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영 개인전] 같지만 다른 풍경
[이가영 개인전] 같지만 다른 풍경
  • 이지은 기자
  • 호수 366
  • 승인 2019.12.0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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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하는 시간
❶전시 전경 ❷이가영, 아홉시 오십분, 100x80㎝, 장지에 채색, 2018년
❶전시 전경 ❷이가영, 아홉시 오십분, 100x80㎝, 장지에 채색, 2018년

같은 장소나 풍경을 오래도록 관찰하다 보면, 분명 같은 곳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낯섦이 보인다. 시간에 따라 예민하게 변화하는 순간들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당연히 그러하다’고 단언할 만한 것은 없다. 사소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은 분명 사소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을 거라 당연시되는 것들도 자세히 보면 똑같지 않다.

이가영의 ‘해와 달 사이’전이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개최된다. 이가영은 ‘내가 경험하는 순간의 풍경들을 작업으로 옮기고 있다’는 자신의 말처럼 오랜 관찰에 의해 같은 곳이 다르게 보이는 생경함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생경한 경험은 이미 거기에 있는(always-already-there)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무언가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같은 것이지만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그동안의 습관적 시각 체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대상의 숨은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가영은 ‘자신에게서 멀지 않은 주변, 같은 것의 반복’을 통해 낯섦과 이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는 “순환하고 반복되는 풍경의 모습을 오롯이 관찰하다 보면, 시간의 풍경이 만드는 지각의 순간들은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실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❸이가영, 낮의 길이, 97x130㎝, 장지에 채색, 2018년 ❹이가영, 가을 아침, 181.8x227.3㎝, 장지에 채색, 2018년
❸이가영, 낮의 길이, 97x130㎝, 장지에 채색, 2018년 ❹이가영, 가을 아침, 181.8x227.3㎝, 장지에 채색, 2018년

‘시간의 의미’에 대한 고민과 탐구는 그의 작업노트에 잘 나타난다. “시간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고 미련 두지 않는 사이에 그저 흘러가고만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흐르고, 오늘과 내일이 반복된다. 여름은 곧 겨울이 되고, 계절이 바뀌며 건조와 홍수, 늙음과 젊음, 그리고 삶과 죽음의 생이 순환하듯 반복된다. 무언가 되풀이되는 것의 반복. 그리고 연속 순환하는 것들. 반복되는 것을 바라볼 때에 지각하게 되는 어떠한 것이 있다.”

이가영의 작품세계는 종교와 무관하게 동양의 순환적 시간관에 기반한다. 시간을 보는 관점 중 동양적 시간관은 전통적ㆍ순환적 시간관이라고도 불린다. 순환적 시간관은 ‘윤회’를 거듭해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해가 지면 달이 뜬다. 그리고 달이 지고 나면 해가 다시 떠오른다. 전시명 ‘해와 달 사이’처럼 하루가 반복되고 계절은 순환한다. 이번 전시는 지나가 버리는 순간들을 인식하고 난 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거나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만 온전하게 순간들을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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