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2기 경제팀의 과제

문재인 정부가 ‘경제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지지부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해 관료 출신의 인사를 발탁했다. J노믹스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장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편에선 시장과의 소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다른 한편에선 성과를 내지 못하는 J노믹스의 일부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기 경제팀의 과제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윤곽을 드러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월 26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하는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수석에 윤종원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일자리수석에는 정태호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시장은 지지부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료 출신인 인사를 발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임 비서실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일자리수석으로 임명된 정태호 비서관은 정당의 정책과 정무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드문 정책통으로 인정받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국정과제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그 추진력으로 일자리 창출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윤종원 신임 수석은 거시경제와 실물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철학에 가장 부합한다.”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 정책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발탁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기 경제팀의 미래는 낙관하기 힘들다. 한국경제의 상황이 워낙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통계에 따르면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와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격차를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5배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용률은 쇼크 수준이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한 취업자 수는 5월 7만2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1만명 감소 이후 8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2기 경제팀 앞에 풀기 힘든 과제들이 깔려 있는 셈이다.

권혁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기 경제팀의 장점은 실무경험이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할 경우 시장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학문적이면 안 된다”며 “정책을 지나치게 확신하면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 부작용 최소화 찾아야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교수의 주장도 비슷하다. “경제팀을 교체했지만 정부 정책을 향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돼 있지 않다. 2기 경제팀의 성향으로 봐선 현재의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건데, 정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전략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지금은 시장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그렇다면 2기 경제팀은 어떤 행보를 밟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선 시장과의 조율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여주는 주체는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나를 따르라’ 식의 정책으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권혁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좋은 일자리는 시장에서 나온다. 정부가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업과 시장의 입장에서도 정부 정책이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정부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면 정책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계층이 아닌 사회전체가 정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경제학)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변화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여줬다면 여기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런 보상들이 너무 없다”며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일자리수석, 경제수석을 바꿔봤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이 혁신성장을 강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다. 이중 혁신성장의 성과가 가장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열릴 예정이던 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관련 부처의 준비 부족으로 연기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혁신성장 부분이 제일 부진하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산업이 많다”며 “이런 쪽에 재정을 투입하고 규제를 풀어야 내수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통 못하면 낭패

홍석철 교수는 2기 경제팀에 과감한 혁신책을 쓰라고 조언하면서 말을 이었다. “혁신성장과 관련한 국회·정부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다뤘던 내용을 두고 회의만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혁신 사업 중 하나를 선정해 규제를 풀고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숙제는 이처럼 만만치 않다.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숫자에만 집중하면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2기 경제팀이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도마에 올라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