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델마와 루이스 ❷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는 ‘마초(macho)의 나라’인 미국에서 일그러진 마초들이 창궐하는 세태에 대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마초는 남성(male)의 스페인ㆍ포르투갈어다. 어원은 라틴어 근육(masculus)에서 비롯된다. 여성보다 강한 근육의 힘을 가진 남자로서 그 힘으로 여자와 가정, 그리고 국가를 지키는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마초문화는 엉뚱하게 여자에 대한 폭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사회에서 마초문화는 엉뚱하게 여자에 대한 폭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흔히 ‘마초(macho)’들의 나라로 통한다. 1620년 100명 남짓의 영국 청교도(Pilgrim fathers)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 연안의 척박한 플리머스에 상륙한 이래 ‘무한도전’의 정신으로 마침내 대륙을 가로질러 태평양까지 거대한 ‘땅 따먹기’를 감행한 그들의 발자취는 그야말로 수컷들의 마초정신으로 충만하다.

그들의 긍지는 그들이 사랑하는 ‘미국찬가(America the Beautiful)’에 나오는 구절 ‘바다에서 빛나는 바다까지(from sea to shining sea)’에 담겨 있다. 동쪽으로는 인디언들을 때려잡고 남으로는 멕시칸들을 때려잡으면서 진격한다. 그 와중에 조금 틈이 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자기들끼리 총질을 밥 먹듯 한다. 서부영화에 씩씩한 서부 마초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따위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게 따먹은 그 넓은 대륙에 철도를 깔고 아스팔트를 부어 고속도로를 닦은 사람들이다. 미국의 건국 이후 모든 전쟁을 쫓아다니며 백전백승의 기록으로 우승하여 현재의 세계패권을 장악한 것도 모두 미국 ‘마초’들의 업적이다. 그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자릿세 뜯어가도 할 말 없다.

그들의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Star sprangled Banner)’는 1812년 영국의 침공에 맞서 밤 새워 사생결단의 처절한 전투를 치른 매켄리 요새(Fort of Mc’ Hen ry)에 새벽의 여명 속에서 빼앗기지 않고 휘날리고 있는 성조기의 감동을 노래한다. 미군, 영국군 가릴 것 없이 몰살당하고 고요한 요새에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 속에서 성조기만이 휘날리는 울컥할 수밖에 없는 감동이다. 그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미국 국가는 마치 ‘고음 배틀’로 착각할 만큼 서너 음계를 마구 오르내린다. 성악가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음이 높은 곡이다.

미국은 흔히 ‘마초(macho)’들의 나라로 통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미국은 흔히 ‘마초(macho)’들의 나라로 통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날의 감동을 적은 시를 접한 작곡가도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음계가 무한대로 올라간 모양이다. 우리처럼 애국가 제창은 감히 상상도 못한다. 따라 부르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국가를 편곡하자는 청원이 몇번이나 올라갔지만 미국 국민들은 그 노랫말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서인지 오늘날까지 고집한다.

미국의 국가 문양 또한 무적의 포식자로 악명 높은 ‘흰머리 독수리’다. 씩씩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며 자신들의 마초스러움에 대단한 긍지를 지닌 사람들이다. 잘빠지고 안락한 승용차 대신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대형 픽업트럭 몰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총기사고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총기규제 법안은 번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마초들에게 총기를 내려놓으라는 것은 사무라이들에게 활과 칼을 내려놓으라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한자에서 ‘죽은 사람에게 하는 문안’을 뜻하는 ‘조弔’는 활과 화살을 내려놓은 모양을 형상화한다. 그야말로 “총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칠 만한 마초들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인의 ‘총의’로 선은출되는 미국 대통령도 한결같이 대단히 마초적인 인물들이다. 마초들이 마초를 선출하는 것 당연하다. 현대 들어서도 목사님 같던 카터 정도가 예외일뿐, 케네디ㆍ존슨ㆍ닉슨ㆍ부시ㆍ클린턴 모두 전형적인 마초들이다. 지금의 트럼프는 더 말할 나위 없는 마초의 ‘끝판왕’이다. 아무데나 힘자랑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냅다 폭탄을 퍼붓는다. 미국 대통령들의 엽색행각 스캔들 또한 마초답게 씩씩하고 요란스럽다. 미국의 마초 국민은 마초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는 마초답게 깨나 관용적이다.

해방 이후 전방위적으로 유입된 미국문화 중 마초문화가 빠질 리 없다. 미국의 ‘마초 문화’와 우리네의 유교적 가부장적 문화는 썩 좋은 만남은 아닌 듯하다. 마초는 ‘남성(male)’의 스페인ㆍ포르투갈어다. 마초의 어원은 라틴어 ‘근육(masculus)’에서 비롯된다. 마초란 여성보다 강한 근육의 힘을 가진 남자로서 그 근육의 힘으로 여자와 가정, 그리고 국가를 지키는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인의 ‘총의’로 선출되는 미국 대통령도 한결같이 마초적인 인물들이다.[사진=뉴시스]
미국인의 ‘총의’로 선출되는 미국 대통령도 한결같이 마초적인 인물들이다.[사진=뉴시스]

마초란 15세기 대항해에 나서 세계를 정복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자들에 대한 훈장과도 같은 이름이며, 19세기 미국에서 마초들이 다시 부활해 세계 최강의 국가를 건설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완력이 좋으니 그 힘으로 여성 위에 군림해도 좋다거나 군림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와 결합한 서구의 마초문화는 엉뚱하게도 여자들에 대한 폭력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가정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다반사로 발생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자신의 여자를 우월한 근육의 힘으로 질질 끌고 다니며 걷어차고 쥐어팬다. 아마 자신을 진정한 마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일그러진 마초들도 스페인, 포르투갈, 혹은 미국의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여자와 가정, 그리고 국가를 보호하고 뛰쳐나가 적들을 때려잡는 본래적 ‘마초’들이 되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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