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조원 어디에 썼는지 모를 만하구나
42조원 어디에 썼는지 모를 만하구나
  • 강서구 기자
  • 호수 303
  • 승인 2018.08.28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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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일자리 예산의 덫

취업자 수 5000명 증가, 청년 체감실업률 22.7%. 7월 한국의 고용 성적표다. 국민들은 고용 쇼크에 우려를 넘어선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손에 쥔 성적표가 초라하기 짝이 없어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사용한 예산은 42조5800억원에 달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사용한 예산은 42조5800억원에 달했다.[사진=뉴시스]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2707만8000명)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 7만2000명으로 10만명대를 밑돌았던 취업자 수는 6월 10만6000명으로 반짝 반등했지만 한달만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고용 쇼크’를 넘어선 ‘고용 참사’에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이 일자리 정책이기 때문이다.

쏟아부은 예산도 엄청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일자리 관련 예산에 투입한 돈은 54조원에 달한다. 일자리 예산으로 2017년 17조원, 2018년 19조원 사용했고 두차례의 추가경정예산(11조2000억원 + 3조8000억원)을 편성해 14조8000억원을 더 투입했다. 여기에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합쳐 54조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취업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헛돈을 쓴 것일까. 8월 국회예산처가 발행한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으로 사용한 예산은 지난해 18조3861억원, 올해 24조1959억원 등 42조58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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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정부가 지난해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제시한 일자리 정책 5대 분야에 사용됐다. 가장 많은 예산이 사용된 곳은 ‘일자리 인프라 구축’으로 22조8849억원이 쓰였다. 다음으로 ‘민간일자리 창출(9조7608억원)’ ‘맞춤형 일자리 지원(3조5006억원)’ ‘공공일자리 창출(3조3553억원)’ ‘일자리 질 개선(3조802억원)’ 등의 순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문제는 막대한 돈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7월까지 계속되고 있는 고용쇼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유는 모호한 일자리 정책에 있다.

가령 23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 인프라 구축의 주요 사업은 일자리 안전망 강화, 혁신형 인적자원 개발이다. 고용보험·산재보험 등의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적자원 공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거다. 당장 시급한 일자리 확충과는 거리가 있다.

인적자원 개발 분야도 새로울 게 없다. 세부추진과제 중 하나인 영마이스터 육성과정 신설은 이명박(MB)정부의 마이스터고 정책을 떠 올리게 한다. 대학창업 활성화, 창업 장학금 지급 등도 낯설지 않은 정책이다. 비정규직 남용, 근로여건 개선 등을 세부추진 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질 개선정책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자 수를 늘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조4575억원에서 올해 2조430억원으로 예산이 40% 이상 증가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의 효과도 크지 않아 보인다. 청년체감실업률은 여전히 20%대를 웃돌고 있다. 30~49세 여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495만2000명에서 올해(7월) 490만7000명으로 되레 4만5000명 감소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민간일자리 창출 분야는 일자리 정책 100개 세부추진과제 중 41개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예산은 지난해 4조9902억원에서 올해 4조7706억원으로 되레 2196억원(4.4%) 감소했다. ‘지역일자리 창출’ 예산이 371억원 감소했고 ‘혁신형 창업 촉진’에서 30174억원이나 줄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의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일자리 확충을 위해 혁신형 중견기업 육성을 목표로 삼았지만 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린다.

국회사무처는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지원이 급감하고 규제가 급증해 성장을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견기업 업계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돈 풀었지만 취업자 수는 감소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정치학) 교수는 “지금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산업예산과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효과도 내지 못한 긴급한 처방전에 불과하다”며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 시민참여 공유경제 산업 등의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정부 일자리 정책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실효성은 있는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수요자와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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