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4편
코인 열풍 부는 투자시장
고수익 좇는 직장인들
예적금으로 리스크도 줄여야
노후 대비 연금도 필요해

요즘 암호화폐와 주식에 뛰어드는 젊은 직장인들이 참 많다. 얼어붙었던 투자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으면서다. 하지만 리스크가 큰 상품에만 의존해선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은행상품, 연금 등 안정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암호화폐와 주식에 올인한 부부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급속도로 불어난 자녀 교육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던 이재석(가명·42)씨와 한성희(가명·41)씨 부부. 첫째(14)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부가 한달에 지출하는 교육비는 현재 85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둘째(11)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첫째가 고등학생이 되면 교육비는 한번 더 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우려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지난 1·2차에 걸쳐 진행한 상담의 진행 상황은 이렇다. 1차 상담에서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소득은 총 570만원으로,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320만·250만원씩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5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66만원, 금융성상품 40만원 등 660만원이다. 월 90만원씩 적자가 났다. 부부의 재무 목표 1순위는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재테크를 위한 시드머니 1000만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저축이 필요하므로 2차 상담에선 지출을 대폭 줄였다. 정기지출에서 거의 모든 항목을 줄여 총 165만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 돈으로 적자 90만원을 상쇄해 부부는 총 75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75만원으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데, 다행히도 부부는 자가 아파트(매매가 5억원)를 갖고 있다. ‘내집 마련’을 준비해야 하는 대다수의 상담자보단 수월하게 재무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액수론 안정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짜기가 조금 버겁다. 필자는 부부의 금융성 상품(월 40만원)을 살펴봤다. 부부는 주식과 암호화폐에 각각 20만원씩 투자하고 있었다. 예금이나 적금은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 이 시대에 은행 금리만으론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남편의 재테크론에 따른 결과다.

틀린 말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다 올 1월 2.8%까지 내려왔지만,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치(2.0%)보다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부부의 재테크 방식은 너무 극단적이다. 이른바 ‘고수’들조차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식과 하루에만 가격이 몇번을 널뛰기하는 암호화폐에만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자칫하면 열심히 모은 자금을 하루아침에 잃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예·적금은 이자는 적어도 원금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괜히 직장인들이 예·적금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은행금리가 낮다고 해서 수익성 높은 재테크만 노려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금리가 낮다고 해서 수익성 높은 재테크만 노려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이유로 필자는 재무설계에 앞서 부부의 금융성 상품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편을 설득해 암호화폐(20만원)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주식(20만원) 투자도 당분간은 중단할 생각이다. 기존에 암호화폐와 주식에 투자한 금액으로만 재테크를 지속하고, 추후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부부가 운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75만원에서 115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제 부부의 미래를 위한 플랜을 짜보자. 먼저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남편의 개인퇴직연금계좌(IRP)를 개설했다. IRP는 기업이 주는 퇴직급여에 ‘자기부담금’을 더해 연금을 운용하는 계좌다. 소득이 있는 근로자나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IRP의 장점은 소득 공제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는 경우 13.2%, 그 이하라면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론상으론 연간 최대 900만원을 공제하는 게 가능하다. 단점으론 법에서 인정한 사유 외에는 중도에 인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당장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경우여야만 가능하다. 중도 해지를 할 때 소득세 16.5%가 적용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만 조심하면 IRP는 꽤 괜찮은 노후 설계 수단이다. 남편은 월 30만원씩 IRP에 넣기로 결정했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론 정기적금을 쓰기로 했다. 몇년 안에 늘어난 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는 투자상품은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필자는 부부와 함께 시중은행의 특판상품 중 가장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걸 찾았고, 그중 하나에 월 50만원씩 넣기로 했다. 이러면 단순 계산으로 1년에 600만원씩 모아 2년이면 부부의 목표금액인 1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한 다음엔 노후 준비를 강화하는 데 쓸 것이다.

남은 35만원은 비상금 용도 겸 원금 불리기의 목적으로 CMA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이 통장의 특징은 투자자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돈을 넣기만 하면 국공채를 비롯한 단기금융상품에 투자가 이뤄지고, 매일 수익을 은행이자처럼 나눠 받는다. 하루만 돈을 놔둬도 이자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 상품의 또다른 장점은 은행통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고 송금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CMA통장은 재테크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에 효과적인 방식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고금리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15만원을 노후 준비(IRP 3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정기적금 50만원), CMA통장(35만원)에 분배해 미래를 준비했다. 최종적으로 부부의 지출은 660만원에서 부부의 소득 수준인 570만원으로 90만원 줄었다. 적자가 제로가 됐다는 얘기다.

이제 부부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자녀가 성장할 때마다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옆집 아이는 벌써 논술학원도 다닌대’란 말을 들으면 부모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도 미래지만 부부 자신들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40대에 접어든 이씨 부부에겐 지금이 노후 대비를 차분히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자녀를 위해서’란 미명 때문에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부디 부부가 필자와 진행했던 상담의 결과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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