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도시연대 센터장, 지역 특수성 없으면 재생도 없다
김은희 도시연대 센터장, 지역 특수성 없으면 재생도 없다
  • 최아름 기자
  • 호수 334
  • 승인 2019.04.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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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

청계천·을지로의 재개발은 잠정 중단됐다.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제조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 한복판에 있는 세운상가의 도시재생은 그럼에도 진행된다. 같은 구역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김은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이 수립된 2014년께 자문단 회의에 참석했던 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 센터장을 만났다. 

세운상가 일대는 특수한 산업 시스템이 촘촘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사진=더스쿠프포토]

✚ 청계천·을지로 재개발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운상가 활성화 계획이 세워질 당시엔 이런 문제를 예상한 사람이 없었나.
“주변 지역과 함께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다. 나 역시 2층에 보행데크를 만드는 식으로 세운상가군(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이어지는 상가건물들)만 따로 도시재생을 하면 주변 지역이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행데크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대림상가를 잇는 공중 보행로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다가 2017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다시 만들어졌다.

✚ 왜 주변 지역이 소외된다고 봤나.
“당시 논의는 세운상가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보행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보행데크가 만들어지면 2층을 중심으로 통행이 이뤄지고 1층과 그 주변의 골목 제조업의 협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았다.”

✚ 청계천·을지로에서 ‘제조업’간 협력이 그렇게 중요한가.
“청계천·을지로의 생태계는 대기업의 제조업 환경과 다르다. 수평적 협업이 중요하다.”

✚ 수평적 협업이 뭔가.
“일반적인 대기업의 제조업을 생각하면 대부분 하청 구조다. 청계천·을지로의 제조업은 다르다. 작은 자본이 손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딱 맞는 상품을 만든다. 당연히 수직적 하청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가령, A제조업체에 부품이 없다면 또 다른 B업체의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생산구조는 상당히 유연하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 청계천·을지로를 재개발할 때 이런 특수성이 고려됐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의 물리적 재생에는 공감했다. 건물이 낡았고 화재에도 취약하지 않은가. 문제는 그런 공감대에서 시작된 재개발이 제조업체의 특수성을 품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느냐였다. 201 4년께 서울시에서 진행한 ‘세운상가 도시재생 자문회의’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었다.”

✚ 중요한 지적 같은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보행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로선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 서울시 총괄건축가도 있었는데, 그쪽에서 보행축 설계는 정해진 사안이라고 말하자 더 이상의 논의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보행데크를 만들어서 세운상가군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서울시 스스로 정해놓고 있었다. 주변 지역과 세운상가군의 산업 연계는 그 목표와 비교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안으로 본 것 같다.”

✚ 그 이후에는 더 지적하지 못했나.
“이건 우리도 반성해야 할 점이다. 재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 알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운상가군의 양 옆에 있는 재정비 촉진지구의 계획은 뚜렷한 것이 없었다. 다들 논의할 시간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거다.”

세운상가의 주변 지역(크고 작은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곳)재개발과 세운상가 도시재생을 연계하지 않은 탓에 갈등이 표출됐다. 특히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세운상가와 함께 ‘재생’될 줄 알았던 제조업체 사람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논란이 거듭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결정했다. 올해 말까지 모든 신규 인허가 절차가 중단됐다.

✚ 논란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가 재개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결정은 옳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시장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재개발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인허가를 받고 법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이번 전면 재검토 결정은 행정이 작동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장의 판단이 내린 결과다.”

✚ 더 나은 해결 방안이 있다는 건가.
“두가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개발이든 재생이든 열린 상태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계획과 목적을 미리 정해둔 상태에서 재개발과 재생을 어떻게 융합할 수 있겠는가. 효율적인 행정력도 필요하다. 같은 일이 다른 사업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그때마다 서울시장의 판단에 기댈 순 없다. 실수가 있었을 때 행정이 작동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 그 방안이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겠나.

“지금이다. 논란이 불거졌고, 서울시는 멈춰섰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도시재생사업을 돌아보기에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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