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과 고질병
남탓과 고질병
  • 김다린 기자
  • 호수 303
  • 승인 2018.08.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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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참사와 소득주도 성장
최악의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최악의 고용 지표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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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경제불안 뇌관으로’ ‘자영업자의 몰락…5년 만에 600만명 밑돌아’ ‘자영업자 휘청, 중산층 붕괴’…. 주요 일간지를 장식한 기사들이다. 하지만 작성 시기가 당신이 생각한 지금이 아니다. 10년 전 이명박(MB) 정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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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더 들어보겠다. ‘고용한파 6개월째’ ‘고용쇼크 저학력 저소득층에 직격탄’ ‘내년 취업대란 고용 빙하기 온다’ …. 어떤가. 오버랩이 되는가. 이 역시 10년 전 MB 시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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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ㆍ사회 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소득주도 성장’이 뭇매를 맞고 있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면서 국민들을 고용 절벽으로 내몰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이라도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고,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처럼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외치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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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고용률, 자영업 사망선고 등과 연결하는 건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가게가 10개가 문을 여는 사이, 8.8개는 망했다는 ‘자영업자 폐업률 87.9%’의 통계는 2016년 기준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기도 전이다. 고용률 역시 마찬가지다. 참여정부(59.9%), 이명박 정부(59.3%), 박근혜 정부(60.4%), 문재인 정부(60.6%) 등으로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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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가 말하는 진실의 함의는 무겁다. 자영업자의 몰락과 고용쇼크가 한국경제의 고질병이라는 거다. 소득주도 성장이 고용률과 자영업계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오직 그것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의 슬픈 자화상自畵像은 고용 없는 성장, 기울어진 운동장, 불평등한 사회구조 등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그린 것이다. 이념적인 것 같은가. 보수적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통계로 이야기해보자.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하고 이윤주도 성장을 선택하면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GDP 성장률은 3.2%, 박근혜 정부의 성장률은 평균 2.9%에 불과하다. 지니계수는 말해봤자 소용없다. 이명박 정부(0.315)와 박근혜 정부(0.309)의 집권 기간 평균 지니계수(통계청)는 참여정부(0.299)때보다 나빴다. 이윤주도 성장의 핵심동력인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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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단순히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도 아니다. 여기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ㆍ중소기업으로 나뉜 이중구조를 깨고, 주거비ㆍ의료비 같은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패키지로 포함돼야 한다. 경제 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반의 작동 방식까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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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꾸짖으려면 합리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은 틀리지 않다. 다만 문 정부는 지나치게 섣불리 시작했고 속도를 끌어올렸다. 자영업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가진 자들을 포용하지도 않았다. 고용은 쇼크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는 파탄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도 경제참모들은 남탓만 하며 각을 세웠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그들을 화해시키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진실은 하나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재인 정부가 서민경제를 대접하는 태도도 문제다. 이러다 애먼 국민만 죽게 생겼다. 그걸 높으신 양반들이 보지 못하는 게 또 문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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