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머리를 자를 때 소득도 잘렸네
[실전재테크 Lab] 머리를 자를 때 소득도 잘렸네
  •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호수 373
  • 승인 2020.01.2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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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가계부가 ‘적자’인 가정의 지출을 보면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 ‘왜 이렇게 많이 쓰지’라는 의문이 드는 항목이 숱하게 많다는 점이다. 작은 옷가게의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민경(가명·40)씨의 가계부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결혼을 했다손 치더라도 월 30만원에 이르는 미용비 등 이해 못할 지출이 많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옷가게 매니저의 가계부 작성을 도왔다. 두번째 편이다.

가게 매출을 가계부에서 분리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과소비에 빠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게 매출을 가계부에서 분리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과소비에 빠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은 옷가게의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민경(가명·40)씨는 요새 가계부를 쓰느라 진땀을 흘린다. 얼마 전 박민호(가명·43)씨와 결혼하면서 남편의 월급과 지출항목이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일하면서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에 전송되는 남편의 카드결제금액까지 정리하려니 골치가 이만저만 아픈 게 아니다.

물론 김씨가 옷가게 사장으로 있던 때보단 낫다. 자영업을 하는 이들의 가계부는 가정과 가게의 수입·지출이 한데 뒤섞여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게 전기세·수도세·통신비·관리비를 가계부에 적거나 매장 판매금액을 통째로 기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정과 가게의 가계부를 통합관리하는 건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 수입과 지출이 불분명한 탓에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세우기 어려워서다. 가게 매출을 실제 소득으로 착각해 과소비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 부부에게 2개의 가계부를 작성하라고 권유하는 이유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김민경씨의 가계부는 그나마 좀 나았다. 옷가게를 관리하는 김씨의 직업은 언급했듯 사장님이 아닌 ‘매니저’였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매장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떼가는 방식으로 월급을 받는데, 각종 매장 운영비는 가게 주인이 내고 있어 김씨의 가계부는 비교적 깨끗했다. 김씨의 소득이 매달 조금씩 바뀌고, 김씨 월급에서 아르바이트생 인건비(월 80만원)가 빠져나간다는 점만 빼면 일반 가계부와 별다를 게 없었다.

문제는 가계부 문제와는 상관없이 김씨의 돈 씀씀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계기는 결혼이었다. 지금까지 김씨는 수입의 대부분을 사업하는 동안 진 빚(1억원)을 갚는 데 써왔다. 하지만 신혼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 때문인지 부부는 결혼 후 비싼 외식과 술자리를 즐겼고 여행을 다닐 때도 지갑 여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두사람의 월 소득은 642만원(남편 342만원·아내 평균 300만원)인데, 월평균 610만원을 쓰고 32만원씩 남기고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로 모아둔 돈은 없다. 아내 김씨는 사업 빚을 갚고 남편 박씨는 전세 아파트(1억5000만원)로 이사하는 데 돈을 모두 썼기 때문이다.

32만원으론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상가 갖기·내 집 마련)를 달성하기 불가능했다. 1차 상담에서 부부가 통신비(10만원)·식비(30만원)·부부용돈(60만원) 등 총 100만원을 줄인 이유다. 이에 따라 부부가 쓸 수 있는 잉여자금도 32만원에서 132만원으로 불어났다. 줄어든 용돈과 식비로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걸 깨달은 부부는 2차 상담에서 허리띠를 좀 더 꽉 졸라매 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아르바이트 인건비(80만원)다. 현재 김씨는 오전·오후타임 모두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오후에 일찍 퇴근하기 위해서 고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씨의 퇴근시간은 되레 늦어졌다.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거나 사적인 볼일을 보는 등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후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오전에 직접 가게를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면 인건비(월 80만원→50만원)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매상을 더 올릴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전에 근무하면 퇴근을 서두를 수밖에 없어 지인을 만나거나 남편과 야식을 먹느라 발생하는 지출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64만원씩 내는 부부의 보험료를 살펴보자. 2명분의 보험료 치곤 액수가 꽤 크다. 남편 박씨의 보험료는 실비·건강보험(14만원), 운전자보험(3만원), 종신보험(20만원) 등 37만원이다. 김씨는 실비·건강보험(11만원), 운전자보험(5만원), 암보험(3만원), 화재보험(3만원), 암·뇌졸중 건강보험(2만원), 치아보험(3만원) 등 27만원이다. 이렇게 보험을 구성한 건 모두 아내 김씨의 생각인데, 최근 김씨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경험상 상담자들의 보험료 액수가 크면 보장이 허술하거나 불필요한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씨가 꼼꼼히 살펴봐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특별한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필요한 보험이고 보장항목도 적절했다. 가급적이면 지금 수준의 보험을 유지하려는 김씨의 의지가 확고해 보험료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다만, 박씨의 종신보험(20만원)은 빼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줄이기로 했다. 이로써 보험료는 64만원에서 44만원으로 줄었다.

자! 지금부턴 반드시 줄여야 할 지출들이다. 월 30만원에 달하던 미용비는 1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평소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부부는 적지 않은 돈을 머리를 꾸미는 데 쓰고 있었다. 김씨가 각종 파마와 염색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했고, 남편 박씨도 매월 고급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부부의 소득 수준을 생각해보면 미용비로 쓰기에 30만원은 과했다. 앞으론 10만원 안에서 미용비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월평균 87만원씩 쓰는 비정기지출(연 1050만원)도 줄이기 대상이다. 액수를 키운 주범은 여행비(연 300만원), 의류비(연 300만원)인데, 한달에 옷값과 여행비로만 25만원씩 쓰는 셈이었다. 부부는 모두 절반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명절비(연평균 200만원)도 100만원으로 줄였다. 이렇게 비정기적으로 쓰는 지출항목이라 할지라도 미리 예산을 잡아두는 게 좋다. 그 결과, 비정기 지출은 월평균 87만원에서 54만원으로 33만원 절감됐다.

이로써 박씨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아르바이트 인건비(30만원), 보험료(20만원), 미용비(20만원), 비정기지출(33만원) 등 총 10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부부는 235만원의 잉여자금으로 재무 솔루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박씨 부부는 2가지 재무목표(상가 매입·내 집 마련)만을 제시했지만, 신혼 초 부부가 준비해야 할 건 예상외로 많다. 곧 갖게 될 자녀의 양육비를 신경써야 하고, 아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등록금도 모아둬야 한다. 은퇴 이후의 삶도 고민이 될 것이다. 235만원으로 이 모든 걸 준비할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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