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의 탐욕 어찌 통제하랴 
건물주의 탐욕 어찌 통제하랴 
  • 김다린 기자
  • 호수 334
  • 승인 2019.04.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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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갈등 없애려면…

도시재생 사업지가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통을 보존한다는 콘셉트와 달리, 원주민이 지역에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해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재생의 수혜를 땅주인과 건물주가 모조리 얻고 있어서다. 결국 탐욕이 문제의 원흉이라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시재생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다양한 정책과 대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사진=연합뉴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다양한 정책과 대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 마포구가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찾기에 나섰다. 지난 3월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방안’ 학술용역을 발주했다. 건물 가치와 세입자의 특성, 월세와 보증금, 매출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상인들의 내몰림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마포구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뚜렷한 곳으로 꼽힌 지 꽤 지났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최근 3년(2016~2018년)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땅값(개별공시지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상수ㆍ합정ㆍ연남ㆍ망원ㆍ연희동 등이 밀집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동네는 치솟은 임대료 탓에 기존 상인이 이주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통과하고 있거나,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합정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포 지역은 경의선숲길, 문화비축기지 등의 사업으로 2~3년 전부터 임대료가 잔뜩 오른 상황”이라면서 “면밀한 통계를 내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이제 와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방안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는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쫓겨난 세입자나 상인들이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거대자본이 밀려들어 지역 특유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숱하다. 땅값 상승의 수혜를 ‘건물주’만 얻는 것도 문제다. 

이런 폐해는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도시재생’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도시재생은 전통을 보존하는 콘셉트로 진행됐지만 계획은 번번이 차질을 빚었다. 세금을 들여 새 건물을 짓거나 인프라가 개선되면 이를 빌미로 임대료나 땅값을 올리려는 건물주의 욕심 때문이었다.

이는 ‘가로수길 곱창집 갈등’ ‘서촌 궁중족발 사태’ 등의 사회 갈등으로 드러났다. 최근 ‘건물주 상생협약 체결’ ‘공공임대상가 조성’ 등 원주민의 이주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9월엔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상가 조성은 예산을 확보하는 게 난제다. 상생협약은 나름 의미 있지만 법정 강제성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개정 상임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에만 적용된다. “도시재생 등 땅값을 부추기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원주민의 참여와 협력 빈도를 더 늘리면 된다”라는 제안도 나오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12회의 주민참여포럼을 열고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 ‘다시세운상가’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주민참여포럼에 참석했던 한 참가자는 “이미 시가 개발방향을 정해둔 가운데 벌이는 요식행위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주민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입장인 것도 아닌데다 포럼 내용의 어떤 의견이 반영됐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악순환을 끊을 해법은 없을까.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역 근처에 있으면 ‘역세권’, 숲 근처에 있으면 ‘숲세권’, 명문학군 근처에선 ‘학세권’으로 어떻게든 땅값을 올려 받는 도시가 서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혁신정책을 내세워도, 그 개발이익이 땅주인에게만 돌아간다면 임차인들은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해법은 이를 나눌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재생사업의 콘셉트가 어떻든, 세금은 투입되고 도시는 정돈된다. 임대료를 올리거나 땅값을 올려 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건 건물주와 땅주인뿐이다. 이 탐욕을 없애고 싶다면 분배를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진단은 편협하다. 을지면옥을 비롯한 오래된 맛집과 공구업 등 도심산업을 보존하겠다며 개발을 중단시킨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포老鋪를 배려하는 게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노포가 아니라면 내몰려도 괜찮다는 얘기다. 문제의식이 잘못됐다면, 그 해법도 틀릴 수밖에 없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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