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15초 미학

최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유튜브의 틈바구니를 뚫고 올라온 ‘틱톡’이 승승장구를 하고 있어서입니다. 유튜브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이 앱의 이용자 수는 이미 5억명을 넘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틱톡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틱톡의 성공비결을 알아봤습니다.

틱톡의 월 이용자수가 5억명을 넘어섰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틱톡의 월 이용자수가 5억명을 넘어섰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5초. 무언가를 표현해 내기엔 꽤 짧은 시간입니다. 가볍게 보고 즐긴다는 유튜브 영상들의 재생시간조차 1분을 가뿐히 넘습니다. 그런데, 이 15초짜리 영상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친 앱이 있습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입니다.

틱톡의 기능은 간단합니다. 이용자는 음악과 자신의 춤, 합성 기능 등을 조합해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이게 틱톡 기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상 길이가 짧다 보니 복잡하거나 심오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습니다. 시선을 끄는 춤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재미있는 사건 등이 대부분이죠.

그럼에도 틱톡은 세계인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출시한 지 1년 만에 중국에선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억402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페북·인스타그램 등 쟁쟁한 앱들을 제치고 스마트폰 다운로드 횟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한달에 1번 이상 접속하는 이용자수)는 5억명이 넘습니다.

틱톡의 인기에 힘입어 개발업체도 승승장구입니다.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10월 25억 달러(3조2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기업 가치는 750억 달러(90조675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사실 틱톡이 처음으로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기능을 선보인 건 아닙니다. 2013년 1월 트위터가 론칭했던 ‘바인(Vine)’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수가 점차 줄면서 2016년 10월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짧은 길이의 영상만으론 ‘롱런’하지 못한다는 선례를 낳은 셈입니다.

무엇보다 틱톡이 유튜브와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였습니다. 두 플랫폼의 공통점은 직접 촬영·편집한 영상을 기반으로 소통한다는 것인데,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유튜브 천하’가 된 지 오래입니다. 2018년 기준 유튜브 MAU가 18억명에 달할 정도로 유튜브의 장악력은 막강합니다. 그럼에도 유사한 기능을 갖춘 틱톡이 단기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짧은 영상으로 롱런 시도

업계 전문가들은 틱톡이 청소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게 결실을 맺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자보다 영상이 더 친숙한 요즘 청소년의 심리를 틱톡이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틱톡이 이용자의 41.0%가 16~24세라고 밝힌 것은 틱톡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방증입니다.

청소년들이 틱톡에 매료될 수 있었던 건 손쉬운 편집기능과 풍부한 영상소스 덕분입니다. 유튜브에선 영상을 보는 건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면 고퀄리티의 영상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틱톡에선 터치 몇번으로 손쉽게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이모티콘과 배경음악들도 무료로 제공돼 영상을 더욱 풍성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이승윤 건국대(경영학) 교수는 “요즘 10대는 직접 콘텐트를 만들어 남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유튜브와 달리 틱톡은 간편하게 편집할 수 있는 데다 풍부한 영상소스를 제공해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틱톡의 간판 콘텐트인 ‘립싱크 영상’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틱톡은 2017년 11월 영상제작 앱 ‘뮤지컬리’를 10억 달러(1조2092억원)에 인수, 틱톡에 립싱크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 기능을 쓰면 손쉽게 유명 가수의 노래를 립싱크한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유명한 노래에 이용자들의 재미있는 행동이 더해지니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대중매체에 민감한 10~20대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립싱크 영상을 만들었고, 이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온라인 이곳저곳에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립싱크 영상은 틱톡에 어마어마한 입소문 효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제는 틱톡을 쓰는 연령층도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50대 이상 틱톡 이용자 비율이 9.0%(2018년 4월)에서 19.7%(2019년 4월)로 크게 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틱톡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국내 틱톡 MAU는 320만명(4월 기준)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5.3% 증가한 수치입니다. 틱톡은 뮤직플랫폼 ‘멜론’과 손을 잡고 점차 국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틱톡의 성공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 동영상 공유 플랫폼 ‘라쏘(Lasso)’를 조용히 출시했습니다. 연예인의 춤을 따라 추거나 립싱크를 하는 등의 짧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앱인데, 틱톡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틱톡은 손쉬운 편집과 다양한 영상소스 지원으로 10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틱톡은 손쉬운 편집과 다양한 영상소스 지원으로 10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제 틱톡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올 초부터 틱톡이 두 업체의 주요 수입원인 온라인 광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틱톡은 7월 15일 다이아TV,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유명 MCN(멀티채널네트워크)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영상에 노출된 광고에 대한 수익을 틱톡과 나눠 갖는 방식인데, 이는 페이스북·유튜브의 대표 수입원이죠.

선정적·폭력적 콘텐트 개선해야

물론 틱톡의 미래에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닙니다. 여느 온라인 앱처럼 틱톡도 선정적이거나 폭력성이 강한 콘텐트가 많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트댄스는 직원 수를 6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전국시대’가 계속될 것 같았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급부상한 틱톡으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습니다. 틱톡은 유튜브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과거 바인이 그랬던 것처럼 반짝 인기에 그치게 될까요? 결과는 소비자들의 손끝에 달려 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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