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1년의 기록] 메기 풀었건만 시작만 요란했다
[인터넷전문은행 1년의 기록] 메기 풀었건만 시작만 요란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286
  • 승인 2018.07.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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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메기 효과 있었나
혁신은커녕 시중은행 닮아간다는 지적 많아

정어리들은 천적 메기를 보면 더 활발히 움직인다. 메기의 힘찬 꼬리질이 정어리의 생존본능을 깨우는 것이다. 메기효과.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우리는 ‘메기효과’를 떠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보단 이익에 집착하는 시중은행의 민낯을 들춰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로부터 1년, 메기효과는 없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갈수록 시중은행을 닮아갔다. 때론 시중은행보다 더 독하게 고객을 대했다. 메기는 금세 맥이 빠졌고, 시장에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인터넷전문은행의 1년을 기록해 본 이유다.

은행업계를 흔들 ‘메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가량 흘렀다. 초반 열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풀지 못한 논란도 여전하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 문제,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불과 2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이 단어가 어느새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618만명, 케이뱅크는 76만명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우리나라 인구 5179만명(2018년 5월 기준) 중 13.4%가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객이다. 10명 중 1명은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셈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은 탓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던 분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6년 7467만5000명이었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중복 가입 합산)는 지난해 9089만3000명으로 1621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열풍은 2015년 불기 시작했다. 당시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활성화 이슈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015년 4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금이 제대로 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적기이자 호기”라며 “걸림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치우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1년 만에 600만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가 출범 1년 만에 600만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뉴시스]

물꼬가 트이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앞길이 활짝 열렸고, 관련 사업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는 그해 6월 인터넷전문은행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십곳의 기업이 3개의 컨소시엄을 만들고,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중 KT와 우리은행이 주축인 ‘케이뱅크’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축이 된 ‘카카오뱅크’가 2015년 11월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낙점을 받았다. 2016년 12월 15일 케이뱅크가 은행업 본인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과 1992년 이후 24년 만에 새로 탄생한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3일, 카카오뱅크는 7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은행의 초기 돌풍은 뜨거웠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 예·적금액 6100억원, 대출금액 65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를 일찌감치 돌파했다.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인기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수 430만명,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에도 ‘지배구조’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자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온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1000억원의 유상증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19개 주주 중 7곳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권주가 발행했다. 그 결과, 케이뱅크는 실권주 처리를 위해 부동산 개발 기업 MDM을 신규 투자자로 받아들여야 했다.

초반 돌풍 일으켰지만…

올해 진행 중인 1500억원 규모의 2차 증자도 진통을 겪긴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주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거부하면서 지난 5월까지 논의만 계속했다. 다행히 5월 30일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실권주 발생 가능성은 여전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주들이 증자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다른 신규투자자를 찾거나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를 기존 주주가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주주의 역량을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계획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족쇄가 됐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복잡한 주주 구성이 계속해서 자본 확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때 마다 주주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케이뱅크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신규투자자 참여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지분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상증자→실권주 발생→신규 투자자 참여·기존 투자자 부담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증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최근 나타나고 주주 이탈 조짐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 확충 논란이 금융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월 1일을 기점으로 ‘직장인K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지난 6월에도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직장인K 신용대출’ ‘슬림K 신용대출’ 등의 판매가 일시 중지했다.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가 많고 자금 사정도 기업마다 달라 의견을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다”며 “원활한 자본 확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서비스 논란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29일 출범 이틀 만에 대출 먹통 사태를 겪어야 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신용정보사의 신용등급 조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먹통 사태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출범 준비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체크카드 결제 오류로 고객의 원성을 샀다. 계좌에 돈이 있는데도 결제가 거절되거나 결제 승인이 나지 않았는데도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같은달 고객의 계좌에서 해외승인으로 20만원가량의 계좌 잔액이 모두 빠져나가는 사고도 일어났다. 카카오뱅크 앱의 접속 오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파른 성장 속 갑론을박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2월과 4월 올해에만 두번의 접속 오류 현상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고객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객 집중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지만 서버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고객센터를 확충하는 등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다는 걸 생각하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게 보안과 서비스의 안전성”이라며 “연이은 서비스 오류는 은행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성장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논란이 계속되면 성장성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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