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로 본 집값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막상 구입하자니 망설여진다.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을 선행지표로 삼으면 집값이 언제까지 떨어질지 어림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의 로데이터를 통해 이 주장을 자세히 분석해봤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힌다.[사진=뉴시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힌다.[사진=뉴시스]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가 9주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아파트 가격의 변동률은 -0.10%까지 떨어졌다. 11월 12일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줄곧 하락세다. 9ㆍ13 대책, 한은 금리인상, 3기 신도시 발표 등이 하락세의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만든 결과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 입장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건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집값이 언제까지 떨어질지, 언제 반등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면 구입 시기를 정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311건에 불과했다. 연간 최저치인 데다,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매매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률(매매가격 변동률) 사이클을 통해 아파트 가격이 언제 반등할지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박용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수익률 곡선으로 본 부동산 사이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선행지표라는 주장인데,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둔화하면 뒤따라 재고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도 둔화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에 따라 좌우되는데, 유동성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기 때문이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건축이 시작되면 이전 수요가 발생해 주변 아파트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높인다는 점도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의 변동률 사이클을 찾아내면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전망을 예상할 수 있다. 박 애널리스트의 주장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세번의 하락 국면을 맞았다. 첫번째는 2002년 9월~2004년 10월 25개월, 두번째는 2006년 11월~2008년 12월 25개월간이다. 세번째는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6개월가량이었다.

 

여기에 더스쿠프가 전수조사를 통해 확보한 로데이터를 대입해보니,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일례로 2002년 하반기 14.0%(상반기 대비)였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부동산114 자료)이 2004년 하반기 -3.9%로 하락하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통계청 자료)도 같은 기간 -1.0%(전년 대비)로 떨어졌다.
 
두번째 하락기에도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이 2006년 하반기 14.7%에서 2008년 하반기 -12.9%로 하락세를 타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역시 16.4%포인트(2006년 23.4%→2008년 7.0%) 내려앉았다. 세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2009년 하반기~2012년 하반기)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2009년~2012년)은 각각 4.2%에서 -5.1%로, 2.5%에서 -6.7%로 같은 추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건 세번의 하락 국면이 짧게는 25개월 길게는 36개월 이후에 반등세를 띠었다는 점이다. 지난 18년간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면 네번째 하락 국면으로 꼽히는 2018년 4월 이후 내림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해볼 수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의 하락 국면은 이르면 2020년 5월, 늦으면 2021년 3월에 끝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내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은 2021년께를 아파트 구입시기로 삼으면 좋을 거란 얘기다.

 

물론 이 사이클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절대 요인은 아니다. 박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유동성과 재건축 이전 수요가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그 외 변수도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를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입주물량, 계절적 비수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부동산 사이클이 이정표를 제시해줄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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