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프리미엄 커피시장 분석
스페셜티 커피 한국에 둥지
美 인텔리젠시아 서촌에 1호점
싱가포르 바샤커피 7월 개점 예정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되레 감소
리저브 전략 수정 이번엔 통할까

한국 커피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블루보틀커피(2019년), 인텔리젠시아(2024년) 등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속속 국내시장에 깃발을 꽂으면서다. ‘커피계 에르메스’라 불리는 싱가포르 ‘바샤커피’도 한국행 티켓을 끊어놓은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2014년 스타벅스 리저브란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든 스타벅스의 기세가 약해졌다는 거다.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리저브’ 매장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리저브’ 매장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커피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스타벅스(SCK컴퍼니)를 필두로 한 고가 커피전문점과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전문점 두 부류만 살아남은 시장이 됐다는 거다. 특히 스타벅스가 점포를 1893개(2023년 4분기 기준)까지 확대하는 등 고가 커피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고가 전략을 펼쳐온 숱한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고가 커피전문점을 이끌고 있는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에 1호점을 열어젖힌 후 꺾이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팬데믹 국면에서도 출점을 멈추지 않았고, 매출액 3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2조9296억원(잠정치)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을 것만 같은 스타벅스를 두고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도 한국에 속속 깃발을 꽂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의 평가 기준 80점(100점 만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고급 커피를 의미한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2019년 한국에 진출한 블루보틀커피(Blue Bottle Coffee·이하 블루보틀)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은 미국 기반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2018년 블루보틀커피코리아를 설립하고 이듬해 서울 성수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삼청·연남·여의도·광화문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5년간 점포 수를 13개 늘리는 데 그쳤지만, 블루보틀이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만의 길을 순조롭게 걷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2021년 흑자전환(영업이익 26억원)에 성공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참고: 블루보틀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홍콩 등에 진출해 있지만 총 점포 수는 100여개에 불과하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시장의 문을 두드린 건 블루보틀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엔 블루보틀, 스텀프타운(Stumptown)과 함께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로 불리는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가 서울 서촌에 1호점을 열었다.

인텔리젠시아는 커피 전문 수입·유통회사 HM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이 브랜드는 미국을 벗어난 첫 해외 진출 국가로 한국을 낙점해 이목을 끌고 있다.

‘커피계 에르메스’라 불리는 싱가포르 ‘바샤커피’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바샤커피 본사(V3 고메그룹)와 국내 유통 계약을 맺고 오는 7월 서울 청담동에 1호점을 론칭할 계획이다. 바샤커피는 100% 아라비카 원두로 만든 다양한 풍미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기준 커피 한 잔(싱글오리진) 가격이 8.5싱가포르달러(약 8500원)에 달할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다. 롯데백화점 측은 “커피계 명품이라 불리는 바샤커피를 통해 럭셔리 콘텐츠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2014년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rve)를 론칭하면서 국내 스페셜티 커피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스타벅스는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론칭 5년 만인 2019년 90개를 넘어섰던 리저브 매장은 현재 66개로 쪼그라들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일반 매장 한편에 ‘바(bar)’ 형태로 자리하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소비자에게 차별점을 주지 못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할 땐 획기적인 차별점을 기대한다. 스타벅스 리저브의 경우 메뉴 가격은 1만원대로 고가이지만, 일반 매장 내에 입점해 있는 형태이다 보니 소비자에게 큰 메리트를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리저브 매장을 공격적으로 출점하면서 희소성이 약화했을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스타벅스는 최근 리저브 매장을 리포지셔닝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리저브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장 리포지셔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달라지는 고객의 니즈와 상권에 맞춰 리저브 매장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가 커피시장을 움켜쥔 스타벅스는 과연 프리미엄 시장에서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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