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공과

“긍정적인 성과가 있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1호라고 할 만큼 현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객관적인 평가다. 그들이 말하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공과는 무엇이고, 남은 과제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정규직 전환 정책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사진=뉴시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관한 노동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툭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한 비정규직 노조 간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과도 있지만 한계 역시 명확해서다.” 그가 말하는 성과와 한계는 뭘까. 

일단 성과부터 보자. 먼저 정규직 전환 목표달성률이 굉장히 높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올해 6월말까지 공공부문 853개 기관에서 실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완료한 노동자 수는 15만7000명이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18만5000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전환 목표달성률은 84.9%다. 2020년 정규직 전환 목표치(20만5000명)와 비교해도 목표달성률이 76.6%로 꽤 높다. 

정규직 전환 범위는 넓어졌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춘 이전 정부와 달리, 파견ㆍ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환의 기본 방침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을 비교적 많이 고려한 듯 보인다. ▲생명ㆍ안전 업무의 직접고용 ▲상시ㆍ지속적 업무 판단기준 완화 ▲전환 예외 사유 축소 ▲전환 결정시 노조와 당사자의 참여 ▲충분한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추진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 완료한 이들의 실질 임금도 올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전환 대상자들의 연간 임금은 전환 전 2393만원에서 전환 후 2783만원으로 390만원(16.3%) 더 늘었다. 기간제 임금은 16.9%, 파견ㆍ용역 임금은 15.6% 올랐다. 

전환 만족도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정규직 전환자 1815명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만족도 조사’를 한 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93점이었다. 

성과 있지만 한계도 상존

특히 ‘고용안정’ 부문 만족도가 4.34점으로 가장 높았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전반적인 처우 개선’에 관한 만족도가 3.6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서 향후 점진적 처우 개선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이라는 정책 취지는 상당 부분 실현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럼 한계는 뭘까.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정한 ‘정규직’의 개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개념과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현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은 ‘무기계약직’이다. 무기계약직은 ‘완전한 정규직’과 달리 임금ㆍ수당ㆍ복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하는 정규직은 이런 차별 대우를 해소하는 것을 포함한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장 정규직들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건 아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예컨대 수당의 경우, 정규직과 동일ㆍ유사한 업무를 한다면 액수는 다르더라도 항목은 똑같이 넣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에 관한 입장 차이다. 정부는 이 역시 정규직 전환으로 보고 있지만, 노동계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자회사 설립을 통해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흡수하는 식인데, 문제가 많아서다. 일단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든 자회사는 모회사의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 인력 관리 외에 별도의 사업이 없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중간착취’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 

 

고속도로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자회사 전환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고속도로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자회사 전환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당연히 모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렵다. 결국 불법 파견의 문제로 이어지는 건 물론 ‘내 진짜 사장은 누구인가’ 하는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문제가 다시 생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용안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회사 설립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 탓에 파견ㆍ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51. 7%ㆍ2018년 12월 기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민간부문 확대 장치 마련해야

셋째는 민간부문 정규직화를 이끌어낼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다. 현재(2019년 6월 기준) 민간부문을 합친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중은 고작 12.1%에 불과하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민간부문 비정규직(상시ㆍ지속적 업무에 한함)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유도할 제도가 없다. 민간부문 비정규직과의 간극이 벌어지면 이 역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사실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나름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당초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것과 차별해소였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통해 민간부문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여전히 남은 차별들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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