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요즘 신혼부부 중엔 자녀 양육비를 아예 준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당분간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는데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딩크족(자녀를 갖지 않는 맞벌이)이 아니라면 양육비는 하루라도 빨리 모으는 게 좋다.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그때부터 빠져나가는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양육비만 쏙 빠져 있던 한 부부의 재무계획을 도왔다.

자녀 양육비는 미리 모아둘수록 유리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양육비는 미리 모아둘수록 유리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세우는 재무계획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자녀 양육비나 대학등록금 등 자녀 관련 비용이 목록에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아이를 갖는 데 관심을 두는 부부가 줄고 있다는 건데,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8명(2018년 기준·통계청)에 불과하니 그럴 만도 하다.

얼마 전 결혼에 골인한 박민호(가명·43) ·김민경(가명·40)씨 부부도 그랬다. 상담 초기에 두 사람이 정했던 재무계획엔 자녀 항목이 없었다.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과 옷가게 매니저 일을 하는 김씨가 자기 명의로 된 점포를 갖는 것이 부부가 세운 계획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박씨 부부가 자녀를 가질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두 사람 모두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다만 집과 점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가 버거워 양육비를 마련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출산자금이나 자녀 양육비는 가급적이면 빨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부부가 계획한 대로 임신이나 출산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임신이 됐는데 양육비를 전혀 모아두지 않았다면 부부의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용도 만만찮다. 통계청에 따르면 1자녀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85만원, 총 양육비는 2억원에 이른다(2018년 기준). 당장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양육비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이쯤에서 박씨 부부의 가계부 상태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42만원으로 직장인인 박씨가 342만원을 벌고 옷가게 수익의 일부를 받는 김씨가 월평균 300만원을 번다. 상담을 받기 전 부부의 지출은 월평균 610만원에 달했고 여윳돈은 32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2차 상담에서 부부는 꽤 큰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통신비(10만원)·식비(30만원)·부부용돈(60만원)·아르바이트 인건비(30만원)·보험료(20만원)·미용비(20만원)·비정기지출(33만원) 등 총 20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부부는 235만원의 자금을 갖고 재무솔루션을 짤 수 있게 됐다.

재무목표도 다시 세웠다. 내집 마련, 상가 매입 외에 자녀 출산자금, 자녀 양육비, 비상금 등을 추가했다. 먼저 자녀 출산자금을 준비해 보자. 남편 박씨는 매년 약 4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아왔는데, 지금까진 취미나 술자리 등에 써왔다. 앞으론 CMA통장에 적립해 김씨의 미래 출산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김씨가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벌었을 때도 추가소득을 여기에 저축할 예정이다. CMA통장은 수익률은 낮지만 이자가 하루 단위로 적용되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비상금이나 출산자금을 모아두는 용도로 자주 쓰인다. 다만, 종합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종금형 CMA를 제외하면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다음은 자녀 양육비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부부는 적립식 펀드(채권형)에 월 30만원씩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채권형 펀드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나 관련 파생상품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른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비상금도 준비했다. 부부는 600만원을 목표로 지역은행의 비대면 정기적금에 월 50만원씩 1년간 납입하기로 했다. 이 적금은 이자율이 꽤 높고 백화점 포인트와 연계해서 통장에 포인트를 쌓아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상금으로 쓰지 않을 경우엔 추후 집을 마련하거나 옷가게를 매입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내집 마련과 가게 매입을 위해선 총 120만원(제2금융권 저축 60만원+발행어음 40만원+청약통장 2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먼저 제2금융권 은행에 월 60만원씩 저축한다. 제2금융권 은행의 금리가 조금 더 높다는 점을 감안했다.

그렇다고 안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세금우대·비과세 등 세금공제혜택이 있는 데다 요즘은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부부는 이자소득세는 면제가 되고 농특세(1.4%)만 과세되는 부분과세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에도 월 4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아무리 시중금리가 요동 쳐도 사전에 약속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발행어음의 최대 장점이다. 요즘엔 모바일 앱을 통해 신규 가입하면 연 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 인출 시 수익률이 대폭 낮아진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청약통장에도 20만원씩 저축할 예정이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청약통장이 필수여서다. 세금 공제의 혜택이 있어 소소하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청약저축의 장점이다. 현재 박씨 부부의 연령대가 높고 기존 예치금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납입액은 최소금액(2만원)에서 2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마지막으로 노후자금을 위해 부부는 개인연금에 월 35만원씩 납입한다. 재테크 초보자인 부부에게 리스크가 큰 상품은 무리라고 판단해 분석이 쉽고 수익률도 안정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연금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부부의 재무상담을 모두 끝마쳤다. 235만원의 자금은 자녀 양육비(30만원)·비상금(50만원)·부동산 매입(120만원)·노후자금(35만원) 용도로 알뜰히 쓰였다. 무분별하게 소비했던 박씨의 상여금(연 400만원)도 출산자금으로 저축해 자녀 계획의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제 계획대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200만원 가까이 지출을 줄였으니 박씨 부부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부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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