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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법인 파산 1년 만에 두배 ↑
지난해 파산은 5년 만에 두배 ↑
개인회생·자영업자 파산 증가
경기침체기 연체 특성 반영해
은행들 저신용 대출금리 낮춰야

최근 파산·채무조정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경기침체기 채무의 특징을 구분하지 못하고, 저신용자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한 결과다. 이는 금융회사들의 연체율 등 경영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경기침체기에 금융회사들이 파산을 다루는 방식을 알아봤다.

서울 시내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경기침체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신용평점이 낮은 차주, 그리고 소상공인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런 때 금융회사들은 저신용 대출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은행권은 저신용·저소득 고객을 위한 대출상품 공급을 늘리고, 성실하게 상환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겠다고 말한다. 25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새희망홀씨 대출상품을 지난해보다 3.3% 더 공급할 계획이다. 1년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긴급 생계자금 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정책 대출상품의 단기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다. 은행·신용카드회사 등 금융회사들은 경기침체기에 발생하는 연체의 특징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개인 파산법 개정 결과를 보면, 파산 위험이 줄면 금융권의 대출금리가 내려오고, 이는 다시 파산 건수를 줄이는 선순환 효과가 있었다.

경기침체기에 발생한 연체는 일반적인 시기의 연체와 달리 대출 회수가 빨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차주의 상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 약한 고리➊ 중소기업=2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131건을 기록해 지난해 100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0월 150건, 11월 146건, 12월 148건, 올해 1월 151건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법인 파산은 2018년 80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57건으로 5년 만에 두배 증가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 771만4000개 중 99.9%는 중소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 평균은 신규취급 기준으로 지난해 1월 5.67%에서 1월 5.28%로 소폭 내려왔다. 하지만 2021년 2월 2.85%, 2022년 2월 3.52%였던 대출금리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을 1년 이상 이어오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0.27%에서 2023년 12월 말 0.48%로 2년 만에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자료 | 법원행정처]
[자료 | 법원행정처]

이에 따라 은행이 이자조차 못 받은 대출금도 늘고 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이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이자조차 못 받은 무수익여신이 1년 만에 30% 증가했다. 부산·광주·대구·전북·경남·제주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도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 약한 고리➋ 취약차주=개인의 채무조정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은 2월 1만165건으로 1년 전보다 429건 증가했다. 2월 채무조정 건수는 1만5290건으로 1년 전 1만5275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복위에 접수된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18만9259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9.6% 증가했다. 

소상공인의 폐업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노란우산공제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이 317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5% 늘어났다. 지급 건수로 보면 16.4% 증가다. 지난해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보다 30.1% 증가한 1조2600억원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 대출상품 수를 줄이고, 금리는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501~600점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은 3월 현재 28개로 1년 전보다 11개나 줄었다. 평균 대출금리도 연 17.55%로 1년 전보다 0.39%포인트 올렸다. 

■ 경기침체기 연체 특징=금융회사들은 경기침체기에 연체 차주에게 금리 부담을 줄여줘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유리하다. 앞서 언급했듯 경기침체의 여파로 빚을 연체한 차주는 상환 의지가 강하고, 다시 정상적인 재정 상태로 돌아가려는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파산 위험도가 줄면,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내리고, 이는 다시 파산 건수를 줄인다는 증거도 있다. 

미국은 2005년 개인 파산법을 개정했다. 미국에서 개인 파산이 1980년 30만 건에서 2004년 159만건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개인 파산자들의 소득에 따라서 조건을 강화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게 주된 취지였다. 

파산 신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회생법원. [사진=뉴시스]
파산 신청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회생법원. [사진=뉴시스]

하지만 그 결과 새로운 현상이 관측됐다. 탈 그로스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0년 발표한 ‘파산 개혁의 경제 효과’라는 논문에서 “개인 파산 위험도가 줄자 카드회사들이 대출금리를 낮췄고, 이는 다시 파산 건수를 줄이는 선순환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개인 파산 신청은 법 개정 후 2년 동안 50% 감소했다. 이 기간 신용카드 회사들은 파산 신청 위험도가 1%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이자율을 평균 0.7~0.9%포인트 낮췄다. 

경기침체기 발생한 연체의 특징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 신용평가 회사 FICO(Fair Issac Corporation)는 2022년 11월 ‘부채 추심: 마지막 경제위기에서 무엇을 배웠나?’라는 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은 차주의 평균 상환 기간은 9개월이었지만, 일반적인 연체 차주의 평균 상환 기간은 2년 6개월이었다”며 “이를 분별하지 않고 추심하면 연체가 더 늘어나고, 연쇄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은 이들은 재정적 도덕성이 높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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