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인수 성사됐지만…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투자 결정을 내렸을 때 우려가 많았다. 지분 인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8개월,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 메모리 투자가 성사됐다. 하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이 본 미래가 장밋빛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SK하이닉스, 샴페인을 터뜨리긴 아직 이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살펴봤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투자건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17일 중국의 승인을 마지막으로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막는 걸림돌이 모두 해소됐다. 중국의 승인이 떨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도시바 메모리 중단설이 파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였다.

도시라 메모리 투자건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결정, 올 3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2개월여나 늦은 5월까지도 진전이 없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의 반발이었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려면 한국ㆍ중국ㆍ일본ㆍ미국ㆍ유럽연합(EU)ㆍ브라질ㆍ필리핀ㆍ대만 등 8개 국가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중 중국에서만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참고 : 전문가들은 중국이 승인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한국 반도체를 견제하고,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해지자, 여차하면 도시바 측에서 매각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고,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도시바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해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과정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SK하이닉스로선 최대 위기를 넘긴 셈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은 유효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에 총 4조원을 투입하지만 이는 지분 인수가 아니라 투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도시바 메모리의 기술을 공유하거나 생산설비 등을 활용할 수 없고, 투자배당을 받는 게 전부일 수 있다. 10년 뒤 전환사채(CB)를 통해 도시바 메모리 지분 15%를 확보할 순 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SK하이닉스도 10년 후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수치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하지 말아 달라”면서 “인수보다는 상생의 관점에서 업계 전반을 바라보고 판단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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