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上

남들에게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내 명의로 된 가게는 없다. 남의 가게를 운영해 주고 가게 수익의 일부를 챙기는 ‘매니저’라서다. 언젠가 내 명의의 가게를 갖겠다는 꿈은 있지만 지나친 씀씀이 때문에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옷가게 매니저 김민경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소득이 급변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남들보다 더 안정적으로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이 급변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남들보다 더 안정적으로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원에 있는 옷가게에서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김민경(가명·40)씨는 요새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한달 전 결혼한 남편 박민호(가명·43)씨와 달달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어서다. 결혼하면서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해결한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7년 전 사업을 하면서 빚졌던 1억원을 모조리 갚는 데 성공했다. 서울 외곽의 임대주택에서 나와 가게 인근의 전세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도 큰 성과다.

그렇다고 고민이 싹 사라졌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매니저로 있는 옷가게의 매출이 신통치 않다. 주변에 비슷한 콘셉트의 옷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선 탓이다. 일한 만큼 수입이 늘어나니 김씨로선 불철주야 매장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씨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면서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월급(월소득+인센티브)을 떼어내(월 80만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시간제 수당을 받는 알바생이 김씨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일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결혼도 했으니 앞날을 대비해야 하지만 김씨는 대책이 없다. 더구나 소득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나쁜 소비습관은 여전하다.

김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혼수를 장만하는 과정에서 돈 쓰는 재미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소비습관이 좋지 않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비싼 외식을 즐겼고, 여행을 가더라도 숙소는 무조건 호텔로 잡았다. “한번 놀 때 제대로 놀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대로 가다간 배보다 배꼽이 커질 거라 생각한 김씨는 남편을 설득해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아내인 김씨 명의로 된 상가를 갖는 것이다. 김씨는 “매장을 운영하다 자녀를 가지면 상가를 통해 월세 수익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부부는 만만치 않은 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박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42만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 박씨가 342만원을 벌고, 김씨가 옷가게 일을 하면서 300만원가량을 번다. 이보다 더 많이 벌 때도 있지만, 김씨처럼 월소득이 급변하는 경우엔 가장 적게 버는 달의 수입으로 소득을 잡는 게 좋다. 그래야 리스크를 최소화해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수입은 성과급 개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소비항목을 점검해 봤다.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공과금 21만원, 통신비 22만원, 식비 122만원, 부부 용돈 120만원, 미용비 30만원, 의료비 10만원, 교통비 17만원, 유류비·하이패스 비용 32만원, 아르바이트 인건비 80만원 등 454만원을 쓰고 있다.

비정기 지출은 명절비(200만원), 여행비(300만원), 경조사비(100만원), 의류비(300만원), 자동차 수리비(150만원) 등 연간 1050만원씩 빠져나간다. 월평균 87만원을 소비하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보험료 64만원, 노란우산공제 5만원 등 69만원이다. 총 지출은 610만원이고 32만원이 잉여자금으로 남았다.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의 특성상 가계지출과 매장지출이 함께 잡혔다.

부부는 그 흔한 적금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김씨는 지금까지 번 돈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써왔고 박씨도 김씨와 함께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데 전부 쓴 결과다. 부부가 용돈(120만원)·식비(122만원) 등 큰 지출을 하고도 매월 32만원씩 남는 이유다. 하지만 제대로 저축을 하기 시작한다면 부부의 가계부는 곧 적자를 볼 게 분명했다. 이번 상담에선 바로 줄일 수 있는 소비항목부터 다뤄보기로 했다.

먼저 통신비(22만원)다. 옷가게의 통신비는 매장 주인이 다 내고 있다. 22만원의 달하는 금액이 순수하게 박씨 부부에게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부부에겐 휴대전화 할부금이 없었고 요금제도 비싸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 봤더니 부부는 기프티콘에 적지 않은 지출을 하고 있었다. 특히 김씨는 밀린 드라마를 다시 보기 위해 소액결제를 상당부분 썼다. 부부는 앞으로 기프티콘 사용을 자제하고 드라마 소액결제도 과감히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신비는 22만원에서 12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다음은 120만원에 달하는 용돈이다. 각자 60만원씩 쓰고 있는데, 김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그중 30만원을 다이어트 식품과 샐러드 구입비용으로 쓰고 있다. 박씨는 대부분을 지인과의 술자리 비용으로 쓴다. 둘 다 결혼 전의 소비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일단 두 사람의 용돈을 각자 30만원씩 총 60만원을 절감키로 했다.

식비(122만원)도 줄이기 대상이다. 두사람이 쓰는 비용치고 너무 많다. 일의 특성상 부부는 같이 밥을 먹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김씨가 퇴근한 이후 부부가 술을 마시는 데 식비의 상당 부분을 쓰고 있었다. 주말에도 대부분 배달음식을 시켜먹었고 술을 곁들이는 날도 많았다. 부부는 앞으로 술자리 횟수를 크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식비는 122만원에서 92만원으로 30만원 줄어들었다.

이번 1차 상담에선 통신비(10만원), 부부용돈(60만원), 식비(30만원) 등 총 10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잉여자금도 32만원에서 132만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보험료(64만원), 여행비(연간 300만원) 등 아직 줄일 것이 많다. 다음 상담에선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고 그 결과에 맞게 재무목표를 재조정해보기로 했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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