소류도 12.3%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벌써 3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과 계절적 요인, 설 특수가 지나면 누그러들겠지 했는데 과일·채소값 폭등세는 멈출 줄 모른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은 체감경기에 직격탄이다. 서민들 입에서 “외식은커녕 집밥 먹기도 힘들다”는 한숨이 쏟아진다. 가히 ‘생활물가 쇼크’이자 거의 ‘포비아(공포증)’ 수준이다.

문제는 과일 채소류의 물가 불안을 잠재울 즉각적인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해충이 국내로 유입돼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사과·배 등 8가지 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급한 대로 4월까지 60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을 지원하겠다지만 한계가 있다. 

게다가 4월 총선 이후 물가 전망이 어둡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전기·가스요금 억제 등 총선 민심을 의식해 미뤄둔 물가인상 요인이 현실화하면 생활물가는 더 요동칠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정이 이럼에도 정치권은 4·10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도심 단절 구간 철도의 지하화, 저출산 대책,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경로당 주 7일 점심 제공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주요 도시 지상철도 지하화, 아이가 태어나면 목돈과 대학 교육비를 지원하는 출생기본소득, 미성년 자녀와 65세 이상 노부모 통신비 세액공제 등을 공약했다.

얼추 수십조원 내지 100조원 넘는 예산 및 사업비가 소요될 텐데도 두 정당 공히 재원 확보 방안은 내놓지도 않았다. 그저 “앞으로 마련하겠다” “민간 투자를 유치하며 된다”는 식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고물가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상황에서 정치권은 ‘총선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돈 풀기 경쟁을 하고 있다. 

총선 후 물가가 더 걱정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물가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부도 대학생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 확대, 한부모 가족 양육비 선지급, 광역급행철도와 지방 신공항 건설, 관광단지 개발 등 선심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지역개발 및 복지확대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물가를 비롯한 경제지표는 총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에 속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한국갤럽·2월 27~29일·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7.0%)’가 가장 많이 꼽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선제적으로 물가상승을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의 기본적 생활이 위협받음은 물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투자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부가 광역급행철도와 지방 신공항 건설, 관광단지 개발 등 선심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부가 광역급행철도와 지방 신공항 건설, 관광단지 개발 등 선심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가가 뛰는데 봉급은 찔끔 오르면서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지난해 355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가구당 실질소비지출도 3.4% 감소했다. 물가가 오르고 쓸 돈이 줄자 먹거리 소비부터 줄인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 모두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이나 공약 제시를 자제해야 마땅하다. 여야 정치권은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식의 돈 풀기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총선에 올인하는 사이 서민들의 고통이 서린 물가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정부도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 이런저런 개발 계획 및 복지확대 정책을 쏟아낼 때가 아니다. 지금은 발등의 불인 물가 잡기에 전념해야 한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