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➏ 철강

철강업계는 지금 힘들다. 전방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철강 수요는 줄고,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와 조선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해서다. 그런 와중에도 업계 이익의 질質은 비교적 개선됐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포스코만은 달랐다. 지난해 이익의 질(71.6%)은 구조조정 전인 2014년 대비 44.2%포인트 악화했다. ‘닥치고 구조조정’은 질이 나빴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철강 업종의 이익의 질을 살펴봤다. 

현대제철의 이익의 질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포스코는 2014년보다 나빠졌다. 사진은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의 이익의 질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포스코는 2014년보다 나빠졌다. 사진은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사진=연합뉴스]

2013년 중국은 철강 공급과잉과 철강업체 재무건전성 악화로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시 한국에서도 정부가 좀비기업들을 솎아낸다면서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국내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이 시기다. 

동부제철은 전 임직원이 3개월의 임금 30%를 반납했고, 동국제강은 포항 1후판공장을 폐쇄했다. 현대하이스코는 당진공장 문을 닫았다. 현대제철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 인력 500여명을 전환배치했다. 포스코도 비핵심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때마침 미국에선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시작되면 철강은 수혜주다.

쓸데없이 나가는 비용도 줄인데다 수요처도 찾았으니 철강업계 이익의 질質도 좋아졌다. 철강업계 이익의 질은 2008년 102.8%에서 2014년 54.1%, 2017년 52.2%로 꾸준히 개선됐다[※ 참고: 이익의 질은 낮을수록 양호].

중요한 건 국내 철강산업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대부분의 철강사가 2014년보다 2017년 이익의 질이 개선된 것에 반해 포스코는 27.4%에서 71.6%로 이익의 질이 더 나빠졌다. 포스코의 유일한 경쟁상대인 현대제철이 같은 기간 38.9%에서 35.7%로 개선된 것과도 대비된다.

 

여기엔 2015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내놓은 정반대의 중장기 경영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포스코는 내실을 다진다면서 계열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외사업도 약 30% 정리했다. 신규투자에도 제동을 걸었다. 책임 소재를 위해 투자실명제를 내건 거다. 반면 현대제철은 국내외 투자 중심의 전략을 수립했다. 철강과 비철은 물론, 종합소재영역까지 사업을 넓히겠다는 거였다. 

물론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선택을 이익의 질만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차라는 안정적인 거래처와 오너기업이라는 특성이 도움을 줬을 수도 있다. 다만 “알짜사업을 정리하는 등 포스코의 선택에 실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은 뼈아프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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