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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硏 감세효과 논문 게재
“美 기업 투자·임금 증가 안해”
尹 정부 대기업 세금감면 3배↑
기업 법인세 인하에도 현금 늘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정권에서 세금을 깎아준 것만큼 더 투자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에게 임금 형태로 돌아가는 ‘낙수’는 정부 예상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전미경제연구소가 지난 5일 게재한 낙수효과 검증 논문의 결과다. 윤석열 정부도 트럼프 정권처럼 출범 이후 낙수효과를 꾀하는 정책을 폈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면 트럼프 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을까. 

전미경제학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대규모 감세 정책의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사진=뉴시스]
전미경제학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대규모 감세 정책의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사진=뉴시스]

■ 낙수효과에 올인=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낙수효과에 사실상 올인했지만, 영미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낙수효과는 특별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9월 1일 정부예산안의 첨부서류 형태로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비과세, 세액공제, 세액감면, 소득공제 효과는 고소득층·대기업에 집중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기업 세금 지원금이 세배,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 세금 지원 비중은 두배 늘어났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이 첨부서류를 보면 정부는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8개의 2169개 대기업 소속회사들에는 세금 총 6조6000억원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줄 예정이며,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인 2021년 2조2000억원보다 3배 많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면세·세금감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2021년 10%에서 올해 21.6%로 두배 이상 커졌다. 정부는 올해 연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도 총 15조4000억원의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비싼, 좋은 집을 갖고 있다고 거기에 과세를 하면 그런 집을 안 만들게 된다”며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후생이 발생한다”고 낙수효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더스쿠프 조사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 효과는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더스쿠프의 지난 3월 7일 ‘법인세 인하 후: 50대 기업 이익 줄었지만 현금은 더 쌓았다’ 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1%포인트 인하돼 증시 시가총액 5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45.6% 줄었지만, 대기업들은 투자에 나서는 대신 사내유보금·현금보유량을 크게 늘렸다. 

[자료 | 기획재정부, 참고 | 2024년은 전망치]
[자료 | 기획재정부, 참고 | 2024년은 전망치]

■ 고통은 중소기업으로=정부가 부자 감세와 낙수효과에 집중하면서 경제적 고통은 대기업보다 상황이 안 좋은 중소기업들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기재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난해 1.4%에 불과했던 경제성장률과 고금리·고환율 지속으로 모든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감면 및 감세효과를 대기업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종합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해 올해 1월 99.44를 기록했다. 동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연속으로 100 미만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이 집계하는 경기동행종합지수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출하지수 등 8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작성된다. 

중소기업들의 대출과 연체율도 증가 또는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원리금을 한달 이상 연체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말 0.27%에서 2년 만인 2023년 12월 말 현재 0.48%로 상승했다.  

올해 1월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151개로, 지난해 10월 150개, 11월 146개, 12월 148개보다 많았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추정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년 기준 중소기업 수는 771만4000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전체 임금 근로자의 80.9%가 중소기업에 다니기 때문이다.

■ 입증 끝난 낙수효과=전미경제연구소는 지난 3월 5일 ‘과세 정책과 글로벌 투자’라는 논문의 워킹 페이퍼를 게재했다. 부자 연구로 유명한 오언 지다 프린스턴대학 교수, 매슈 스미스 재무부 애널리스트, 시카고대학의 에릭 즈윅 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한 이 논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법인세 감면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은 세금을 깎아준 것만큼도 더 투자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임금 형태로 돌아가는 ‘낙수’는 트럼프 주장의 10분의 1만큼도 늘지 않았다. 

트럼프는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면서 그 낙수효과로 미국 근로자의 임금이 최대 9000달러, 최소 4000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문이 실제로 분석한 결과 미국 근로자의 연간 임금 증가액은 약 750달러에 불과했다.

논문은 트럼프 감세안 시행 이후 최초 10년간 기업 투자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인세 징수액은 41% 감소하고, 미국 자본 증가율은 7%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지난 2022년 12월 국회에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법인세법 개정안은 지난 2022년 12월 국회에서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영미권 경제학자들은 감세와 경제 성장이 관련 없다고 여러 차례 증명했다. 2022년 4월 런던경제연구소(LSE)의 데이비드 호프 선임연구원은 ‘부자를 위한 대규모 감세의 경제적 결과’라는 논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8개 선진국에서 1965~2015년 시행한 주요 감세 정책의 경제 효과를 분석했다. 

호프 박사는 논문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지난 60년간 감세 정책은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기업 투자 등 국가의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규모 감세는 평균적으로 세전 소득 상위 1%의 비중을 0.7%포인트 증가시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결론내렸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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