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상인의 고백, 우린 최저임금 걸림돌 아니다 
어느 상인의 고백, 우린 최저임금 걸림돌 아니다 
  •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
  • 호수 300
  • 승인 2018.07.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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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연의 乙살리기

“최저임금 때문에 못 살겠다!”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거다. 평소 자영업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기업도 이 주장을 거든다. 인상을 추진하는 정부 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마치 중소상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사실이 아니다. 그간 정부가 제대로 중소상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소상인을 대표하는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의 주장을 들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기업 CEO들을 불러 맥주파티를 벌였지만 소상공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기업 CEO들을 불러 맥주파티를 벌였지만 소상공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지만, 일부에선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한다. 이들의 주요 논리는 “최저임금의 급격히 인상되면 중소상인ㆍ자영업자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시각이 딱 그렇다. 5월 고용동향을 “충격적”이라고 평가한 김 부총리는 그 원인을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의 일자리가 급감한 것과 중소 제조업체의 직원이 방출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용 충격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메랑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높으신 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한몸에 받는 우리 중소상인들은 궁금한 게 있다. 과연 이들 중에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 만나 최저임금 효과와 고통을 직접 들어 본 사람이 있을까.

답은 ‘No’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기업 CEO 여러명을 불러 맥주파티를 벌였다. 해외순방을 갈 때도 동행할 대기업 회장들의 리스트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금껏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인물과 회담을 가진 적은 많지 않다.

김 부총리가 ‘고용통계가 충격적’이라며 중소상인 일자리를 걱정하던 날은 6월 18일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으로 시계추를 돌리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당시 김 부총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만나 “대기업이 고용에 나서야 한다”며 격려했다. 정 회장은 “매장을 확대해 매년 1만명 이상의 신규채용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고, 김 부총리는 웃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중소상인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게 된 출발점엔 시장을 독점한 유통 대기업이 있었다. 이들은 시장을 과점했고 그사이 골목상권은 무너졌다. 유통 재벌들이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때, 자영업자 일자리 수십만개가 나락에 빠졌다. 

여기에 대리점주ㆍ가맹점주에게 불리한 갑을 시스템, 임대료 폭탄, 고율의 카드수수료 등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옥죄고 있다. 이들이 거리로 나와 “최저임금 결사 반대”를 외치는 이유도 이와 밀접하다. 당장 현실이 어려우니, 비중이 크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마저 최후의 일격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거리에 나온 중소상인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으면 차라리 그만두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중소상인은 살리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대상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상인의 수는 560만명이다. 여기에 고용노동자, 무임금 가족노동자, 무등록 노동자를 더하면 1000만명은 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중소상인 업계는 2000만명을 훌쩍 넘는 거대 소비시장이 된다. 그 자체로 한국산업의 안전망이자,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다. 마냥 시혜의 눈길로 볼 것도 아니고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다는 이유로 말려 죽여서도 안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방향은 옳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그간 대기업주도 성장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다. 노동자의 지갑이 두둑해져야 중소상인들도 먹고 살 수 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공존공생의 관계다. 최저임금의 걸림돌이 중소상인이 되는 건 곤란하다. 이들이 걱정된다면, 시급한 일이 훨씬 많다. 앞서 언급했던 ‘대기업 독과점’ ‘가맹점 갑질’ ‘불공평한 카드수수료’ 등을 정비하는 일이다.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는 대기업 CEO의 얘기만 귀담아들을 게 아니다. 중소상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소상인은 국가의 미래 자산이며 버팀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를 선순환할 중요한 정책이다. 중소상인의 생존이란 핑계로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 다만 중소상인을 육성할 방안을 당사자와 함께 대화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것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덕목이다.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 hmright@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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