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팔색조 경영학

SNS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쓴 틱톡이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하는 듯합니다. 최근 틱톡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틱톡이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알리바바를 넘어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틱톡이 아무리 대단하다지만 수년째 1인자 자리를 지켜온 알리바바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다는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틱톡의 팔색조 경영학을 짚어봤습니다.

틱톡이 이커머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틱톡이 이커머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출시한 지 5년 만에 ‘대세 SNS’로 떠오른 동영상 플랫폼이 있습니다.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틱톡’입니다. 지금이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앱이 됐지만, 2016년 ‘도우인(Douyin)’이란 이름으로 론칭할 당시만 해도 틱톡은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의 비웃음을 샀습니다.[※참고: 도우인은 글로벌 론칭 당시 브랜드명을 틱톡으로 변경했지만, 중국 내에선 여전히 도우인으로 서비스 중입니다.]

그도 그럴 게 틱톡이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앱 ‘바인(vine)’과 콘셉트가 무척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바인은 6초, 틱톡은 15초짜리 영상만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같은 콘셉트인 틱톡이 바인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더구나 ‘쇼트폼(short form)’ 플랫폼의 원조 격인 바인조차 페북·인스타그램 등 쟁쟁한 SNS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결국 2017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죠. 이러니 틱톡도 같은 전철을 밟을 거란 분석이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론칭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틱톡의 월 이용자 수는 10억명(2021년 기준)에 달합니다. SNS 양대산맥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월 이용자가 각각 27억4000만명(2021년 1월 기준), 20억명(2021년 10월 기준)이란 걸 생각하면 틱톡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틱톡이 바인과 다르게 SNS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치밀하게 젊은층 소비자인 MZ세대를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영상이 일상생활과 개그물이었던 바인과 달리 틱톡은 춤과 노래를 주력 콘텐츠로 내세웠는데, 이런 콘셉트가 MZ세대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바인은 17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틱톡엔 이런 제한이 없었던 것도 차별점이었죠.

틱톡의 차별화 포인트는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SNS 서비스가 지인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 소극적인 방식인데 반해 틱톡은 춤·노래 등 취향만 맞으면 누구나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남이 올린 춤 동영상에 자신의 춤을 나란히 올리는 방식을 통해서죠. 초창기엔 유명인사들이 올린 동영상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이었지만, 점점 이용자들이 자신이 직접 춘 춤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틱톡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틱톡 덕분에 바이트댄스의 몸값도 훌쩍 뛰었습니다. 지난해 3월 진행한 투자유치 협상에서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2500억 달러(297조원)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초(1400억 달러·166조2920억원) 때보다 78.5%나 증가한 셈입니다. 바이트댄스가 벌어들인 매출도 343억 달러(40조9027억원·2020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는 2019년 대비 111%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MZ세대 업고 인기몰이

물론 틱톡이 매번 승승장구한 건 아닙니다. 지난해 상반기 성장세가 눈에 띄게 줄면서 ‘위기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의 다운로드 건수가 3억8300만건(2021년 상반기)을 기록하며 전년 1분기(3억1500만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죠.

다행인 건 틱톡이 발 빠르게 이같은 문제에 대처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0월 동영상 길이를 15초에서 3분까지 늘린 게 대표적이죠. 틱톡이 동영상 길이를 늘린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이용자들이 춤과 노래뿐만이 아니라 요리·일상 등 비교적 긴 호흡의 영상을 틱톡에 올리기 시작해서입니다. 한 국내 틱톡 이용자가 올린 ‘소시지빵 만들기’ 영상이 조회수 9800만회를 기록한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 콘셉트에서 탈피하려는 틱톡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락성 콘텐츠 위주였던 틱톡이 최근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SNS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MZ세대에 친숙한 동영상을 무기로 사진이 위주인 기존 SNS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틱톡의 ‘변신’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최근 업계에서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본격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에서 틱톡은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홍보하면 이용자들이 구매하는 방식의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한 상태인데,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0년 틱톡의 이커머스 총거래액이 1500억 위안(28조1610억원·업계 추정치)을 기록했을 정도죠.

성공의 가능성을 엿봤는지 바이트댄스는 2021년 총거래액 목표치를 6.6배인 1조 위안(187조7400억원)으로 잡은 바 있습니다. 틱톡의 행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자 업계에선 “틱톡이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 1위인 알리바바를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알리바바는 수년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업계의 ‘절대강자’입니다. 2018년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58.2%에 달했을 정도로 장악력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틱톡이 알리바바를 위협할 경쟁상대라고 보는 건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SNS와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에 친숙한데, 그래서인지 이곳에선 SNS 인플루언서나 방송인이 추천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텐센트가 2020년 7월 자사의 메신저 ‘위챗’에 온라인 상점 기능을 통합한 것도 이런 변화를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알리바바 위기가 틱톡엔 기회


하지만 알리바바에는 위챗도, 틱톡도 없습니다. 여전히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알리바바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5월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47.1%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틱톡의 입장에선 또한번의 도약을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레드오션이었던 SNS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틱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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