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것을 꺼내다

❶홍세진, Link, 캔버스에 오일, 130x162㎝, 2018년 ❷홍세진, 잎사귀와 조각, 캔버스에 오일, 130.3x162.2㎝, 2019년
❶홍세진, Link, 캔버스에 오일, 130x162㎝, 2018년 ❷홍세진, 잎사귀와 조각, 캔버스에 오일, 130.3x162.2㎝, 2019년

“신체 안으로 이식된 인공 와우와 보청기를 통해 듣는 세상의 소리는 선명한 대상의 무엇이 아닌, 실체를 알 수 없는 인위적인 무엇으로 들린다.” 청각이 불편한 홍세진 작가는 자신이 듣는 ‘세상의 소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갈증의 대상인 세상의 소리와 그로 인한 관계들을 작품으로 선보여 왔다. 신체적 한계에 위축되지 않고 여러 감각을 더듬어 세상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선명한 소란-A clear noise’전은 국내 유일의 장애 예술가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Flavor of the Scenery’전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이한다. 전시가 개최되는 신한갤러리 역삼은 2011년 개관 이래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신진작가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며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해 왔다.

또한 신진작가뿐만 아니라 중견 작가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주제의 전시를 마련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시각예술 창작 활동 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 포트폴리오 제출 이후 오프라인 간담회와 작가 개별 인터뷰, 실물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홍세진이 최종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❸홍세진, 바늘의 끝, 플라스틱상자, 각목, 환풍기, 전구, 식물 등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9년 ❹홍세진, 경기장, 캔버스에 오일, 182x227㎝, 2019년
❸홍세진, 바늘의 끝, 플라스틱상자, 각목, 환풍기, 전구, 식물 등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9년 ❹홍세진, 경기장, 캔버스에 오일, 182x227㎝, 2019년

전시 제목인 ‘선명한 소란’은 작가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을 의미한다. 그의 작품들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소란스럽지만 다소 선명한, 세상의 그 어떤 것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함께 전시되는 그의 설치 작품들은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감각적 공간을 입체적으로 응축해 드러낸다. 청각이 불편한 그에게 시각의 세계는 청각보다 더 직관적인 감각 체계가 됐다. 외부 자극을 자신만의 시청각 노하우로 조합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오롯이 느끼는 세계를 밖으로 꺼내는 일, 그는 이를 ‘감각적 경험’이라 말한다. 그의 작품은 사물을 인지하고 공간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주체적이다. 외부의 자극을 본인만의 감각으로 연결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신한갤러리 역삼은 관람객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된 ‘런치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3일에 열리는 프로그램에서는 작가가 직접 전시 작품을 설명하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 6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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