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➊
시총 50대 기업 실적·현금 리포트
2022년 3Q~2023년 3Q 기준
당기순이익 줄었지만 현금 더 쌓아
전년 대비 45.6% 줄어든 법인세
실적 부진에 법인세 납부액 감소해
50대 기업 사내유보금은 늘어나
수익 준 27개 기업도 유보금 증가

​윤석열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 인하했다.[일러스크=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구간별로 1%포인트 인하했다.[일러스크=게티이미지뱅크]

#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윤석열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법인세 인하에 성공했지만 부자감세라는 논란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란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관건은 정부가 기대한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느냐다. 이를 확인하는 지표로는 통상 사내유보금의 추이를 활용한다. 법인세 인하 후 사내유보금이 줄었다면 투자에 썼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사내유보금이 늘었다면 현금을 쟁여놨다는 의미여서다. 과연 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전략은 통했을까.

# 더스쿠프가 2022년 법인세 인하 후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 변화(2022년 3분기→2023년 3분기)를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인세 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기간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이 41.1% 줄어든 와중에도 사내유보금을 8.4% 더 쌓았다. 더스쿠프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 첫번째편이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도 기업들은 현금을 쌓는데 급급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도 기업들은 현금을 쌓는데 급급했다.[사진=뉴시스] 

■ 논란의 법인세 =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법인세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흔치 않다. 

법인세를 내는 기업은 세금부담을 낮춰 경제활동을 북돋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월 15일 발표한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는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우리나라의 높은 법인세 부담률은 기업의 투자 유인을 낮추고, 재정 수입에 불확실성을 높일 우려가 크다”며 “주요국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늘리는 추세에 맞춰 법인세 최고세율도 OECD 평균 수준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편에선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에 불과하다고 반발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의 수혜를 보는 기업이 상위 0.01%에 해당하는 80여개(2022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재벌 대기업이 법인세 인하의 수혜를 본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2년 발표한 ‘법인세 인하 혜택 보는 기업, 상위 0.01%’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높은 주 법인세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법인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 정권 따라 오락가락 = 법인세를 둘러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탓인지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정권에 따라 오르고 내리길 거듭했다. 2008년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MB) 정부 출범 이후 22%로 낮아졌다. 22%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이 다시 25%로 높아진 것은 10년 만인 2018년이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을 원상복구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24%로 다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는 데 성공했다.  

법인세 인하에 나선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낙수효과落水效果’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돈을 투자와 고용에 사용하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08년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던 MB정부는 “법인세 등 조세제도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감세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경우 새 정부 임기 내에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발생한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표한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세금은 26조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5~2008년 33조5000억원을 기록했던 기업의 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는 2009~2012년 23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감세 정책에도 고용률은 2008년의 59.5%를 한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기업들이 쌓아놓은 사내유보금(2009년 72조4000억원→2011년 165조3000억원)은 3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기대한 법인세 인하 효과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비슷한 주장을 앞세워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당시 윤 정부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만의 감세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고, 근로자 임금이 증가하며 주주 배당이 늘어 경제 전체가 선순환한다”며 “경쟁국과 비교해 조세 경쟁력이 떨어지면 투자 유치 경쟁력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법인세 낮춘 尹 정부 = 그렇다면 윤 정부는 MB정부와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사내유보금의 변화를 살펴봤다. 50개 기업 중 우선주, 분기보고서가 없는 기업, 대주주 변경으로 변화가 생긴 기업, 당기순손실로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한 기업, 사내유보금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제외했다. 이렇게 제외한 종목은 삼성전자우(6위), 에코프로머티(29위), 한국전력공사(30위), HD현대중공업(43위), HLB(47위), 하이브(48위), HD한국조선해양(50위), 한화오션(56위) 등 8개다. 

비교 시점은 법인세율 인하 전인 2022년 3분기와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린 올해 3분기로 잡았다. 사내유보금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기준으로 했고, 이를 확인이 어려운 기업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쳐 계산했다. 

자! 이제부터 법인세 인하 이후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 변화를 분석해 보자. 우선 법인세 규모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3분기 납부한 법인세 37조9668억원(누적 기준)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엔 20조6405억원으로 1년 만에 17조3263억원(45.6%) 감소했다. 

물론 법인세 규모가 줄어든 것이 전부 감세 효과 때문은 아니다. 2022년 3분기 119조2548억원이었던 50개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70조1237억원으로 49조1311억원(41.1%) 감소했다. 실적 부진이 법인세에도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 법인세 돌려받은 삼성전자 =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내 증시 대장주이자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다. 2022년 3분기 9조572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엔 1조6603억원을 돌려받았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와 함께 추진한 반도체 세액공제(대기업 최대 15%+투자 증가분 추가공제 10%)의 수혜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누적 기준)은 2022년 3분기 31조812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9조1423억원으로 71.2% 감소했지만 사내유보금은 같은 기간 7.6%(124조6764억원→134조988억원) 증가했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2조249억원의 법인세를 돌려받았다. 지난해 3분기 7조75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결과다. 사내유보금은 59조4614억원에서 17.3% 줄어든 49조1747억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법인세 규모는 실적과 세액공제·감면·조세지원 제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각 기업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해서 같은 법인세를 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법인세 인하효과와 함께 경기침체의 영향이 법인세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며 “실적 부진으로 순이익이 줄면서 기업의 법인세 규모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 후 기업별 사내유보금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 다음편에서 살펴보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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