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사라진 구독 해지 버튼➌
은근슬쩍 해지 막는 기업들
소비자 심리 악용한 문구에
해지 절차 복잡하게 만들기도
교묘해지는 기업의 꼼수들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구독자를 한달이라도 더 붙잡아두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구독 해지 버튼을 살짝 감추거나 위약금을 부과하는 ‘거친 방법’이 있는가 하면,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문구를 활용해 은근슬쩍 값을 부풀리거나 결제를 연장하게 만드는 ‘다크 넛지(Dark nudge)’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런 기업의 꼼수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힘든 방법을 써서 구독 연장을 종용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기업은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힘든 방법을 써서 구독 연장을 종용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은 좋든 싫든 한번쯤 ‘구독’이란 서비스를 마주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구독 이용률이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30대의 OTT 구독 이용률은 85.4%(2023년 기준)에 달한다. 20대(84.3%), 13~19세(79.2%)의 이용률도 30대에 버금간다.

구독 서비스는 단지 인터넷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링크가 조사한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가전제품 관리·교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률이 18.0%(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반찬·도시락·샐러드(7.6%), 매트리스 관리(4.5%)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업들 입장에서 소비자가 구독을 연장하는 건 실적과 직결하는 중요 사안이다. 이 때문인지 소비자의 구독을 연장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도 숱하다. 그중 ‘다크 넛지(Dark nudge)’는 논란이 되고 있는 방식이다. 이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 건드린다는 의미의 넛지(nudge)와 어두움(dark)이 결합한 신조어다. 구독 서비스에 대입하면,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은근슬쩍 유도하는 상술을 의미한다.


■ 자동 결제=다크 넛지의 유형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자동으로 서비스를 결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할인 정책으로 소비자를 유도한다. 여기서 소비자는 ‘매월 정기 결제에 동의한다’는 항목에 동의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다음 결제일 때 소비자가 결제를 해지하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가 결제 해지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결제 해지일을 놓치면 환불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은 문제다.

■ 총액 미표시=처음에 검색했던 요금과 최종 결제 요금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도 다크 넛지의 한 방식이다. 이는 숙박업계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땐 굉장히 저렴했던 숙박비가 막상 결제창으로 넘어가면 이런저런 비용이 붙어 가격이 불어나는 식이다. 하지만 객실 정보를 살피는 데 시간을 써버린 소비자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결제 버튼을 누른다.

가격은 동일하지만, 단위가 달라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 촬영 앱인 ‘페이스튠2’은 멤버십 가입 초기 화면에 ‘12개월 월 2083원, 매년 49.0% 할인’을 띄웠다. 반면 정기결제 화면에선 ‘1년 2만5000원’으로 표기해 놨다. 이를 본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것으로 착각하고 멤버십 가입 화면으로 돌아가 결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압박 판매=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구독을 은근슬쩍 강요하거나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오늘 하루만 무료’ ‘다시 없을 기회’ 등의 문구로 소비자가 결제를 서두르도록 종용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문제는 속았다고 느낀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해도 이를 쉽사리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압박판매의 사례를 보자. 소비자 A씨는 한 사이트에서 자유이용권 24개월에 3개월을 더 주는 상품을 일주일간 일회성으로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입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사업자에게 환급을 요구했지만, “마케팅의 재량이다”는 이유로 환불받지 못했다.

■ 어려운 해지방법=사실상 가장 많은 구독 서비스 업체들이 쓰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해지 화면을 찾기 어렵게 만들거나, 해지 시 잃는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소비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구독 해지 자체를 어렵게 만든 케이스도 있다. 지금은 수정됐지만, 애플 앱스토어로 넷플릭스(OTT)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앱 내에서 구독 해지를 할 수 없었다. ‘구독 해지 버튼’이 아예 없기 때문이었는데, 소비자는 고객 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야만 해지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소비자원 같은 정부 기관의 활동으로 다크 넛지의 사례가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12월부터 다크 넛지의 실태를 조사, 앱에 다크 넛지 패턴을 탑재한 기업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또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옭아맬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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