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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위권·반격능력 확보 명분
일본 국방비 10년 연속 증가
韓 무기·전투기 수출에 자극받아
대만·인도 등 각국 전투기 개발
전투기 시장 5년간 매년 3%↑

일본이 2035년까지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수출한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전투기 시장은 1980년대 이후 다시 다국가 생산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전투기 시장은 앞으로 5년간 매년 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 무기 수출 경쟁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뉴시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뉴시스]

일본이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방위 장비·기술 이전 3원칙’ 규정을 완화하기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인 6세대 첨단 전투기 수출을 승인했다. 일본 헌법 9조에 담긴 평화주의 원칙에 어긋나지만, 예견된 결정이다. 

일본은 2022년에 영국·이탈리아와 공동으로 6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국이 전투기 개발을 결정한 2022년에는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존재했지만, 영국과 이탈리아가 개발 비용을 낮추려면 수출을 해야 한다고 일본에 요청했다는 얘기다.

■ 日·英·伊의 6세대 전투기=일본이 3국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는 미국과 개발한 미쓰비시 F-2와 유로파이터의 타이푼을 대체한다. 유로파이터의 타이푼은 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이 합작해 만든 전투기다.

일본과 방위 장비·기술 이전 협정을 맺은 미국·프랑스·독일·호주·아랍에미리트(UAE) 등 15개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이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일본의 무기 수출길은 2014년 아베 정권에서 이미 열렸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중의원에서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나라, 국제분쟁 발생 우려국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무기 수출 3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1981년에 한국, 1983년 미국, 2005년 탄도미사일이라는 예외를 적용했다. 2014년 아베 정권은 명칭을 ‘방위 장비·기술 이전 3원칙’으로 바꾸고, 평화와 일본 안보에 기여했거나, 일본 정부의 사전 동의가 있으면 무기를 팔 수 있게 했다. 

평화헌법의 무력화도 차근차근 준비했다. 일본 헌법은 9조 1·2항에 무력 포기와 교전권 포기를 담고 있어 평화헌법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일본은 2015년 미국과의 방위협력지침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얻어냈다. 2022년에는 일본의 안보 3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에 ‘반격능력’을 규정해 해외 적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자료 | 에어로다이나믹, 참고 | 유럽 4국은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2023년 기준]
[자료 | 에어로다이나믹, 참고 | 유럽 4국은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2023년 기준]

■ 전투기 시장 급팽창=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8월 ‘다극 시대로 진입한 전투기 시장’이라는 기사에서 “일본, 대만,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1980년대 전투기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1990년대에 이를 폐지했다”며 “한국이 냉전 이후 전투기 자체 개발을 시작한 유일한 나라였지만, 일본과 대만도 다시 전투기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고 보도했다. 

전투기 시장은 1980년대 냉전시대에 이미 연간 500억 달러대 시장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 규모가 줄어들어 최근까지도 400억 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전투기 시장은 매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컨설팅회사 에어로다이나믹 어드바이서리(Aerodynamic Advisory)는 세계 전투기 시장 규모가 올해 473억4000만 달러, 2029년에는 568억3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투기 시장은 올해부터 5년간 매년 3.7% 성장한다. 미국의 시장 점유율이 78.9%로 가장 높다. 

최근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05년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양산했고, 경공격기 FA-50을 폴란드 등에 수출했다.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는 2026년 양산 배치한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기 수출은 10억1000만 달러였다. 에어로다이나믹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우리는 인도에 이어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라는 점은 한계다. 

■ 동북아 무기 경쟁=한국‧일본‧대만이 국방비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이 지역 무기 수출도 경쟁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2017년 이후 36.9% 증가했고,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으로 커졌다. 

일본은 올해 4월 시작하는 2024년 국방비로 지난해보다 16.5% 증가한 7조9500억 엔을 편성했다. 일본 국방비는 10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에 향후 5년간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1%에서 2%로 두배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연간 국방비는 2027년 11조엔으로 증가한다. 

일본 자위대의 구형 전투기 미쓰비시 F-2. [사진=뉴시스]
일본 자위대의 구형 전투기 미쓰비시 F-2. [사진=뉴시스]

일본 국방비 증가의 명분은 2022년 도입한 반격능력이다. 일본 국방부는 반격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미사일 개발과 생산에 6조5000억원, 방어시스템 구축에 10조원 이상을 사용할 예정이다. 

대만도 지난해 국방비를 GDP의 2.6% 수준으로 늘렸다. 대만 국방비는 5년 연속 증가했고, 2016년보다 두배 늘어났다. 대만은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를 지난 2021년 양산하기 시작했고, 2026년까지 66대를 공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동북아 무기 수출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은 한국이다. 우리나라 무기 수출은 2018~2022년 5년간 74% 증가했다. 이 기간 세계 무기 거래 규모는 5.1%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원(SIPRI)의 2023년 기준으로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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